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현장경영이 이어지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지난 4월에 이어 2개월만에 또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지난 출장에서 LA와 앨라배마 등 서부 지역을 둘러본 정의선 회장은 이번에 동부 지역 시장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정의선 회장은 미국 시장의 신사업 투자와 함께 새로운 미국 정부와의 관계를 견고히 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14일 재계 및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이날 오후 김포공항 전용기 편으로 출국했다.
재계에선 정의선 회장이 지난 4월 미국 서부지역 출장을 통해 전기차 현지 생산 계획 등을 발표한 이후여서 이번 출장 목적도 향후 사업 점검 행보로 보고 있다.
이번 주 출장에서 정의선 회장은 보스턴, 매사추세츠주 등 미국 동부지역을 둘러보며 일주일 가량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지역은 현대차가 미국에서 추진 중인 자율주행, 로봇 등 미래 신사업의 거점이 모여있다.
현대차가 미국 자율주행기술 전문업체 앱티브와 합작한 '모셔널'과 지난해 12월 인수를 발표한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본사가 이 지역에 있다.
정의선 회장은 전기차, 자율주행을 포함한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며 신기술 역량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앞서 현대차는 한미정상회담에 맞춰 오는 2025년까지 미국 내 74억 달러(약 8조2000억원) 규모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투자 계획에는 아이오닉5 미국 생산을 비롯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 로봇 사업 확대 등이 담겨 있다.
정의선 회장은 신규 투자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이번 출장에서는 현지 사업 파트너들과 투자 일정 및 후속 조치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7년 245억달러 수준의 세계 로봇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CAGR) 22%를 기록하고 있을 만큼 촉망받는 산업분야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한 경제·사회적 패러다임 전환으로 올해부터 오는 2025년까지는 32%의 높은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해 1772억 달러 규모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 역시 미래방향성으로 로봇산업을 추가한 만큼 속도를 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정의선 회장의 행보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는 '그린뉴딜' 및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미국제품 구매)' 전략과 이와 연계한 전기차 정책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020년 신년사에서 그룹 연간 총투자 규모를 20조원 수준으로 확대해 당시부터 5년간 총 100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에 5년간 투자하는 금액을 연 단위로 환산하면 1조6000억원 정도다. 연간 투자 집행 규모인 20조원의 8% 수준이다.
미국에 이정도 금액을 투자한다고 해서 국내 투자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 수준이다. 그룹 전체에서의 비중은 크지 않지만 바이든 정부에는 충분한 '성의'를 표시할 수 있는 수준의 투자금액이다.
바이든 정부의 통상 정책은 이전 트럼프 정부보다 더 강력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고,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앞 다퉈 미국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자국 내 생산을 우선시하는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를 내세운 미국 정부의 움직임을 감안하면 현지 투자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기업은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결국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는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 전기차 모델의 미국 현지 생산도 바이든 정부의 '그린뉴딜' 및 '바이 아메리카'와 연계한 전기차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현대차그룹은 이르면 상반기 워싱턴DC에 UAM사업을 전담할 현지 법인 출범도 계획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새로운 미국시장은 미래산업에 더 큰 영향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진행되는 대규모 투자인 만큼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을 것이다"며 "보다 빠른 일처리를 위해 직접 나서 계획을 점검하고 시행에 옮기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