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KAIA) 회장이 치열한 전기차 시장 경쟁에서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고임금 과잉인력의 효과적 해소를 통한 연구개발(R&D) 여력 확보'를 꼽았다.
정 회장은 13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자동차산업경쟁력을 고려한 탄소중립 전략 및 과제'를 주제로 열린 '제15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개회사를 통해 "2050년 자동차산업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내에서 전기동력차(전기차, 수소전기차) 산업을 발전시켜 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KAIA) 회장. /사진=자동차산업연합회(KAIA) 제공
정 회장은 "최근 세계 전기차 업계는 테슬라 등 뉴커머와 GM, 현대차·기아 등 전통 자동차 기업들뿐만 아니라 리비안, 루시드 등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등 혁명적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들 스타트업들은 테슬라를 뛰어 넘는다는 전략으로 SUV, 픽업트럭 등 다양한 모델 도입, 내재화나 외주화 생산방식 채택 그리고 온라인 위주의 혁신적 판매방식 발굴 등으로 혁신을 주도하고 있어 향후 10년내 글로벌 자동차 산업 재편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현재 강자 중 일부는 경쟁에 밀려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회장은 특히 중국 자동차 업계의 급부상이 국내 업체들에게 큰 위협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중국 자동차 업계는 지난 30년간 굴욕을 당하면서까지 서방의 기술과 경험을 빠르게 학습한 후 자동차 산업재편 시기를 맞이하여 서방과의 진검승부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Nio, BYD, 샤오펑 등 일부는 이미 혁신적 판매전략 등으로 글로벌 강자로 부상하고 있어 우리와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이 매우 중요하나, 높은 인건비 부담 등으로 우리 기업들의 R&D여력이 글로벌 기업 대비 낮은 것이 문제"라면서 "R&D여력을 감안한 인건비 인상, 장기근속위주 과잉 인력의 효과적 해소 그리고 높은 생산유연성 확보에 특히 노사가 지혜를 모아 가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국내 전기동력차 시장이 수입차 브랜드에 잠식당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경계를 표했다. 그는 "정부에선 전기동력차 보급을 서두른 나머지 국내 전기동력차 생산기반은 위축시키면서 수입을 유발하는 정책의 차질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향후 탄소중립정책은 국내 산업기반 형성을 촉진하는 방향에서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날 포럼에서 권은경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실장은 '자동차산업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전략 및 과제'를 주제로 전기동력차 동력계 비용, 규모의 경제 달성, 과잉인력 해소, 충전 편의성 제고와 환경규제 개선 등 전기차로의 산업구조 전환을 위한 전제 조건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을 발표했다.
권실장은 먼저 내연기관차 대비 전기동력차의 경쟁우위 확보가 중요하다면서 "전기동력차 생산·판매시 기업들이 정상적 이윤을 내도록 해야하고, 전기동력차 가격경쟁력 제고를 위한 동력계 비용 완화, 부품수나 공정작업수 대비 과잉인력의 효과적 해소가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기동력차 가격은 동급 내연기관차 대비 1.8~4.1배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차량가격 중 가장 비중이 큰 동력계 부품의 경우 전기동력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2.6~3.7배 수준이나 생산 규모는 순수전기차(BEV) 3만대, 수소전기차(FCEV)는 5000대에 불과해 규모의 경제 확보가 지연되고 있다.
또한 전동화 전환 시 약 30%의 차량부품과 작업공수가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고령인력으로 구성된 우리의 과잉 인력구조와 노동경직성은 전기동력차의 가격경쟁력 확보에 장애요인을 될 것으로 지적된다.
