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지난달 29일 저녁 중부고속도로. 전라도 광주에서 경기도 광주로 이동하는 길이었다. 전방을 주시하며 밤길 운전에 집중을 하고 있던 도중 룸미러에 후방에서 다가오는 차량의 헤드라이트 불빛이 눈길을 끌었다.
보통 한 포인트 또는 한 면으로 빛이 나는 것이 보통의 헤드라이트이지만 여러조각으로 나뉘어 보이는 모습이 독특했다. 속도를 줄이고 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니 기아의 첫 E-GMP 전기차 EV6였다. 어두운 밤길에서도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는 EV6였다.
고성능 모델인 기아 EV6 GT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단 3.5초 만에 돌파한다. 내년 하반기 출시 예정이다. /사진=미디어펜
뒤에서 다가오는 앞모습도 인상적이었지만 뒷모습은 고속도로를 꽉 채우는 듯 한 느낌이 들만큼 강렬했다. 뒷면 전체를 하나의 라인으로 이어놓은 브레이크 등이 중형 이상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같은 느낌이었다. 밤에 보는 EV6는 전체 디자인을 볼 수 없는 실루엣이었음에도 그 존재감 만큼은 확실했다.
이런 기아 첫 전용 전기차 EV6를 지난 2일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에 마련된 전시거점에서 찬찬히 다시 만나봤다. 이미 E-GMP를 베이스로 한 차는 현대차 '아이오닉5'를 경험했기 때문에 EV6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EV6는 아이오닉5와 전혀 다른 모습의 경쟁모델이었다.
EV6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바탕으로 제작한 기아의 첫 번째 모델이다. 사전계약 첫날에만 2만1016대가 예약돼 연간 판매 목표를 뛰어넘을 정도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런 인기에 결국 사전계약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질 만큼 꾸준하니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모델이 기아 EV6다.
아이오닉5가 말끔하고 정숙한 느낌의 세단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EV6는 라인업 구성부터 디자인까지 역동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디자인 면에서는 모두가 인정할 만큼 매력적인 디자인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대신하는 전면부의 '디지털 타이거 페이스'는 주간 주행등(DRL)과 곡선으로 어우러지며 날렵함을 더한다. 방향지시등에는 '순차 점등 LED 턴 시그널'이 적용돼 입체적으로 춤추듯 점등된다. 빛을 활용해 차별화한 느낌을 주고 안전한 차선 변경까지 돕는다.
전면에서는 실감하기 어려운 EV6의 크기는 후면과 측면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매끈하게 뻗은 루프라인은 후미등까지 연결되고, 후미등에서 시작한 '다이내믹 캐릭터'는 뒷바퀴를 지나 측면 아래로 이어지며 안정감과 입체감을 준다.
기아 EV6 뒷유리에는 와이퍼가 없는 대신 공력을 이용해 물방울을 제거하는 기능이 더해졌다. /사진=기아 제공
EV6 스탠다드 모델의 길이(전장)는 4680㎜로 아이오닉5(4635㎜)보다 45㎜ 더 길다. 높이(전고)는 1550㎜로 아이오닉5보다 55㎜ 더 낮다. GT라인은 길이가 4695㎜로 스탠다드 모델보다 길다. 전체적으로 아이오닉5보다 앞뒤로 길고 높이는 낮아 더 날렵한 차체를 갖췄다.
후면부는 측면에서 시작한 LED 램프가 수평으로 길게 자리해 좌우 크기가 더 넓어 보이게 한다. 느낌상으로는 현대차의 스타리아를 보는 듯한 미래지향적이고 웅장한 디자인이다.
뒷 유리에는 와이퍼가 없는 대신 공력을 이용해 물방울을 제거하는 기능이 더해졌다. 덕분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뒷모습이 완성되는데, 실제로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테스트해보고 싶다.
