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법정회생절차에 돌입한 쌍용자동차를 두고 보이는 정부의 오락가락 지침이 쌍용차와 관련업계를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정부의 압박에 해고자들을 예정보다 빨리 복직시키며 지금의 사태까지 오게 된 쌍용차지만 이제는 인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엇갈린 의견을 내놓는 곳이 다른 곳이긴 하지만 거시적인 시점으로 산업을 이끌어나가야 될 정부가 내부적으로 의견 통일 조차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사진=쌍용차 제공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4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차가 제시한 자구안에 대해 "2년 무급휴직을 비롯해 노조가 상당히 희생한 것은 맞다"면서도 "쌍용차가 2년 만에 회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내가 투자자라면 (회사가) 정상화되기 전에 인건비가 올라 부실화할 수 있다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2년 무급휴직이 사실상의 인력 구조조정 효과가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동걸 회장은 무급휴직 기간이 끝나는 시점까지 회사가 정상화될지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며 정상화되지 않은 상태로 휴직 인원이 복귀하면 인건비 부담을 버틸 수 없다는 점을 투자자의 시각에서 상기시킨 것이다.
직접 구조조정을 언급하진 않았으나, '불확실성을 제거한 명확한 인력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대통령의 압박으로 과잉 인력을 받아들인 쌍용차가 법정관리로 내몰린 상태에서 이번엔 국책은행 수장으로부터 인력 구조조정 압박을 받는 형국이다.
지난 2018년 국빈방문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쌍용자동차의 대주주였던 마힌드라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 해고자복직 문제해결을 요청했다.
이후 두 달 여만에 대통령 직속 경사노위가 주도하는 '노·노·사·정 합의'에 따라 쌍용차 해고자 117명의 복직 스케줄이 잡혔다. 이들은 2018년 71명을 시작으로 지난해 5월까지 모두 쌍용차로 복직했다.
쌍용차의 자체적인 경쟁력 부족으로 인한 경영 실패가 현재의 쌍용차 사태를 자초했다는 질타를 받고 있다. 더욱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주주 마힌드라의 지원 중단이 결정적 타격이 됐다.
하지만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에게 당장 필요치도 않은 100여명의 고임금 근로자(복직자들은 회사를 떠난 기간도 호봉이 인정돼 임금이 최상위 수준에 속한다)들을 받아들이도록 종용한 게 타당한 일이었는지는 어떤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도 수긍하기 힘들다.
쌍용차는 꾸준히 해고자 복직을 진행하고 있었다. 경영상황이 회복될 때마다 소규모로 회사에 복직시켜온 것이다. 티볼리의 성공적인 시장안착으로 G4렉스턴이라는 신모델로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는 시점에도 이들을 모른척 하지는 않았다.
쌍용차의 미래전력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 /사진=쌍용차 제공
더욱이 미래자동차 시장을 준비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왔다. 이 작업도 힘겹게 겨우 진행하고 있었다. 이런 쌍용차에게 정부는 100여명의 인력을 위해 말도 안될 조치로 압박해 결국 더 많은 인력들에게 고통을 안겨주게 되는 결과를 만들었다.
심지어 복직한 이들 중 일부는 회사 자구안을 놓고 벌인 노동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반대 여론을 부추기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쌍용차 자구안은 지난 7~8일 이뤄진 찬반투표에서 가결됐지만 찬성표가 52.1%로 아슬아슬하게 과반을 넘겼다. 특히 복직자들이 근무하는 본조(평택) 소속 조합원 투표에서는 오히려 반대표가 53.6%로 절반 이상이었다.
사실 이 뒤틀린 상황에서 바로잡아야 할 부분은 이 회장 쪽이 아니다. 쌍용차에 대한 산은의 지원 여부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 회장의 발언이 틀렸다고는 볼 수 없다.
쌍용차 회생을 위한 산은의 역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외국 기업이 될지도 모르는 인수 의향자에게 "우리가 혈세를 끌어다 부채 다 탕감해주고 운영자금까지 지원해 줄 테니 날로 드시라"고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쌍용차가 획기적인 고정비 지출 절감 방안을 포함한 자구안을 마련해 인수 의향자들이 혹할 만한 매물로서의 매력을 갖추는 게 우선이라는 게 이 회장의 발언 의도다.
비정규직 문제를 비롯, 최저임금, 정년연장, 노동법 등 대통령과 진보여당의 선심이 우리 사회에 미친, 그리고 앞으로 미칠 파장은 수없이 많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노동자가 살기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이들 역시 대한민국의 노동자라는 사실이 잊혀져 가고 있것 아니냐는 여론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동자들의 일터인 기업들이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것도 노동자들을 위한 행보기도 하다"며 "이런 부분도 세심히 챙겨야 모두가 상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