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우 기자] 국내 2위 우유업체 남양유업이 경영권을 사모펀드(PEF)에 팔았다. 소비자의 자발적 불매운동으로 실적 악화에 빠진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되면서, 다른 기업들도 ‘소비자 눈치 보기’에 들어갔다.
28일 식음료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홍원식 전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 지분 53%을 포함한 경영권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에 대한 갑질 사태 이후 수렁에 빠지기 시작했다. 회사 측에서는 노조와의 상생 프로그램을 신설하며 이미지 개선에 나섰지만, 한번 등을 돌린 소비자들은 쉽게 마음을 풀지 않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잊지 말고 다시보자 남양유업’이라며 불매 운동 대상이 되는 제품을 모아놓은 게시물이 꾸준히 유포되기도 했다.
남양유업 대리점들까지 어려움을 호소했음에도, 지난해 영업손실 764억원으로 사상 처음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억제 불가리스 사태가 기름을 부었다. 불가리스 사태로 제품 생산의 약 40%를 담당하는 세종공장 2개월 영업정지 등 법적 처분까지 받게 됐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은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이례적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살을 깎는 혁신으로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갈 우리 직원들을 다시 한 번 믿어주시고 성원해주시기 바란다”며 경영권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다. 하지만 “소유와 경영을 완전히 분리하라”는 냉정한 지적이 돌아왔다.
1964년 창업한 남양유업은 결국 57년 만에 경영권을 다른 사람 손에 넘기게 됐다.
남양유업 사태를 지켜본 다른 기업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소비자 심기를 불편하게 해 불매운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 보다는, 일단 사과를 하고 사태 수습부터 하자는 식이다.
남혐 포스터 논란 이후 만들어진 GS25 불매운동 배너(왼쪽), 남혐 논란이 일자 즉각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소비자에게 적극 사과하는 BBQ/사진=온라인커뮤니티 제공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의 경우 ‘남혐 논란’에 세 차례나 휘말리면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소시지가 있는 '캠핑 포스터'에 이어 신제품 도시락 민물장어구이와 갈비살구이, 메로구이 등을 두고 일부 네티즌들은 도시락 이름의 앞 글자들을 연결해 '메갈민족'이라는 단어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GS25는 “신상품 출시에 따라 주력 상품군을 단순 나열한 것”이라며 억측이라고 해명했다.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일부 움직임까지 나오자, 결국 사장이 나서서 가맹점들에게 사과문을 보내기도 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비비큐(BBQ)는 공식 홈페이지에 메뉴를 설명한 그림이 남혐 손가락 모양이라며, 네티즌들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비비큐는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된 즉시 공식 SNS 계정에서부터 해명에 나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메갈이냐 아니냐를 따지기보다 우리 같은 소비재 기업들은 일단 사과부터 할 수 밖에 없다”며 “공식 사과를 해서 일을 더 키운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일단은 이를 감수하고 소비자에게 숙여야 하는 것이 기업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온라인 여론의 힘이 커지면서 홍보 게시물 하나를 만들 때도 신경 써야 하는 것이 많아졌다. 아무도 거스르지 않고, 화제성도 있는 홍보마케팅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미디어펜=이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