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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경제 교과서, 길 잃은 고교 경제교육

2015-01-31 09:09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김소미 용화여고 교사
고교 경제교육이 길을 잃고 있다. 길을 잃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고사 상태라고 해야 할 듯하다. 국가가 번영하기 위해선 경제가 성장해야 하고,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선 경제교육이 바로 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고교 경제교육은 시장경제에 대한 왜곡과 사회주의에 대한 막연한 칭송 같은 것이 적지 않다. 나날이 심해지고 있는 국가 간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1인당 5만 달러 시대를 달성하려면 미래 일꾼인 청소년들이 제대로 된 경제교육을 받아야 한다.

최근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경제교과서가 수상하다’는 토론회에 참가했다. 자유경제원이 분석한 4종의 고교 경제교과서는 자유 시장경제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었다. 자유 시장경제는 과도한 경쟁, 약육강식, 빈익빈 부익부라는 질투의 프레임으로 설명한 반면, 사회주의나 수정자본주의적 혼합경제에 대해선 긍정적인 서술이 많았다.

국가와 정부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서술해 국가와 정부의 간섭이 시장의 자율경쟁보다 훨씬 나은 것처럼 묘사돼 있는 곳도 다수였다. 정부가 소득을 재분배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사회주의적 서술은 대표적인 오류다.

이런 이념적 편향성 외에 고교생들은 기본적으로 경제교육을 받을 절대 수업시간이 부족하다. 학생들은 1학년 『사회』 교과서를 통해 기초적인 생활경제를 접한다. 2~3학년 『경제』에서는 원론 수준인 미시·거시 경제학의 상당 부분을 배운다. 1학년의 경우 경제라고 부를 만한 비중도 매우 낮다.

『사회』에서 ‘경제 단원’은 전체 단원의 10% 정도의 작은 비중을 차지한다. 수업 시수도 평균 10~15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2~3학년에서 경제 과목을 선택할 경우 102시간이다. 경제를 선택하지 않을 경우 학생들이 경제를 맛보는 것은 1학년 때 10~15시간 정도가 전부다.

   
▲ 고교 경제교육은 시장경제에 대한 왜곡과 사회주의에 대한 막연한 칭송 같은 것이 적지 않다. 나날이 심해지고 있는 국가 간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1인당 5만 달러 시대를 달성하려면 미래 일꾼인 청소년들이 제대로 된 경제교육을 받아야 한다. /뉴시스
교과서 내용을 조금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기술적 내용 중심이다. 자산관리·재무 설계 및 환율의 가격 결정 원리 등과 같은 시험 문제풀이 위주의 각론이 집중되어 있다. 핵심 개념인 시장경제 철학이나 세계화 등에 대한 설명이 부실하다. 교과서는 세계화로 국가 간 빈부 격차가 늘어났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이 세계화로 발전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인데도 서술은 매우 부정적이다. 수탈론적 인식에 입각한 이데올로기적 편향성이 그대로 들어 있다. 경제교육에 있어 가장 기본적 개념인 자유(自由)와 경쟁(競爭)의 장점에 대한 설명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기본적인 개념조차 익히지 않은 상태에서 리카도의 비교우위, 한계효용 등은 제시된다. 오로지 시험 목적으로 공부하다 보니 경제는 어렵게 다가온다. 경제 과목은 수능에서 고득점자들이 선호하는 과목으로 축소된다. 웬만한 학생들은 아예 경제를 선택하지도 않는다.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가 지난 3년간 시행한 경제이해력검증시험(TESAT)에 출제한 기회비용에 대한 오답율은 한국 경제교육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연구소는 학생들이 기회비용을 애초부터 잘못 서술해 아예 오답을 정답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기회비용은 명시적 비용과 암묵적 비용의 합인데도 포기한 것 중 가장 큰 것만 선택하는, 즉 암묵적 비용만 계산한다는 것이다.

경제 교육은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경제의 핵심을 이루는 ‘자유’와 ‘경쟁’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청소년이 사회 전체를 바라보는 인식능력과 직결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키우는 경제교육이 시급하다. /김소미 용화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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