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이 메이저리그 첫 선발 등판에서 인상적인 호투를 했지만 다시 불펜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 우드워드 텍사스 감독이 양현종을 불펜으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드워드 감독은 8일(이하 한국시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양현종을 다시 불펜으로 돌릴 계획"이라고 얘기했다.
양현종이나 팬들의 기대와는 다른 텍사스의 양현종 활용법이다.
양현종은 첫 선발 등판했던 지난 6일 미네소타 트윈스전에서 3⅓이닝 4피안타(1홈런) 1볼넷 8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 제한 등으로 많은 이닝을 던지지 못했고, 4회 1사 만루 위기에서 물러났는데 구원투수의 도움으로 추가실점을 하지 않는 등 선발로서 완벽했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아웃카운트 10개 가운데 무려 8개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위력적인 구위를 선보였다. 3⅓이닝을 던지며 삼진 8개를 잡아낸 것은 텍사스 구단 역사상 2번째인 대단한 기록이었다.
하지만 우드워드 감독은 "다른 선발투수들이 모두 건강하다면 양현종을 다시 불펜으로 기용해야 할 것"이라고 향후 마운드 운영 계획을 전했다.
양현종이 선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일본인 선발투수 아리하라 고헤이가 손가락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주사 치료를 받은 아리하라는 부상을 털어내고 불펜 피칭을 하며 선발 복귀 준비에 들어갔다. 아리하라가 다시 로테이션에 가담하면서 양현종이 자연스럽게 불펜으로 돌아가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양현종은 사실 불펜투수로서 텍사스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다. 선발 등판에 앞선 두 차례 불펜 등판에서 모두 4⅓이닝을 던지는 롱릴리프를 맡아 각각 2실정,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선발투수가 일찍 무너져 조기 투입된 상황에서 긴 이닝을 소화해주며 팀 불펜진의 소모를 최소화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냈던 것.
이처럼 양현종이 불펜에서 쓰임새기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선발 투수로 자리잡는 것과는 위상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
불펜으로 돌아가더라도 양현종이 또 선발 기회를 얻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우드워드 감독도 양현종에 대해 "아주 가치 있는 선수다. 어떤 방식으로든 활용할 것"이라며 불펜이든 선발이든 중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맛보기 첫 선발 등판을 통해 양현종은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고, 팀 선발진에서 부상 또는 부진으로 대체 투수가 필요할 때는 확실한 1순위 후보임이 분명해졌다. 구위 유지를 하면서 구원 등판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면 선발 기회는 조만간 또 찾아올 것이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