권 실장은 이런 시각에서 "앞으로 전기동력차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동력계 비용 저감을 위한 Nio의 BaaS(Battery as a Service)와 같은 새로운 판매 방식 도입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장기근속 위주의 인력구조 조정과 파견·대체 근로의 합법적 활용 등을 통한 생산 유연성 확보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권 실장은 "외국기업 대비 우리 기업들의 경쟁우위 확보도 중요하다"면서 "전기차 시장 규모가 점점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산업 육성 대책이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경우 차별적 보조금 정책, 기술개발, 적극적 M&A추진 등 정부와 업계가 공동으로 해외 글로벌 업체들과의 경쟁을 위해 준비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권 실장은 지나치게 빠른 내연기관차 퇴출 스케줄의 부작용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우리 업계의 전기동력차 시대로의 효과적 전환을 위해서도 내연기관차 퇴출은 신중하게 접근돼야 한다"면서 "특히 내연기관차 판매금지는 내연기관차의 친환경화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한편, 우리 자동차 산업이 중국에 의해 좌우되는 상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전기동력차 개발과 생산 전환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서도 내연기관차가 일정 부문 개시카우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배터리와 희토류 원재료에 대한 우리의 높은 중국의존도를 감안하는 경우 앞으로 우리는 수소차, 전기차, 내연기관차 등 다양한 동력원의 자동차 포트폴리오가 유지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실장은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외국계 완성차 3사에 대한 지원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국내 외투업체들의 경우 매출감소, 영업적자 확대 등으로 내연기관차 생산모델 배정조차 여의치 않은 어려운 상황으로, 전기동력차 투자 여력 확보를 위해 구매보조금 유지와 보완, 전기동력차 동력계 비용 완화 지원, 산업구조조정 및 인력 구조조정 등의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어 "강도 높은 환경규제로 인해 기업이 경쟁력, 이윤기반, 투자여력을 잃어 전기동력차 전환 투자가 어려워진다면 좋은 취지의 규제라도 궁극적으로 국내 탄소중립 달성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국내 업계의 상황을 감안한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한호 서울대학교 교수는 '동력원별 차량 전주기 환경성 분석 및 시사점' 주제발표를 통해 전기 및 수소 생산 등 전 과정에서의 배출량을 총괄적으로 평가하는 전과정 평가(LCA) 방법론 검토에 따라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친환경성이 달라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자동차 연료와 관련된 생산, 운송, 충전, 사용단계를 포함한 배출량 분석방법인 WTW(Well-to-Wheel) 관점에서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 국가별 발전 믹스에 따라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사이에 배출량 우열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친환경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같이 신재생 발전비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전기차의 배출량이 내연기관 등 타차종 대비 낮지만, 석탄화력발전 의존도가 높은 중국(2015년 기준 90% 이상)의 경우, 전기차 배출량이 하이브리드차 대비 오히려 더 많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국내의 경우 준중형 차급에서는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가 동등한 수준으로 평가되나, 중형 SUV급에서는 대용량 배터리 사용에 따른 차량 무게 증가와 전비 하락으로 전기차의 전과정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의 발전 믹스 변화 및 신재생발전 비율 확대에 따른 전기차의 전과정 배출량 감소 및 엔진 효율 향상으로 인해 당분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친환경성에 대한 논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노싱크 컨설팅 김철환 박사는 '중장기 전기차 충전인프라 구축 방향' 주제발표를 통해 향후 국내 충전인프라 구축은 향후 대규모 전기차 보급 상황을 고려해 충전소 접근성 향상 및 전력공급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전기차 보급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충전인프라 구축비용 역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필요 재원확보 및 충전소 구축비용을 고려한 전기차 보급전략 마련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국내 충전인프라 구축은 대규모 전기차 보급 상황을 고려해 충전인프라 접근성 향상 및 전력공급 방안 마련 필요하다"면서 "급속충전 인프라는 긴급 충전 위주의 보완적 충전 방안으로 활용하고, 주거지, 근무지 등에 기초충전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는 식으로 충전 인프라 접근성의 획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노훈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책임연구원은 '국내 수소충전 여건 분석 및 시사점' 주제발표를 통해 세계 1위 수소차 보급률에도 불구, 부족한 충전 인프라에 따른 국내 수소전기차 산업 발전 속도의 지체 우려를 제기했다.
박 책임연구원은 "4월 현재 우리나라는 1만2000대의 수소전기차가 보급돼 전 세계의 35%를 점유하는 세계 최고 보급국가이나, 수소충전소 구축은 세계 4위로 다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소차는 정부와 업계의 노력으로 일찌감치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덕에 보급이 활성화됐지만, 수소충전소는 지역주민의 반대와 구축 승인 지연 등으로 수소차 보급 속도보다 더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수소충전소를 운영하는 민간사업자는 주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고, 설치보조금이 일원화돼 설치비가 많이 소요되는 수소직접생산방식(On-site) 충전소 구축에 한계가 있는 점과, 수소차 사용자가 실시간 충전 정보 파악이 어려워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언급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