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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등 호봉제 파괴해야 노동시장 숨통 트인다

2015-02-04 09:55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이동응 경총 전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 금융, 공공, 교육의 4대개혁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노동개혁이라고 한다.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과제다. 그렇다면 이 노동개혁의 핵심은 무엇일까?

지난해 12월 23일 노사정은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원칙과 방향’에 관한 기본 합의를 하였다. 2014년 9월부터 약 3개월간의 짧은 시간 안에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관한 합의문을 만든 것으로 그간 얼마나 치열한 논의가 이루어졌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짧은 시간 안에 합의를 이룬 만큼 잠정적이고 과정적인 합의라는 한계는 있다. 다만, 노동시장의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전환 필요성에 관한 인식을 공유했다는 점, 구조개선을 위한 목표나 원칙 그리고 방향을 정립했다는 점, 2015년 3월까지 우선과제를 마무리하기로 합의하는 등 세부 과제에 관한 향후 논의 일정과 시한을 명확히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합의문에 노동시장의 구조개선을 위한 원칙과 방향성만 담긴 배경에는 고용의 유연성과 고용의 안정성이라는 상반된 가치에서 비롯된 노·사·정의 의견 차이를 조화시키기 어렵다는 점이 자리 잡고 있다. 즉, 고용의 유연성을 강조하거나 반대로 안정성을 강조하는 것은 결국 어느 한 주체에 불이익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순환 관점에서 크게 보면 유연성과 안정성은 결코 서로 대척점에 있는 개념은 아니다. 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다면 근로자들의 직장과 소득의 안정성 역시 장담하기 어렵고, 노동시장의 활력 역시 회복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표현하면 유연성과 안정성의 관점은 현세대 근로자들의 기득권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장래 노동시장에 진입하게 될 차세대 근로자들의 일자리까지 고민하고 배려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 지난 1월 9일 서울 용산구 한국폴리텍대학 서울 정수 캠퍼스에서 열린 2015 노사정 신년인사회에서 김대환(왼쪽 다섯번째) 노사정 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떡케익을 자르고 있다. 왼쪽부터 박길상 중앙노동위원장, 권중동 전 노동부 장관, 김영배 경총 회장 직무대행,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김 위원장,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뉴시스
여기에서 각 주체들의 이해관계를 넘은 리더십과 결단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상호 양보와 고통 분담의 기초가 있어야만 노동시장 구조개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고통을 분담해야 되는 내부 구성원들에 대한 설득이 반드시 필요하다. 내부 구성원 및 사회적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주체들의 리더십과 결단은 사회적 대화를 통한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논의 주체가 갖추어야 할 필수 자격요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노사정위원회에는 우선과제에 대한 노사정의 의견이 모두 제출되었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회의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를 위해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별위원회는 위원수를 늘리고, 특별위원회의 효율적인 논의를 위해 운영되었던 전문가그룹 역시 확대·개편하였다. 우선과제 중 임금·근로시간·정년 등 3대 현안은 전문가 1그룹, 비정규직 대책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와 사회안전망 문제는 전문가 2그룹에서 다루고 있다.

다만 세부쟁점사항들에 대한 전문가그룹에서의 논의는 우선적으로 공감대 형성에 집중되고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노동시장 이중 구조와 관련된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과 관련하여 노동계는 불안정한 고용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한 반면 경영계는 정규직 과보호 문제의 해결 없는 비정규직 규제 강화는 기업의 부담을 심화시켜 일자리 창출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보고 있어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노사간 근본적인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입장차는 임금·근로시간·정년 등 현안문제, 사회안전망 정비 논의과정에서도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다. 작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사정소위와 유사하게 임금·근로시간·정년 등 현안문제에 대해서는 능력·성과와 괴리된 과도한 연공형 임금체계 문제나 획일적·경직적인 규제의 현장 정합성 등이 쟁점이 되고 있다. 사회안전망 정비에서는 대상 범위와 그 수준에 대한 의견 대립이 있다.

그러나 노사정은 이미 작년 말 합의를 통해 단기적인 이익극대화의 관점이 아니라 공동체적 관점에서 상호 신뢰의 토대위에서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바 있다. 세부적인 논의과제 마무리에 앞서 노사정 모두 기득권을 내려놓고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전향적인 자세가 다시 한 번 필요한 시기이다.

그렇다면 노동시장의 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문제라고 해서 영세취약근로 계층을 없애고 모두를 고임금 정규직으로 만들기는 사실상 어렵다. 양극화 문제의 해결은 일극화가 아니라 오히려 다극화다. 능력에 맞춰 일하고 능력에 따라 보상 받는 공정한 노동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먼저 임금체계가 바뀌어야 한다. 해마다 자동 승급되는 호봉제의 연공급 체계는 고용을 오히려 불안하게 만들고 능력에 맞는 보상체계를 어렵게 한다. 능력과 직무, 생산성에 부합하는 임금체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하는 일이 같은데 노조가 있는 회사라고 해서 더 많이 받고, 기간제나 계약직이라 해서 덜 받는 시스템은 맞지 않다. 능력과 성과가 다른데 노동조합원이라고 해서 무조건 같은 보수를 받는 것도 맞지 않다.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도 마련되어야 한다. 정년이 60세로 법제화되면서 전체인력을 정년까지 모두 같이 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업무부진자나 저성과자를 배치전환이나 교육훈련 등을 통해 업무능력을 향상시키는 노력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따라오지 못하는 근로자들은 전직훈련과 퇴출프로그램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 명예퇴직이나 소정의 금전보상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무조건 해고할 수 없다는 법적 강제는 결국 나중에 가서 더 큰 정리해고로 가는 상황으로 몰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다 많은 사람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추어야 한다. 철저한 고용보장과 고임금으로 노동시장의 벽을 높이만 쌓아간다면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근로자는 좋겠지만 노동시장 밖에서 할 일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은 계속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고용형태도 다양화해서 취업의 기회도 늘리고, 지나치게 높은 임금도 안정화시켜 그 여윳돈으로 차별도 해소하고 신규 고용도 늘려야 한다. 노동시장의 입구도 좁게 하고 출구도 좁게 하며, 성벽을 높이 쌓는 것이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근본 원인이므로 이 성벽을 무너뜨리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가 되어야 한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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