[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한때 증권거래 수수료를 폐지하며 고객유치에 나섰던 국내 증권사들이 이번에는 개인형 퇴직연금(IRP) 수수료 면제정책을 경쟁적으로 도입하며 고객 확보에 애쓰는 모습이다. 삼성증권이 ‘IRP 수수료 면제’ 신호탄을 쏘자 타 증권사들도 부랴부랴 비슷한 정책을 도입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증권사들 사이에서 IRP 수수료 인하경쟁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사례부터 보면 지난 6일 유안타증권은 오는 17일부터 IRP 수수료를 조건 없이 무료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달 초부터 세액공제용 IRP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고, 퇴직금용 IRP 수수료도 업계 최저 수준(0.1%)으로 조정한바 있다. 이달부터는 기존 고객뿐 아니라 신규 고객까지 무료로 IRP계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IRP 수수료 인하 경쟁’의 시작은 지난달 삼성증권이었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19일 증권업계 최초로 수수료가 전액 면제된 IRP상품인 '다이렉트IRP'를 내놨다. 그러면서 삼성증권은 ‘신규 고객’에 한해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에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27일 약관 변경 등 제반 준비가 완료되는 대로 5월 중 다이렉트 IRP의 수수료를 ‘기존 고객’으로까지 확대해 전액 면제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증권의 방침에 호응하듯 수수료 면제 혜택의 범위를 전격 확대한 것이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개인형 퇴직연금 적립금 시장에서 국내 증권업계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선두권 회사들이다. 이들이 수수료 인하 경쟁에 나서자 중소형사들까지 부랴부랴 정책을 개선하는 모습이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6월 초까지는 IRP 수수료 무료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하나금융투자 등은 수수료 면제 내지 인하 여부를 놓고 내부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한때 증권거래 수수료를 경쟁적으로 인하하던 증권사들이 IRP 시장을 놓고 격전을 벌이는 데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그만큼 커졌다는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주식투자가 신드롬 수준으로 확대된 여파로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확대됐고, 스스로 연금을 관리하려는 고객들도 늘어났다는 뜻이다. 증권사 IRP계좌를 통하면 고객들이 해외주식형 펀드, 국내외 ETF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특히 퇴직연금 시장은 ‘승자독식’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수수료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고객을 확보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다수 증권사들의 판단이다.
국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시장 전체적으로 보면 여전히 은행의 시장점유율이 높지만 증권사가 조금씩 격차를 좁히고 있다”면서 “증권사들의 수익률이 높다는 점 때문에 특히 신규 고객들이 증권사 IRP에 관심을 갖고 있어 유치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