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의 부동산 정책 입안 과정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당내 불협화음 때문이다.
지난 4·7 보궐선거에서 국민 저간에 깔린 '부동산 민심'을 읽지 못하고 참패한 민주당은 새 부동산 정책 입안을 위해 4월 27일 부동산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논의해왔지만, 지난 20일 특위에서 재산세 감면안만 확정했다.
재산세 감면 상한선을 기존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안만 가닥을 잡았다. 신설되는 6~9억원 구간에 대한 감면 비율은 여전히 정리되지 않아 차후 논의가 더 필요하다.
문제는 재산세 완화 자체에 대해서도 당내 일부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는 24일 열릴 정책 의원총회에서도 이를 놓고 반발 목소리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진표 특위위원장은 20일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의총과 당정 협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정책 혼선을 야기하고 나중에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당정 간 재산세 관련 협의가 시작도 안 됐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사진 좌측)와 김진표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5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동산특위 1차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민주당 제공
정작 국민의 '부동산 민심' 풍향계는 재산세 완화 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거주 이전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대출 규제,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사적 분쟁을 조장하는 임대차 3법, 기존 재건축·재개발 규제로 인한 민간 공급의 축소 등 민주당이 민심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당내 의견은 엇갈리고 있어 새 정책 입안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고, 특위 출범 초기와 달리 완화 방향 자체가 축소되는 분위기다.
송영길 당 대표의 공약이었던 무주택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90% 확대는 사실상 '좌초'되었다는 평가가 높다.
20일 열린 당 대표와 3선 의원 간담회에서 한 참석자는 당의 부동산 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 우선순위를 정무적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뒤죽박죽"이라며 "무주택자 공급이 최우선"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국토교통위 여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은 이날 국토위원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나 "(부동산 정책 당론을 정하기까지) 아직 절차가 많이 남았다"며 "국토위 위원들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강경파도 있고 친시장파도 있다"면서 말을 아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사진 가운데)가 5월 20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3선의원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민주당 제공
당 관계자는 21일 본보 취재에 "송 대표 공약인 LTV 90% 확대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문재인정부 기조에 발을 맞춰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공급 대폭 확대 목소리가 가장 크다. 기존 규제를 완화하거나 세금을 내리는 것은 일부 특정집단에 해당되는 얘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당정 협의 등을 거쳐 가능한 한 다음 달(6월)까지 결론내고 발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시한을 못 박았다.
강병원 최고위원 등 친문 의원들이 종합부동산세 완화에 대해 '부자 감세'라며 반대 뜻을 분명히 하고 있는 가운데, 대출 규제 완화의 경우 민주당은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민심은 무섭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당내 이견이 조속히 정리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