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대기업을 중심으로 임금인상 폭이 가팔라지면서 재계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비용증가에 따른 생산성 증대가 우선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발 임금인상 레이스가 산업계 전반은 물론, 최저 임금 등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7.5%)와 LG전자(9%), SK하이닉스(8%) 등은 과거에 비해 임금인상률을 크게 높였다. SK하이닉스의 신입사원 초봉은 5000만원대로 올라갔다.
근로자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급여 인상은 최근 사회 분위기와 산업구조 변화가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MZ세대를 중심으로 급여와 성과급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기술 시장이 급변하면서 우수 인력 이탈 방지를 위한 안전장치도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정보기술(IT)·게임 업계의 연봉 인상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재계에서는 대기업의 임금인상 여파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임금단체협상을 앞둔 기업에게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양극화가 심화된 상황에서 많은 기업의 어깨가 무거워질 가능성이 있다.
임금인상으로 향후 기업들의 생산성 제고 노력이 핵심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용이 증가한 상황에서 이에 비례하는 수익 확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주요 기업들의 인건비는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한국경제연구원이 2016~2020년 30대 그룹 상장사의 재무실적 및 인건비를 분석한 결과 1인당 영업이익은 연평균 1.0% 감소한 반면, 1인당 인건비는 연평균 2.4%씩 증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일부 기업들의 급격한 임금인상이 일회성 이벤트인지, 아니면 앞으로 지속할 추세인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매년 임금인상 폭을 두고 노사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은 불안요소”라고 말했다.
한편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도 재계는 걱정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될 경우 최소 12만5000개에서 최대 30만4000개의 일자리가 감소될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남석 전북대 교수에게 의뢰해 진행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시나리오별 고용 규모(2021)’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최저임금 16.4% 인상으로 15만9000개, 2019년 10.9% 인상으로 27만7000개 일자리가 준 거으로 분석됐다.
지난 10년간 최저임금은 연평균 7.3% 인상됐다. 최저임금 미만으로 급여를 받는 근로자의 비율은 2018년 15.5%, 2019년은 16.5%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사용자의 최저임금 지급 능력을 고려해 인상률을 책정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근로자측의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는 1만원 이상의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만464원) 인상 시 최대 41만4000개 일자리 손실이 예상되며 특히 청년층 일자리가 최대 11만5만개 감소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최남석 전북대 교수는 “코로나19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 수요 감소와 더불어 저임금 근로자의 일자리를 크게 감소시킬 수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의 일자리 감소 효과를 감안해 최저임금 인상에 속도 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