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효과…1분기 국내은행 순익 큰폭 증가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국내은행의 1분기 순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관리 중인 HMM‧대우조선해양 등이 업황회복에 따른 평가이익이 급증하면서 산은의 당기순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한 데 따른 효과다. 하지만 산은을 제외한 18개 은행의 순이익은 상대적으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5조 5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3조 2000억원 대비 2조 3000억원 증가했다. 순이익 급증 배경에는 산업은행의 비경상적 요인이 컸다. 

우선 산은이 국적 원양선사인 HMM의 관리단을 맡으면서 주가변동에 따른 전환사채 평가이익 증가 등으로 9000억원의 비이자이익을 확보했다. 최근 세계적인 해운호황이 HMM의 주가를 대폭 끌어올리면서 산은도 덩달아 수혜를 보는 것이다. 

또 주가급락으로 산은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킨 대우조선해양이 올 1분기부터 평가이익 500억원을 시현했다. 지난해 1분기에는 9000억원의 손상차손을 냈다. 이와 함께 한국전력의 배당수익으로 3000억원이 순이익에 잡혔다. 산은 홀로 순이익이 1조 8000억원 늘어난 것이다. 

산은을 제외한 18개 은행 기준 순이익은 5000억원 증가한 4조 1000억원을 기록했다. 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은행이 각각 2조 5000억원, 3000억원, 300억원의 이익을 내 2조 9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산은을 제외한 수출입은행·기업은행·농협중앙회·수협중앙회 등 특수은행은 1조 3000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했다. 

1분기 국내은행의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각각 0.27%포인트(p), 3.46%p 상승한 0.73%, 9.70%를 기록하며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산은을 제외한 18개 은행 기준으로는 ROA 0.59%, ROE 8.42% 수준으로 각각 0.02%p, 0.44%p 상승하는 데 그쳤다.

국내은행의 손익을 살펴보면 이자이익으로 10조 8000억원을 벌어들였다. 전년 동기 10조 1000억원 대비 7000억원 증가했다. 대출 및 예금에 수반되는 기금출연료‧예금보험료의 비용을 차감한 이자이익은 9조 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00억원 증가했다. 순이자마진(NIM)이 줄어들었지만 대출채권 등 운용자산이 9.7%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이 기간 NIM은 1.43%를 기록했다.

비이자이익은 2조 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 7000억원 대비 8000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산은을 제외한 비이자이익은 1조 3000억원으로 오히려 1000억원 감소했다. 감소 배경에는 유가증권관련이익으로 1000억원, 외환·파생상품관련이익으로 2000억원이 각각 감소했기 때문으로 꼽힌다. 수수료이익은 1000억원 증가했다.

은행들의 판매비와 관리비는 5조 7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가 2000억원 증가한 반면, 물건비는 1000억원 줄어들었다. 대손비용은 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00억원 줄어들었다. 지난해 코로나19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을 확대하면서 반사효과로 대손비용이 줄었다는 평가다. 

은행들의 영업외이익은 400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1분기 대비 1조 2000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산은의 실적을 제외한 18개 은행을 산출하면 오히려 1000억원 손실을 보였다. 은행들의 법인세비용은 순이익 증가에 따라 지난해보다 7000억원 증가한 1조 8000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