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삼성그룹 4개사의 사내급식 물량 몰아주기 등 내부거래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었던 삼성웰스토리에 대해 부당지원 역대 최대 과징금인 2349억 원을 부과하고, 해당 행위에 전면 개입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을 검찰에 고발키로 결정했다.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24일 세종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웰스토리는 지원을 통해 얻은 영업이익으로 외부사업장 수주확대에 사용했고, 이로 인해 독립 급식업체는 입찰기회 자체를 상실하는 등 공정거래질서가 저해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는 지난 2013년 4월부터 2021년 6월 2일까지 사내급식 물량 전부를 웰스토리에 수의계약 방식으로 몰아주면서, 식재료비 마진 보장, 위탁수수료 인건비의 15% 추가지급 등의 계약구조 설정을 통해, 웰스토리가 고이익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웰스토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로서, 이 부회장 일가 회사의 핵심 자금조달창구 역할을 했다.
웰스토리는 수익이 오직 계열회사와의 급식 내부거래에서만 발생했으며, 내·외부 경영환경 변화와 상관없이, 매년 약 1조 1000억 원의 매출과 1000억 원 수준의 안정적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수익성이 높은 기업이다.
웰스토리는 지원기간 동안 삼성전자 등 4개사로부터 시현한 영업이익은 누적 4859억 원인데 반해, 비계열사로부터는 오히려 누적 103억 원의 적자를 내는 등, 내부거래를 통한 지원행위 없이는 독자적 생존조차 불투명한 회사라는 것이 공정위의 분석이다.
계열사 지원행위 개요도./그림=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2012년 말 웰스토리(당시 에버랜드)는 제공하는 급식 품질에 대한 삼성전자 직원들의 불만이 급증하자 식재료비를 추가투입 함으로써, 직접이익률이 22%에서 15%수준으로 급감했다.
웰스토리의 수익 악화가 우려되자, 미래전략실(과거 회장 비서실)은 2012년 10월 웰스토리가 최적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는 지시를 내렸으며, 최 미래전략실장은 웰스토리가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이익을 시현할 수 있는 계약구조 변경안을 이듬해인 2013년 2월 보고받고, 이를 최종 확정했다.
이후 ‘미래전략실 결정사항이므로 절대 가감해서는 안 됨’이라는 미래전략실 방침에 따라, 웰스토리는 삼성전자 등 4개사와 상기 계약구조로 급식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심의일(2021년 6월 2일)까지 유지해 오고 있었다.
또한 미래전략실은 웰스토리의 급식물량 보전을 위해 2014, 2018년 삼성전자가 추진하던 구내식당 경쟁입찰을 중단시켰고, 이러한 영향으로 2017년 나머지 3개사가 시도한 경쟁입찰 역시 사실상 무산됐다.
미래전략실 에버랜드 운영회의./자료=공정위 제공
특히 삼성전자 등 4개사는 식자재 비용의 25%를 검증 마진으로 인정했음에도, 미래전략실은 웰스토리가 공급하는 식자재 가격의 적정성 검증을 위해 필요한 시장가격 조사마저 중단시킴으로써, 웰스토리가 그 이상의 마진을 취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검증수단 마저 봉쇄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이러한 웰스토리에 대한 계열사의 지원행위는 에버랜드 입장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의 ‘자금적’ 정당성을 확보하는데도 기여했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삼성물산이 최초로 공시한 분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삼성물산 전체 영업이익의 74.76%가 웰스토리로부터 발생했음이 확인됐다.
이와 함께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전 삼정회계법인이 평가한 제일모직 측 웰스토리 부문의 가치(약 2조 8000억 원3)가 피합병회사 구 삼성물산의 가치(약 3조 원)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높다는 점이 드러났다.
또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기간 중, 총수일가가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은 웰스토리가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의 상당부분을 배당금(총 2758억 원)으로 수취했다.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이 24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삼성그룹 웰스토리 부당지원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육 국장은 “자사주 매입, 합병반대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대응 등, 합병과정에서 대규모 자금이 소요됐다”면서 “내부거래를 통해 웰스토리가 취득한 이익은 배당금의 형태로 삼성물산에 귀속돼, 이러한 자금수요를 충당하는데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 승계와의 연결점에 대해 묻자 “포렌식 활용 등 관련 증거 확보에 노력했으나, 웰스토리 지원행위와 이 부회장의 승계과정 간의 연관성을 입증할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만, 합병과정에서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캐시카우가 필요했을 것이며, 그 역할을 웰스토리가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삼성전자 등 5개사에 부과된 과징금 규모는 부당지원행위 사건 집행 이래 최대 규모며, 삼성전자에 부과된 과징금 1012억 원은 국내 단일 기업 규모로는 최대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부당지원 지시는 없었다"며 전면 부인에 나섰다.
삼성 측은 "임직원들의 복리후생을 위한 경영활동이 부당지원으로 호도됐다"며 유감을 표하면서 "공정위가 언급한 사실관계와 법리 판단은 일방적이고, 전원회의에서 심의된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웰스토리가 캐시카우로서 합병 과정에 기여했다는 등, 고발 결정문에조차 포함되지 않았거나 고발 결정문과 상이한 내용이 언급돼 있어, 여론의 오해를 받고 향후 진행될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에 예단이 생길 수 있다"면서 우려를 표했다.
이어 "앞으로 행정소송 제기 등 법적 절차를 통해 정상적인 거래임을 소명할 것"이라면서도 "동의의결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급식 개방은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계획을 전했다.
한편, 지난 3일 삼성그룹은 웰스토리의 부당지원행위와 관련해, 5년간 2000억 원의 상생지원을 내용으로 담은 자진시정안을 제출했으나, 공정위는 법위반행위가 명백하고 중요해 고발이 필요할 경우, 동의의결개시요건을 충족 못한다는 규정에 의해, 동의의결 신청을 기각처리 한 바 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