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취임 한달을 앞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국’이라는 뜻밖의 난관을 맞이했다.
“당명 빼고 다 바꾸겠다”던 송 대표는 그동안 민생·경제 현안에 집중해왔다. 1일까지 대국민 소통 프로젝트인 ‘찾아가는 민주당’ 일정을 마치고 이를 종합해 대국민 발표를 할 계획이다.
하지만 같은 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출간 소식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은 이미 민주당의 ‘쇄신’보다 조 전 장관과 관련한 논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또다시 ‘조국의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은 선주문만 1만5,000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8쇄에 들어가 4만부를 제작하는 상황이다.
야권에서는 이를 계기로 민주당을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특히 지난 4·7 재보궐선거 이후 현 정권과 여당에 등을 돌린 2030세대들이 추구하는 ‘공정과 정의’를 강조하면서 ‘조국 프레임’을 강화하고 나섰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SNS를 통해 “조국이 민주당이고, 민주당이 바로 조국”이라고 평가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조국은 불공정과 불법, 거짓과 위선의 상징”이라면서 “그들이 ‘조비어천가'를 목놓아 부를수록 민심은 더 싸늘해질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윤희숙 의원도 “국민은 눈에 안 보이고 ‘머리가 깨져도 조국’을 외치는 강성 지지자만 보고 정치하겠다는 것”이라며 “대선 주자들이 모여 조국 저서를 놓고 ‘우리 시대의 공정이란 무엇인가’의 화두와 진지하게 씨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수구보수 진영의 대권 후보’로 표현한 책 내용도 문제삼았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에서 “책을 통해 신원과 지지층 결집에 나선 듯하다”며 “자서전인가, 자전적 소설인가. 촛불로 불장난을 해 가며 국민 속을 다시 까맣게 태우려 한다”고 질타했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후 변화와 쇄신을 추진하던 송 대표는 당을 흔들었던 ‘조국 사태’가 재발할 조짐에 난감한 상황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박민규 기자
송 대표는 취임 이후 개편된 각 분야의 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부동산·반도체·백신 등 민생·경제현안에 집중해 왔다. 당내 강경파가 주장해온 검찰·언론개혁에 대해서도 “민생이 우선”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특히 오는 6월 초 ‘조국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권의 대권주자들까지 조 전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상황이 예민해졌다. 자칫하면 당내에 ‘친조국 대 반조국’ 대치 전선이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내 한 핵심 관계자는 “지난 한달간 당의 쇄신을 위한 송 대표의 행보가 조 전 장관의 회고록 출간으로 스텝이 꼬여버렸다”며 “지지층 내에서 조 전 장관의 위치를 고려하면 송 대표도 마냥 외면하고 지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