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윤광원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에 대한 승인여부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이 기업결합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좌담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이경문 의원,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 정의당 배진교.류호정.장혜영 의원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금속노동조합, 참여연대 등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이름홀'에서 '현대중공업-대우조선 기업결합, 왜 문제인가' 조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합병은 재벌 특혜, 고용.산업생태계 위협, 불공정 심화가 우려된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 기업결합, 왜 문제인가?' 좌담회 포스터/사진=참여연대 제공
첫 발제자인 민변 김종보 변호사는 "현대중공업의 지배구조 개편이 대주주인 정몽준 총수일가에게만 유리하게 진행돼 왔다"고 비판했다.
현중의 인적분할 과정에서 신설법인인 현대로보틱스에 현중 자사주를 배정해 의결권을 부활시키고, 정몽준 일가는 현대로보틱스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늘려, 지주회사를 통해 지배력을 강화했다는 것.
김 변호사는 "특히 자사주는 본질적으로 '미발행 주식'으로 신주를 배정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온당치 않고, 대주주는 자기 돈 없이도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으므로, '주주평등주의'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현중의 대우조선 인수로 독과점 심화가 예상되며, '회생 불가능성' 등 경쟁제한성 예외 사유도 존재하지 않아 기업결합 결정이 부당하다고 강조하고, 결국 조선시장 독점 강화와 정 회장 일가의 독점적 지위 공고화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안재원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장은 한국산업은행이 대우조선 매각을 발표하며 주장한 논리가 '빅2' 체제로의 조선산업 개편와 대우조선 경영정상화를 위한 인수합병(M&A)가 필수적이라는 것이었으나, 이는 실질적으로 '슈퍼 박1'체제를 추진하는 것으로, 구조조정으로 한국 조선산업 생태계를 파괴하고 왜곡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망했다.
안 원장은 유럽연합(EU) 중간심사보고서를 통해, 이 합병이 액화천연가스(LNG)선 경쟁을 저해한다고 보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조건부 승인을 위해 기술이전, 생산시설 축소, 일부 분리매각, 신생조선소에 생산기술 지원, 시장점유율 제한, 선가인상 제한 등이 고려된다면, 애초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매각을 추진하면서 내세운 조건이 무력화된다"며,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태호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수석부위원장은 "현대중공업 총수일가는 대우조선 인수를 통해 현중→한국조선해양(중간지주회사)→사업회사(대우조선, 현중, 미포조선, 삼호중공업)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완성형태를 갖추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 주도의 조선 1강 체제는 각사별 다운사이징과 생산시설의 축소를 핵심으로 하지만,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의계약, 밀실계약, 국가자산매각의 기본 원칙에 문제가 있었다"며 "기업결합이 성사되면 HSD엔진 중심 기자재 벨트가 붕괴되고, 지역사회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치원 변호사는 두 회사의 합병으로 중소 하도급기업, 기자재 공급기업에 대한 '구매독점'이 공고화될 것이라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하도급법을 상습적으로 위반, 제재를 받았음에도 이를 부인하고 피해구제를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서 변호사는 조선하도급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이나 제도개혁이 부재한 현 상황에서 기업결합까지 이뤄지면, '을'의 지위는 변동이 없거나 더 열악해지고 '갑'은 가격결정 지위까지 획득할 개연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한업은행이 대우조선의 하도급 불공정 거래 강요 등 위법.비윤리적 경영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불공정 거래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덕용 회계사는 "최대주주의 이익에만 공헌하는 현대중공업의 재벌 지배구조가 대우조선보다 더 효과적이라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중 인적분할 당시에도 지주사에 넘길 이유가 없는 자산인 현대오일뱅크, 현대글로벌서비스, 현중 자기주식이 지주의 최대주주가 될 정몽준 회장을 위해 넘겨졌으며, 지배력 강화를 위한 '자금줄'이 됐다는 것.
송 회계사는 "대우조선을 인수하기 위한 현중 물적분할과 중간지주사 체계 역시 현중 지주의 리스크는 줄이고 수익성을 높여, 정 회장 일가의 지배력 강화로 이어진다"면서,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을 매각할 게 아니라 공적 관리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좌담회 참가 단체들은 향후 현대중공업-대우조선의 합병에 대한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부당한 조건의 기업결합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두 회사의 합병은 EU, 일본, 한국의 심사만 남겨 놓은 상황이며,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심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언급했다.
EU의 경우 독과점을 우려, 조건부 승인이 내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우리 공정위 역시 조건부 승인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