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재집권을 꿈꾸는 더불어민주당이 '경선 연기론'으로 어수선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함께 대권 주자 '톱 2'에 자리한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가장 유력한 민주당 주자이지만, 당 내부에선 경선 연기론 불씨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단호하다. 당규·당헌 등 원칙에 따라 '경선 연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원래 이 지사는 이와 관련해 민주당 주자들 사이에 협공을 받았으나 최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박용진 의원이 우군으로 나서 주목된다.
추 전 장관은 15일 KBS 라디오에 나와 "1년 전 당원 투표로 당헌·당규를 만들어 (대선 주자) 경선에 대해 여러 규정을 완비했다. 이를 지키는게 국민 신망에 부합한다"고 강조했고, 박 의원 또한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선 연기론은) 이미 늦었다. 아주 격렬하게 후보 간 정책 논쟁, 경쟁을 하는게 맞다"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당내 빅 3 주자로 꼽히는 이낙연 전 당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여전히 경선 연기론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당내 초선 모임도 양분됐다.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는 15일 여의도 모처에서 정기 전체회의를 가졌는데, 자리에 참석한 30여 명의 초선 의원들은 2시간 동안 경선 시기를 논의했다.
이들 중 20여 명은 경선 연기를 주장하고 나머지 의원들은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측은 전략적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경선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폈고, 반대하는 측은 '명분 없는 경선 연기는 옳지 않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당 대표가 5월 25일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1대1 구도에서 윤석열 전 총장 등 야권 통합후보에게 밀리고, 민주당 또한 국민의힘에게 정당 지지도에서 뒤지는 것이 현 상황이다.
결국 기존 경선 원칙을 훼손할 만큼 여당측에 '경선 연기에 대한 명분이 있느냐' 여부로 관심이 쏠린다.
선택은 송영길 당 대표의 몫이다. 최고위원회를 거치지만 당 대표의 복심이 가장 큰 관건이 될 전망이다.
당은 16일 대선기획단 구성 작업에 본격 착수한다. 당은 이날 오후 최고위원회를 갖고 대선기획단 인선 및 운영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우선 최근 가장 큰 이슈인 야당발 '이준석 돌풍'에 맞서, 당이 대선기획단 인적 구성에서 과감한 세대교체를 시도할지 주목된다.
인적 구성을 마치고나면 구체적인 경선 일정과 방식 등 룰이 문제다. 주요 주자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일정과 룰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본보 취재에 "여당이 야당에 계속 밀리는 상황에서 이른 시일 내에 당 지도부가 교통 정리를 해야 한다는게 각 캠프의 기본적인 입장"이라며 "원칙을 지속한다면 경선 룰에 있어서 다른 주자들이 수용할만한 여지를 주는게 좋고, 원칙을 바꾸어 경선 일정 자체를 연기한다면 이재명 지사가 수긍할 정도로 경선 룰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장 크게 주목 받는 것은 경선 연기에 대한 명분인데, 주자들도 양분되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라며 "경선 컨벤션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무엇이 가장 좋을까에 대해 당 지도부가 확실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체적으로 이재명 지사를 제외하고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민주당 대권 주자들의 각 지지율을 어떻게 끌어올리고 경선 자체를 흥행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직접적인 액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전날 자신의 지지모임인 서울민주평화광장-성공포럼 공동토론회 후 기자들을 만나 "정치에서 자꾸 흥행 얘기를 하는 경향이 있지만 국민의 절절한 삶의 현장과 국민 뜻이 정말 중요하다"며 "원칙을 쉽게 어겨 정치 불신이 높은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원칙과 약속은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치는 신뢰가 중요하고 신뢰는 원칙과 약속을 지키는 데서 온다"면서 거듭 반대 의사를 밝혔다.
현행 당헌·당규상 대선 180일 전인 9월 10일까지 대선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당의 예비경선 일정을 감안하면 이달 본격 시작되어야 한다.
맞상대인 국민의힘의 경우, 대선 120일 전인 11월 9일까지 후보를 선출한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두달 먼저 등판하는 셈이다.
공은 송 대표에게 떨어졌다. 송 대표가 좌고우면 하지 않고 원칙대로 가려고 할지, 경선 흥행에 매달려 일정을 바꾸어 각 후보 간의 지지율 경쟁 시간을 벌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