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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여, '미생'의 껍데기 소비문화를 버려라

2015-02-03 13:10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문화생활 데이터로 단박에 빈부격차를 재단할 수 없다. 문화생활 하나만 갖고 우리 사회 중산층 감퇴와 복원을 논하기는 역부족이긴 하다. 하지만 발상을 바꿔 다음 자료, 이번 현상을 좀 다르게 훑어보면 어떨까.

서울시민 문화예술 향유 실태를 분석한 결과 20대는 다양한 문화생활은 즐기고 있지만 삶의 만족도는 낮았다. 30~40대는 출산과 육아 부담이 크니 결혼 여부에 따라 양극화가 나타났고 50~60대에 다시 문화생활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서울문화재단이 지난달 30일 내놓은 이번 조사는 어찌 보면 지극히 예측 가능하고 평범해 보이기도 한다. 서울에 사는 20대의 경우 ‘문화열광족’이라 정의내릴 정도였고 연간 69만여 원을 문화 활동비용으로 쓰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관심도와 중요도가 각각 93점과 77.1점으로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았다. 반면 20대의 삶의 만족도는 70.1점으로 꼴찌였다.

함께 봐야 할 특이점은 골드미스 군단의 위력이다. 30대 화려한 싱글녀와 40대 블루 싱글녀들의 연간 문화 활동비용은 20대 평균을 크게 웃도는 82만여 원, 75만여 원을 각각 기록했다. 싱글로 살고 중산층 이상 소득을 가진 여성들이 한국 뮤지컬 산업을 먹여 살린다는 속설이 통계로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다. 이들이 끌어올린 30~40대 문화생활 수준은 결혼한 동년배들이 다 깎아버려 총량 면에서는 결국 대부분 싱글족인 20대에 밀리기는 했다.

이러한 거시통계는 미디어를 포함한 우리네 문화산업이 속으로 곪고 있음을 뜻한다. 겉은 멀쩡하지만 안으로는 생산력과 창작력 또는 뭔가 콘텐츠를 만드는 열정과 혼을 빼앗겨버렸다는 얘기다. 왜 그런가?

20대가 문화예술생활에 탐닉해 있다는 지표는 본원적 생업인 경제활동에서 소외되어 있다는 반증이 될 수 있다. 경제활동과 문화생활이란 양자는 결국 상호배타적인 포트폴리오 구조이고 시간 뺏기 싸움이기 때문이다.

실업이나 실업에 준하는 불안정 고용 상태에서 문화생활 향유가 득세하는 것은 결코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빙이 된다. 우리 청년들이 표면적으로는 문화생활을 늘리면서 힐링도 하고 그럴듯한 멋을 누린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하급 문화, 통속 소비에 몰리는 껍데기만 남게 된다는 고언이다.

   
▲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TVN 캡처
때문에 20대들은 문화생활을 거뜬히 하고 있다지만 이들은 바로 그 문화로 인해 경제적 자립 기회를 미루는데 너무 익숙해져버린 ‘컬처 푸어(culture poor)’로 이미 내동댕이쳐졌는지도 모른다. 어느 20대 김미생이 있다 치자. 대학 졸업 후 인턴을 거쳐 현재 계약직 상태이고 한 달 사용 가능한 자금이 150만원이라면 그 예산선 안에서 문화생활 비중이 커진다는 것은 곧 자기계발 기회 축소, 업무능력 함양과 같은 역량 제고 시간 수축으로 이어진다.

김미생 청년이 게임도 하고 예능도 달달 꿰면서 휴식을 취하고 힘을 얻는다든지 업무나 전공 분야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변수는 일단 제외하자. 일반적인 20대 청년은 대부분 일이 아닌 놀이와 쉼으로서 엔터테인먼트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김미생이라는 20대 청년은 문화생활을 많이 할수록 아침저녁으로 진검승부가 펼쳐지는 경제현장에서 성취와 진취보다는 정체와 퇴행을 거듭할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격언이지만 “젊어서는 쉬지 말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거나 “젊을 때는 사서도 고생하고 많이 깨져야 하는 것”이란 말도 똑 같은 맥락이다.

