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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신뢰 잃은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 구악 폐습 벗어라

2021-05-10 13:00 | 김태우 차장 | ghost0149@mediapen.com

산업부 김태우 기자.

[미디어펜=김태우 기자]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에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 집행부에 끌려 다니던 모습과 달리 조합원을 비롯한 근로자들은 합리적인 판단으로 집행부의 전면파업 선언에도 꾸준히 출근해 조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르노삼성은 노조 집행부가 전면파업을 선언했고, 회사는 부분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하지만 현재 80% 가량의 근로자들은 출근하면서 공장은 정상 가동되고 있다.

노동조합원 중 일부가 파업 기간 중 '무노동 무임금'으로 인한 생활고를 못 이겨 이탈하는 경우는 있어도, 대다수의 인원이 단순 파업 불참도 아니고 사측이 요구하는 근로희망서까지 써 가며 근무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런 모습은 현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의 위신이 바닥에 떨어져 있음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다. 특히 현재의 파업은 조합원들의 뜻과 무관하게 집행부가 독단적인 모습으로 이끌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앞서 르노삼성 노조원들은 지나 2월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절방 이상이 파업에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이는 자동차업계의 임금 및 단체협약 과정에서 관례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이다. 

정당한 쟁의행위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보다 낳은 협상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 진짜 파업을 위한 찬성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만 놓고 봐도 진짜 파업을 원하는 조합원들이 적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같은 조합원들의 행보는 '무노동 무임금'이라는 손실을 직접 감내해야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어려워지는 자동차 산업 환경에서 회사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고 이런 리스크를 키우고 싶지 않다는 이유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의 이같은 모습은 지난 4년간 회사측이 동결시켜온 기본급에 대한 불만으로 강경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인해 임금인상보다는 일자리 보존에 포커스를 맞춰야 할 때이기에 르노삼성의 이같은 행보가 안타깝게 보이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맏형격인 현대자동차는 지난 2019년과 2020년 2년연속 무분규 임단협 합를 성공시켰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지만 시장변화에 따른 일자리 보존에 공감대가 형성되며 이같은 모습을 보였다. 

현대차의 임단협 조건은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150%, 코로나 위기 극복 격려금 120만원이었다. 매출이 올라간 만큼 기본급동결에 반발할 것이라는 업계의 관측이 있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이런 결정은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기로 인해 일자리 보존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인류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발하며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상황이 됐다는 것도 한몫을 했다. 

강성노조의 대명사였던 현대차 노조가 이같은 결정을 하며 업계에도 시기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는 이런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전형적인 구악의 폐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생산라인. /사진=르노삼성 제공



지난해 7월 6일을 교섭을 시작하며 진행됐던 '2020 임금 및 단체 협상(임단협)'을 매듭짓지 못하고 5개 완성차업체 중 유일하게 해를 넘겨 현재까지 이어가고 있다.

현 집행부를 바라보는 조합원의 시선도 곱지 않다. 지난 4일부터 르노삼성은 부산공장과 전국서비스센터 쟁의행위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키로 했다.

직장폐쇄는 근로자 측의 쟁의행위에 대항하기 위해 사용자가 공장과 작업장을 폐쇄하는 조치로 다수의 조합원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실제 파업에 참가하는 조합원 규모는 전체의 30% 수준을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인력인 약 1500여명의 조합원은 생산을 위해 라인에 서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즉 대다수 조합원은 현 노조 집행부를 외면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유는 해를 넘긴 임단협에 대한 피로감이다.

회사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과거 강성 노조의 전유물인 '파업'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현 집행부의 무능력함을 질타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는 게 내부 핵심 관계자의 증언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기본급 7만1687원 인상과 격려금 7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고 사측은 기본급 동결과 격려금 500만원 지급을 제시하고 있다.

올해 르노삼성의 상황은 자타가 인정할 만큼 어려운 상황이다. 특별한 신차가 없는 상황에서 쏟아지는 완성차 업계의 신차들 사이에서 버텨야 한다. 특히 현재 진입장벽이 낮아지며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수입차들과도 경쟁을 벌여야 하는 실정이다. 

올 1~4월까지 르노삼성의 판매 실적은 내수 1만8595대를, 수출 1만2817대 등 총 3만1412대 판매이다.

이 같은 수치는 전년 동기 대비 내수에서는 약 40% 감소했고 수출은 22.4% 증가했지만 전체 판매실적은 24.3% 감소하며 올해 적자 규모가 지난해 적자금액인 790억원대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르노삼성의 입장에서 히든카드는 르노 '뉴 아르카나(New ARKANA)' 유럽 판매이다. 지난해 연말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뉴 아르카나(XM3) 750대가 첫 유럽 수출길에 올랐다.

현재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주요 국가에 판매되고 있다. 유럽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영향으로 판매가 여의치 않지만 장기적으로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향후 기존 닛산의 리프를 대체할 중요한 일감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현행 노조 집행부의 만행으로 뉴 아르카나의 수출물량을 국내생산라인이 아닌 타국으로 빼앗길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생산라인의 경쟁력이 확보되고 안정적인 수요에대한 공급이 이어져야 르노 본사역시 믿고 물량을 지원해 주겠지만 현재로서는 불안정한 생산으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9년과 2020년 연속으로 파업을 단행하며 이미 큰 생산차질을 빚었고 결국 적자를 내는 최악의 사태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현재의 노사갈등이 장기화로 이어져 자칫 생산 불안정으로 직결된다면 르노그룹의 수익성 중심 경영 전략인 '르놀루션(Renaulution)'에 따라 뉴 아르카나 생산을 제조원가가 확보된 유럽공장으로 선회할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는 점을 노조도 인식해야 한다.

이런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조합원들을 대표하는 노조 집행부가 하루빨리 조합원들의 민심을 읽고, 현명한 판단을 통해 꾸준히 르노삼성 브랜드 제품을 국내에 판매하는 나날이 이어지길 바란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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