실내는 아이오닉5만큼 낯설지 않다. 내연기관차와 유사한 모습이 곳곳에 보인다. 아이오닉5가 '새로움'에 집중했다면, EV6는 '세련된 익숙함'으로 다가온다. 다만 고급스러운 모습을 잘 살려냈다. 운전자를 중심으로 넓게 배치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최근 출시된 내연기관차에도 사용된 바 있다. 실내를 더 넓어 보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아이오닉5에 적용돼 화제가 된 카메라 기반의 '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EV6에 적용되지 않았다. '움직이는 센터콘솔'로 주목받은 '유니버셜 아일랜드'도 마찬가지다. 그 대신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의 센터콘솔이 자리했다. 아이오닉5는 움직이는 센터콘솔 덕분에 개방감이 있었다면, EV6의 센터콘솔은 운전자를 감싸는 형태라 안정감이 느껴진다.
변속기도 또 다른 점이다. 아이오닉5는 스티어링 휠 뒤편에 칼럼식 변속기를 배치했다. 반면, EV6는 내연기관차에서 사용하던 원형 다이얼식 기어를 적용했다. 전반적으로 크게 낯설지 않아 좋다.
실내 공간은 2900㎜에 달하는 축간거리(휠베이스)를 바탕으로 넉넉하다. 성인 남성이 앉기에 머리와 다리 공간 모두 부족함이 없다. 트렁크도 520리터에 달한다. 2열 시트를 접으면 공간은 1300리터까지 늘어난다. 성인 남성이 눕기에도 충분한 크기라 '차박'에 훌륭한 조건이다.
이런 기아 EV6의 구성은 글로벌 전기차들이 내새우고 주장해왔떤 혁신이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산하 모델들은 완성된 차로 혁신을 보여주는 확실한 차별화를 통해 전기차 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리더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 밖에도 EV6는 아이오닉5와 마찬가지로 400V/800V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을 갖췄다. 800V 초고속 충전 시스템을 이용하면 18분 만에 10%에서 최대 80%까지 초고속 충전을 할 수 있다.
기아 EV6의 V2L 기능은 일반 가정의 시간당 평균 전기 소비량인 3kW보다 높은 3.6kW의 소비전력을 제공한다. 55인치 TV 70대를 동시에 작동할 수 있는 전력이다. /사진=기아 제공
외부로 220V 전원을 공급할 수 있는 V2L 기능을 갖춰 에너지 저장소로도 활용할 수 있다. EV6의 V2L 기능은 일반 가정의 시간당 평균 전기 소비량인 3kW보다 높은 3.6kW의 소비전력을 제공한다. 55인치 TV 70대를 동시에 작동할 수 있는 전력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EV6의 고성능 버전인 GT 모델도 함께 공개됐다. 다만 아직 완성된 모델은 아닌 개발단계의 모델이었다.
EV6 GT는 최고출력 584마력과 최대토크 75.5㎏·m의 동력성능을 바탕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를 단 3.5초 만에 돌파한다. 한국 역사상 가장 빠른 차로 기록될 것이다. 21인치 전용 휠과 D컷 스티어링 휠, 스포츠 시트 등이 적용돼 고성능 모델 고유의 감성을 부각한다.
기아 EV6는 운전자를 중심으로 넓게 배치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실내를 더 넓어 보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사진=기아 제공
EV6는 스탠다드, 롱 레인지, GT 라인 세 가지 모델로 오는 7월 출시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시장에서 먼저 선을 보인 뒤 국내시장에 소개된다. 이는 최근 탄소배출권 문제등으로 강화된 환경규제와 정부의 정책상 전기차 시장으로 급부상한 시장선점을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시장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EV6 GT모델은 내년 하반기 중 출시 예정이다.
모델별 시작 판매가격은 △스탠다드 4000만원대 후반 △롱 레인지 5000만원대 중반 △GT 라인 5000만원대로 예상되고 있다. △GT모델은 고성능인 만큼 7000만원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