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알링턴 국립묘지 한국 묵상의 벤치에는 ‘전쟁의 종식은 추모에서 시작한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우리는 영웅들의 숭고한 희생을 결코 잊을 수 없다. 용사들을 잃은 유가족들의 슬픔도 함께 기억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한국전 참전기념비 공원에서 열린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착공식에 참석해 “2022년 우리 앞에 설 추모의 벽에서 미국과 한국의 미래 세대들이 평범하고도 위대한 이름들을 만나길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한국전 참전기념비 공원에서 열린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착공식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참전용사 등과 추모의 벽 모형을 제막하고 있다. 2021.5.22./사진=청와대
이날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문 대통령은 6.25전쟁에서 헌신한 참전용사에 대해 감사와 한미 간 우호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국가보훈처가 추진 중인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건립 착공식에 참석했다.
이 사업은 지난 2016년 10월 7일 미국 상원에서 ‘추모의 벽 건립법’이 통과된 이후 성금 모금 등 한미 양국 각계의 노력 끝에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됐다. 특히 한국정부는 한미동맹의 새로운 상징으로 거듭날 추모의 벽을 조속히 건립하기 위해 지난해와 올해 예산 2420만 달러(274억원)의 97%가 넘는 2367만 달러(266억원)을 부담하며 전폭 지원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한국전 참전기념비 공원에서 열린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착공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2021.5.22./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2019년 현충일 추념사와 2020녀 6.25전쟁 70주년 기념사를 통해 두 차례에 걸쳐 2022년까지 추모의 벽을 완공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착공식을 통해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
문 대통령은 착공식에서 “71년 전 미국의 청년들은 포연에 휩싸인 한반도로 달려왔다.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난 적도 없는 국민을 지키기 위해 참전한 미국의 아들과 딸들이었다. 위대한 건국의 후예들이었다”며 “그들의 헌신과 희생 덕분에 대한민국은 자유와 평화를 지킬 수 있었고, 오늘 의 번영을 이룰 수 있었다”고 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한국전 참전기념비 공원에서 열린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착공식에서 추모의 벽 모형 제막을 위해 참전용사와 이동하고 있다. 2021.5.22./사진=청와대
이어 “그러나 우리는 수많은 영웅들을 떠나보내야만 했다. 오늘 우리가 첫 삽을 뜨는 추모의 벽에는 4만3769명의 이름이 새겨진다. 우리는 영웅들의 용기와 헌신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한국 정부는 마지막 한 분의 영웅까지 떠나온 고향, 사랑하는 가족의 품에 모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연인원 10만 명을 투입해 비무장지대를 포함한 41개 지역에서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2018년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미국에 송환한 55개 유해함에서 신원이 확인된 분은 74분이다. 북한 땅에서 잠든 용사들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북한과의 대화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한국전 참전기념비 공원에서 열린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착공식에서 양국 참전용사 등 참석자들의 시삽을 지켜보고 있다. 2021.5.22./사진=청와대
이날 착공식에 미국측에선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 부부, 존 틸럴리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재단 이사장, 손경준 6.25 참전 유공자회 회장, 참전용사(제임스 부쳐, 윌리엄 빌 웨버, 폴 커밍햄), 찰스 맥거번 참전용사 유족 등이 참석했다.
우리측에선 서훈 국가안보실장, 정의용 외교부 장관, 황기철 국가보훈처장, 이수혁 주미국 대사, 유연상 경호처장, 탁현민 의전비서관, 신지연 제1부속비서관, 신동호 연설비서관, 조용우 국정기록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한국전 참전기념비 공원에서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착공식을 마치고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공원을 나서고 있다. 2021.5.22./사진=청와대
추모의 벽은 ‘기억의 못’ 둘레에 화강암 소재로 된 높이 1미터, 둘레 50미터의 벽을 설치하는 형태이다. 벽면에는 미군 및 카투사 전사자 4만3769명의 이름과 함께 유엔참전국 수와 부상자 수를 새겨 넣을 예정이다.
착공식이 열린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은 미국 연방정부에서 직접 관리하는 미국 내 대표적인 한국전 참전 기념시설로 공원에는 6.25에 참전한 미군 19명이 판초 우의를 입고 정찰을 벌이는 모습을 표현한 유명한 동상이 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