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 가상자산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숨고르기를 하는 가운데, 또다른 가상자산인 이더리움 가격이 4000달러(약 446만원)를 돌파하며 급등세를 이어 가고 있다.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커지는 추세지만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오류를 빚는 등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가상자산 투자 수요가 몰리며 거래소의 서버가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하나인 빗썸에서 지난 11일 새벽 5시께 화면 오류로 비트코인 가격이 갑자기 급등락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5시 이전까지만 해도 7200만원 안팎에 머물던 비트코인 가격은 해당 오류로 오전 5시 8분께 7797만400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한 시간여 뒤인 오전 6시 8분까지는 그래프가 뚝 끊겨 있다 다시 7100만원까지 내려왔다.
빗썸측은 오전 5시 14분에는 “현재 접속 및 주문량 폭증으로 인해 매매 주문 시 체결 지연 현상이 발생되고 있다”고 공지했다. 이달 5일과 7일에도 같은 내용의 공지를 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달에만 비슷한 상황이 세 번이나 반복된 셈이다.
이어 오전 5시 51분경 “사이트 내 메인 화면 시세, 변동률, 차트 표기 오류 현상이 발생해 현재 긴급 조치 중”이라고 공지를 띄우고 거래를 정상화했다.
또 다른 거래소 업비트에서도 같은 날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다. 오전 10시를 조금 넘은 시각 거래소 화면의 숫자가 움직이지 않았다.
업비트 측은 ‘긴급 서버 점검 안내’라는 제목의 공지를 띄웠다. 공지에는 “시세 표기 중단 문제가 확인돼 긴급 서버 점검을 진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문제가 해결된 건 한시간 여 뒤였다. 업비트는 오전 10시 58분 거래가 정상 재개됐음을 알렸다.
접속 및 주문량 폭증에 따른 국내 양대 코인 거래소의 오류에 소비자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더 이상 어떻게 믿고 거래를 할 수 있겠냐는 의견도 나온다.
올 초부터 비트코인 거래를 시작했다는 40대 여성 김모씨는 “거래소 가격 변동표가 멈춰 황당했다”면서 “국내에서 그래도 가장 크다고 하는 거래소 둘다 문제를 일으켰으니 앞으로는 무얼 믿고 가상자산을 거래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비트코인 광풍이 불어닥친 이후부터 가상자산 거래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실제 지난달 원화 거래를 지원하는 14개 가상화폐 거래소의 하루 거래대금이 24조원에 달하는 등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달 초(7일 오전 기준) 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 등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하루 거래대금은 44조9716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날 코스닥 거래대금이 8조3295억원, 코스피 거래대금이 14조8144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각각 5배,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최근 가상자산의 거래량 폭증은 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 이른바 ‘알트코인’들의 상승 랠리와도 관계가 있다.
최근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 알트코인은 비트코인이 부진한 틈을 타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실제 지난달 비트코인이 2% 상승한데 비해 이더리움은 40% 급등했다.
이더리움은 이날 오후 1시 현재(한국시간 기준) 글로벌 암호화폐 시황 중계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서 24시간 전보다 13% 폭등한 4341달러에 거래되며 사상 최고치 기록을 새로 썼다.
전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로 7% 가까이 급락했으나 이날은 저가 매수세가 대거 유입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이더리움의 시총도 5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더리움의 시총은 이 시각 현재 5028억달러로 비트코인(1조달러)과 격차를 더욱 좁혔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코인 열풍으로 국내 투자자들이 잠 못 이루는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대부분 국내 거래소를 통해 가상자산을 사고파는데 거래소의 매매 지연 사고가 빈번하다는 건 근본적인 신뢰를 깰 수 있는 문제인 만큼 심각하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가상자산의 경우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처럼 어떤 실체가 있는 회사에 투자하는 게 아닌 만큼 거래소 내 가격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면서 “거래소들이 서버 증설로 대응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트래픽 증가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