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선진국가로 향하는 대한민국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국가경쟁력은 뒷걸음치고 이제 겨우 국민소득 2만 달러 졸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고착화된 저성장과 더불어 사회 전반에 활력과 생기는 사라지고 있다. 이는 세계경기 침체와 강대국들의 각축전, 북한 변수 등 대외적 원인도 있지만, 무엇보다 대한민국 내 도약과 혁신을 위한 국가 구심점이 점차 흐려진 탓이 크다. 2015년 대한민국은 선진화의 도약을 위한 노정에 다시 서야 한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올 한해 그 험준한 길을 함께하며 발전을 지체시키는 걸림돌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신년 대토론회 “2015년, 혁신의 돌파구를 마련하자”를 개최했다. 다음은 광운대 행정학과 김주찬 교수의 발제문이다. |
▲ 바른사회 시민회의 신년대토론회 <혁신이 기회다! “2015년, 혁신의 돌파구를 마련하자”> |
박근혜 정부의 규제개혁 노력은 지난 정부의 노력에 비해 그 지속성이나 추진 강도, 대통령의 추진 의지등에서 확실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규제개혁 노력의 성패가 대통령등 최고위 정치 지도자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OECD 보고서의 권고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현 정부의 규제개혁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한국적 행정환경 하에서 대통령의 의지가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개별 규제에 대한 폐지 노력과 함께 추진된 것이 규제개혁 시스템의 개선이다. 박근혜 정부는 정부의 규제개혁 의지를 천명하는 수단의 하나로 규제조정실장의 민간 전문가 영입을 추진한 바 있고 3차례에 걸친 공모라는 유례없는 진통 끝에 민간 적임자를 임명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피규제자의 입장에서 규제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공무원 사회에 전달되는 효과가 있었다. 이와 함께 추진된 규제비용 총량제의 적용을 위해 각 부처는 합리적인 규제 비용의 추산을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지방규제 개선을 위해 지자체간 경쟁 시스템의 도입과 평가를 통해 규제개혁 노력이 일선에서부터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규제개혁이 지속성을 가지고 정부 정책의 주요 아젠다로 계속 기능하기 위해서는 보다 제도화된 규제개혁 시스템을 가져야 한다는 김종석 교수님의 발제문에 적극 동의하는 바이다.
규제는 사회, 경제 시스템의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진화하기 때문에 정부규제에 대해서 일상적인 체크를 통해 이를 개선하고 시대흐름이나 변화에 맞지 않거나 기술 수준의 발전을 반영하지 못하는 규제는 개선하고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
그런데 현행 규제개혁 시스템은 규제의 질적인 품질개선 보다는 양적 관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한계가 있다. 물론 의도한 정책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규제, 사회적 비용이 편익보다 큰 규제등 폐지의 대상이 되는 규제들도 계속 발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책 목표의 달성을 위해 보다 합리적인 규제수단은 없는지, 보다 비용-효과적인 규제수단은 없는지, 발달한 민간의 기술수준이나 시장 친화적 방법을 활용한 규제수단은 없는지, 규제준수율을 높일 수 있는 규제수단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논의, 즉 규제품질 개선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소홀하여 향후 규제개혁 시스템 강화에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시스템 설계시 규제개혁 관점의 다양화 노력이 필요하다. 이론적으로 문제점 지적이 많이 되는 규제들은 진입규제로 작용하는 규제들이다. 그런데 진입규제의 장벽을 제거하는 규제개혁은 그 경제, 사회적 파급효과에도 불구하고 규제개혁의 인센티브 귀속이 불분명하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잠재적 시장참여자는 그 실체가 불분명 하고 궁극적인 수혜자는 조직화되기 어렵다. 또 많은 경우 진입장벽을 규제로 느끼는 대상이 없기 때문에 공론화되기도 어렵다. 반면 현재의 진입장벽하에서 이익을 향유하는 층에서는 규제개혁이 달가울리 없다. 따라서 단순히 피규제자의 준수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의 규제개혁으로는 이러한 본질적 문제들을 해소하기 어렵다.
특히 규제가 복잡할수록, 이해관계의 충돌이 클수록, 공공기관 역할 변화가 커질수록 복잡한 정책 문제를 수반하고 있어 규제개혁을 위해서는 보다 비중있는 주창자, 즉 정책혁신가 (policy entrepreneur)를 필요로 한다.
정책혁신가는 미래의 정책에 대한 기대로 자신이 가진 자원을 투자하는 사람으로 전문적 지식을 가진 설득력, 정치적 네트워크와 협상력, 그리고 소신과 끈기를 갖추어야 한다. 난이도가 높은 규제개혁일수록 이러한 정책 혁신가의 역할이 중요해 진다.
발표문에 있는 것처럼 규제개혁위원회에 차관급 상임위원제도가 신설된다면 또 하나의 공무원 조직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정책혁신가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 설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김주찬 광운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