지금 당장 뼛속까지 시립다고 따신 온돌방 화롯불 쬐기를 너무 달가워한다면 자칫 녹아버릴 수 있지 않겠는가? 문화생활이 바로 이런 온돌방 찜질방이다. 들어앉기는 쉽고 달콤하지만 박차고 나가 눈보라치는 저 광야로 나가는 힘은 종종 앗아가 버리는 유혹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한다.

얼마 전 CJ의 케이블 채널인 tVN 드라마로도 큰 사랑을 받았던 ‘미생’에서 나온 “회사 안은 전쟁터지만.. 맞아 .. 밖은 지옥이었어”라는 명대사가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들의 순수 20대 청년들이 문화생활에 빠져들고 탐닉하지만 행복감을 잃어버리는 것은 “맞아 지옥이야... 방공호에 들어가 꼭꼭 숨고 말테야”라는 표현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학교나 부모님 품이나 간신히 들어간 직장을 벗어나 진짜 벌거벗은 정글인 세상 속으로 들어가 지옥과 맞서는 패기가 실종된 현상이다. 문화와 예술을 예찬하자면 바로 이런 청년들에게도 힘을 주고 위로를 하는 묘약이 되겠지만 한창 지옥불과 상대하며 뒹굴고 싸워야 할 그 나이에 즐겨하는 엔터테인먼트류 소비로서 문화생활은 불법약물 투여와 다름없다.

머잖아 실물경제에서 요구하는 업무능력이나 전문성, 자질이라는 도핑 테스트에서 100% 걸려들고 만다. 전날 밤새워 모바일 게임을 하고 10편이나 미국 드라마를 본다고 해서 곧장 업무의 영웅이 되고 서울의 셜록 홈즈가 될 수 없음이다.

어쩌면 20~30대 청년에게는 소비나 소모 위주로 하는 문화생활은 명약이 아닐 수 있다. 금쪽 같은 시간이나 열정, 자금이라는 자원을 실물경제에 좀 더 투여하는 경제활동 생업에 맞추는 게 더 큰 인생의 이득이 될 수 있다. 간혹 문화생활 중독이라도 좋다는 청년들이 있다면 여기에도 특단의 조치가 존재한다.

문화산업에 들어가 일과 놀이를 합체하는 필생의 과업에 매진하는 길이다. 이 부분이 또한 아쉬운 대목이다. 한국의 싱싱한 청년 인재들 문화산업 입성이 가로막히고 있어서다. 마음은 게임이나 방송, 공연산업을 갈망하는데 현실은 공무원이나 대기업으로 이끌려 가다보니 그리운 첫 사랑,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좇듯 낭만성 패배주의적 소비행위로서 문화생활에 더 집착하는 듯 비치기도 한다.

20~40대까지 우리 청년들과 중년층까지도 문화생활을 담배 끊듯 좀 멀리해주기 바란다. 정말 사랑한다면 소비나 소모가 아니라 생산하는 생업과 창작으로 문화생활에 동참하면 좋겠다. 우리 사회와 정부도 청년들 문화생활 사랑이 실물경제와 직접 연관 맺을 수 있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

문화 만드는 기업 CJ나 SM엔터테인먼트, YG패밀리 같은 선구자들을 칭찬하고 높이 선양하는 일부터 야단법석 해보자. 17년 만에 1천만관객이라는 경이로운 실적은 만든 ‘난타’의 PMC프로덕션 같은 문화콘텐츠 성공 사례들을 더 알리고 북돋워 인재 등용문을 활짝 열게 도와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청년들의 너무 암되고 소극적인 소비 중심 문화생활은 줄이고 대신 행복한 전쟁터로서 문화산업을 키울 수 있다. 더불어 미래 먹거리 창조경제도 국민에게 확약해줄 수 있다.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청년들이여. 만들고 부수고 또 창조하는 진짜 실물경제에 뛰어들어야 하지 않겠나? 감상하고 매만지는 문화생활은 고령화 사회에 나이 들어 얼마든지 하게 되어 있으니. 노후를 위해서라도 좀 아껴두자고, 응.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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