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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해지는 국내 항공업계 생존성…"공정위, 대한항공-아시아나 M&A 조속 승인 필요"

2021-06-23 14:55 | 박규빈 기자 | pkb2162@mediapen.com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코로나19로 황폐해진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생존과 항공산업 종사자들을 위해 조속히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대한민국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 9개국 필수 신고국가 경쟁 당국으로부터 기업 결합 심사를 받고 있다. 이미 지난 2월 터키 경쟁당국으로부터 합병 승인을 얻어냈고, 5월에는 태국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심의 종료 통보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한국 공정위를 비롯, 주요국 경쟁당국의 승인이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업 결합 심사 허가가 나지 않으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그만큼 인수 절차도 늦어진다. 대한항공이 제3자배정 방식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신주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기업결합승인이 선결 조건이라서다. 기업 결합 승인이 지연되면 제반 예상 비용도 상승하기 때문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편입은 최대한 빨리 행해질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국 공정위의 한발 앞선 승인, 통합 후 시너지 극대화 차원서 필요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사장)은 지난 3월 말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통해 "코로나19 영향에서 완전 회복한다고 가정할 때, 통합이 가져올 추산 효과는 연간 3000억~4000억원 수준"이라며 "다만 통합 시점까지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돼 관련 작업을 마치고서 약 2년이 지나야 본격적인 플러스 효과가 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시 말해 당국의 기업 결합 심사가 끝나도 통합의 효과를 보려면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하고 4년 이상이 소요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현재 글로벌 항공산업 환경은 코로나19로 궤멸적 타격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이를 감안하면 양사의 통합 절차가 단 수개월이라도 지연되면 국내 항공산업에 미치는 악영향의 폭은 클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대한항공의 경우 항공 화물 사업 덕에 깜짝 실적을 기록하는 등 다소나마 버틸 체력은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경우는 다르다.

아시아나항공은 기업 결합 심사 일정이 미뤄지면 신주 인수대금 1조5000억원을 수혈받지 못해 이자 등 막대한 금융 비용과 운영 자금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심각한 경우 대한항공이 인수하기도 전에 파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시아나항공 카운터./사진=연합뉴스



통상 기업 결합 심사 시 결합 대상 기업이 속한 해당 국가의 경쟁당국의 결정을 먼저 지켜보고, 다른 국가의 경쟁당국이 이에 상응하는 결정을 내리는 게 관례였다. 이와 같은 연유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한국 공정위 결정을 보고 난 후, 타국 경쟁당국 역시 이에 상응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가 한 박자 빠른 결단을 내려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포스트 코로나 대비해 글로벌 항공시장 선점 위한 선제적 조치

현재 전 세계 각국 정부는 코로나19로 멈춰버린 자국 항공산업을 살리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나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델타항공·유나이티드항공·아메리칸항공 등 3대 항공사에 96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집행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독일은 22조4000억원, 프랑스는 9조3000억원, 네덜란드는 4조6000억원, 영국은 2조3000억원 가량을 지원했다. 일본도 일본항공(JAL)에 3조4000억원, 전일본공수(ANA)에 4조원을, 싱가포르도 싱가포르항공에 15조7000억원이라는 거액을 쏟아 부었다.

이 같이 전 세계 각국이 하나 같이 자국 항공 기업들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글로벌 항공시장을 선점할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 심사가 속도를 내야 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대한민국 항공산업 구조는 상호주의적 시장 환경에서 경쟁에 취약한 상황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사 중심 체제에서 노선 운수권을 나눠가져야 해 비효율적 운항을 할 수 밖에 없었고, 1국적사 체제를 운영하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항공산업 경쟁력도 떨어졌다. 유럽이 1국 1국적사 체제를 강화하며 노선권을 십분 활용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타 산업과는 다른 항공산업 특성 이해 필요…통합, 근로자·소비자 위한 길

사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 심사가 진척을 보이지 않는 중 하나는 정부 당국자들 항공산업에 대한 이해의 부족 탓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내 항공사 간 기업 결합 심사가 헌정사상 전무해서다. 지금까지 국내 인수·합병은 대부분 제조업에 국한돼 와 심사 기준점 또한 여기에 멈춰있어 때문에 쉽사리 진전이 되지 않는다는 관측이다.

제조업의 경우 동종 기업 인수·합병(M&A) 시 점유율은 숫자 그대로 더해진다. 늘어난 숫자만큼 다른 국가 경쟁기업에 직접적인 경쟁 제한 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뜻이다. 요컨대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한 기업 결합 심사 건이 2년 가까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는 사실상 프랑스 정부에서 반대의 의견을 내고 있어서다. 양 사가 합병이 현실화 되면 점유율이 고스란히 더해져 전세계 LNG선 건조시장의 99% 이상을 차지해서다.

대한항공·한국공항 소속 지상조업 차량들이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주차돼 있는 모습./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하지만 항공산업은 국가간 상호주의적이라는 의미에서 조금 다르다. 항공사의 주요 자산은 노선권이다. 노선권을 어떻게 설정하고 나눌지는 국가간의 항공협정에 의해 결정된다. 그 중에서도 중요한 점은 국가간 노선권은 1대 1로 동등하게 나뉜다는 것.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두 항공사가 합쳐져도 통합 대한항공의 노선권의 숫자는 변함이 없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항공산업은 세계구 단위의 특징을 갖고 있는 완전 경쟁 시장이다. 따라서 경쟁력을 갖춘 외국 항공사들이 자국 경유 수요를 유치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다른 국가의 시장을 공략해온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한다해도 외국 항공사들이 공세로 점유율이 숫자 그대로 늘어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체제는 결국 소비자 편익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 후 다양한 스케줄을 선택할 수 있으며, 국토교통부와 대한항공은 인위적 운임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수차례에 걸쳐 강조하고 있는만큼 운임 인상도 억제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가 10여년 간 항공사 M&A를 분석한 결과 항공권 가격이 오히려 0.3~0.5% 가량 낮아졌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 한다.

◇사실상 정부 주도 관제 통합…거시적 관점의 신속한 판단 필요

양대 항공사 통합 추진은 국내 항공산업 재편을 위해 정부 주도하에 추진됐다. 만약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면 아시아나항공에서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나 항공 네트워크 유실 등 후폭풍이 몰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항공 네트워크는 한번 사라지면 사실상 복구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에서 한진해운 사태를 적극 참고해 지금이라도 경쟁당국의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대한민국 항공산업은 환승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해야 하지만 위기에 처해있다. 2001년 인천공항이 개항 당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여객 슬롯(Slot) 점유율은 합쳐서 60%에 달했지만 2021년 현재에는 4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세워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하며 유상증자 3조3000억원을 비롯, 약 4조4000억원의 자금을 벌충했다. 이 자금을 토대로 아시아나항공에 약 1조원의 유동성을 지원했고, 정부 도움이나 혈세 낭비 없이 양사 모두 위기를 겨우 헤쳐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항공업계가 이번 기업 결합 심사를 시장 점유율 수치만을 근거로 당국이 미시적인 판단을 해서는 안된다고 보는 이유다. 국내 항공산업 경쟁력 보전·강화하는 차원에서 조속히 승인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과도 궤를 같이 한다.

국내 항공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양 사의 통합 일정이 지체되면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속 생존은 더욱 장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한진해운 사태에서 한국산업은행은 제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큰 파장을 일으켰다"며 "항공산업 일자리 손실, 국민 항공편 이용 편익 도태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되기 전에 당국이 대승적 판단을 내려줄 시점"이라고 전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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