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삼성의 총수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내우외환이 깊어지고 있다. 반도체 사업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디스플레이 사업의 노조 리스크까지 확대하는 양상이다. 리더십 부재로 인해 의사 결정이 지연되면서 기술 차별화 경영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20일(현지시간) 지나 러만도 미국 상무장관이 주재하는 화상 회의에 참가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반도체 칩 부족 문제 대응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와 미국 인텔, 대만 TSMC이 초대됐으며 반도체 수요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구글, 아마존도 포함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3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에서 QD디스플레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재계에서는 지난달에 이어 두 번째 미국 정부 주재 회의에 참석하는 삼성전자의 압박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참여는 물론, 현지 투자에 대한 시그널이 한층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인 참석한 반도체 관련 회의 이후 인텔과 TSMC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약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증설 투자를 저울질하고 있다. 기존 공장이 위치한 텍사스주 오스틴 등이 후보지로 거론된다. 텍사스 주 정부와 인센티브 협상도 벌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오는 20일 투자 계획이 발표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21일 한미정상회담 일정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재계에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삼성전자의 결정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쪽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쪽에 무게를 싣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백이 더 뼈아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과감한 의사 결정이 사라지면서 과거에 비해 사업 추진 속도가 떨어지는 모습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노조 이슈도 발등의 불이다. 오는 14일까지 진행하는 중앙노동위원회의 노동쟁의 조정절차에 따라 파업이 현실화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파업을 할 경우 지난해 5월 이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 이후 삼성에서 발생하는 첫 케이스가 된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 노동조합원은 전체 직원의 10% 수준이다. 그러나 파업을 벌일 경우 회사는 물론, 삼성 계열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QD디스플레이로 구조전환를 추진하는 대형디스플레이 사업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3조1000억원을 투자하는 QD디스플레이를 통해 대형 시장에서 전환점을 만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과거 노사 갈등의 골이 깊어졌을 때 총수가 해결사로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올해 초 SK하이닉스의 성과급 논란이 불거지자 최태원 SK 회장이 빠르게 움직였다. 당시 최 회장은 지난해 SK하이닉스에서 받은 급여를 전액 반납하기로 했고, 이후 노사는 합의점을 찾았다. 하지만 총수가 경영일선에 없는 삼성은 이 같은 해법을 내기 어려운 처지다.
재계 관계자는 “대외투자와 사내 이슈 등 그룹 경영 전반에서 총수의 유무는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총수와 전문경영인의 책임 경영은 결이 다르다”면서 “의사 결정이 미뤄지고, 회사에서 잡음이 발생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시그널로 볼 수 없다”고 말랬다.
한편 삼성 안팎의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경제계는 물론, 정치권, 종교계, 일반 시민들까지 이 부회장의 사면을 바라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이 부회장 사면에 찬성하는 의견이 70%에 육박했다. 한길리서치가 지난 8~11일 전국 만18세 이상 유권자 1010명에게 ‘이 부회장의 사면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질문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68.4%가 찬성한다(적극찬성 47.0%, 다소찬성 21.4%)고 답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