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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프리즘] 아들 죽음에 계모는 방귀 뿡? '압구정 백야' 왜 볼까...

2015-02-04 17:46 | 김연주 기자 | office@mediapen.com

임성한 작가의 데스노트가 또다시 불을 뿜었다.

3일 방송된 MBC ‘압구정 백야’에서 주인공 백야(박하나)와 결혼식을 올린 조나단(김민수)가 어이없는 죽음으로 하차했다. 한동안 뜸하다 싶었다. 방송 15회 만에 심형탁을 하차시킨 뒤 4개월만이다.

주인공 하차가 이슈로 떠오르자 “임 작가가 1월 중순 김민수에게 연락해 스토리전개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양해를 구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과연 그럴까, 세 번 참을인(認)을 쓰고 봐도 어이없고 엉터리다. 결혼식 당일 주인공의 남편이 어이없이 죽은 사례는 한국 드라마상 전무후무하다. 임 작가가 다시 한 번 드라마사(史)를 새로 썼다.

덕분에 시청률은 껑충 뛰었다. 15%를 넘었다. 이쯤 되면 임 작가가 조나단을 하차시킨 이유가 궁금해진다. 이미 ‘오로라공주’를 통해 데스노트와 시청률의 상관관계를 잘 알고 있는 그다. 캐릭터 하나가 하차할 때마다 시청률은 쭉쭉 오른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

임 작가를 굳건하게 지탱해주는 힘은 시청률에서 나온다. 드라마 작가들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어렵게 참신한 아이템을 구상해도 제작사에 퇴짜 맞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막장’은 이들이 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선택이다. 높은 시청률과 차기작을 보장하는 동시에 원고료 상승도 뒤따른다. 자존심만 살짝 포기하면 된다. 임 작가는 한때 ‘오로라 공주’의 원고료로 50억원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 MBC '압구정 백야' 방송캡처

임 작가는 시청률과 원고료의 상관관계를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녀가 집필한 대부분의 드라마는 임 작가의 요청으로 장기 연장됐다. 그리고 시청률이 저조하거나 정체될 시점에서는 주요 인물을 하나씩 하차시켰다. 하차로도 욕심이 채워지지 않을 때 등장한 설정이 ‘오로라공주’에 사용된 것과 같은 빙의였다. 시청률 30% 정도는 마음만 먹으면 금세 올릴 수 있다.

이런 마법은 방송 직후 시청률표를 입수해 분, 초당 시청률까지 분석해 다음 에피소드에 반영하는 그녀의 철저함에서 나온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시청률이 하락하는 에피소드의 삭제, 배우는 하차’라는 공식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한발 더 나아가 아들의 죽음에 슬퍼하던 계모가 방귀를 뀌는 장면을 일부러 넣은 것 역시 고도의 복선과 같이 느껴지지만 사실 온갖 추측이 난무하는 ‘언론의 뜨거운 반응’을 유도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드라마를 시청자들은 욕하면서도 본다. 에피소드가 하나 사라져도 다른 곁가지가 많다. 임 작가의 드라마는 ‘막장의 맛’이 넘쳐난다. 현란한 대사와 황당한 설정은 어설프게 끓인 김치찌개 앞에 놓인 라면스프와 같다. 말이 안돼도, 연기가 안돼도, 일단 ‘개그콘서트’ 만큼 재밌다.

우리 방송사들은 막장을 좋아한다. 재벌을 좋아하고, 출생의 비밀을 좋아하고, 삼각관계를 좋아하고, 암을 좋아한다. 출생의 비밀을 안은 재벌 2세가 삼각관계에 빠진 이야기는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심지어 현재 방송되고 있는 수목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와 ‘킬미, 힐미’는 활달한 캔디가 재벌2세의 다중인격과 삼각관계를 벌인다. 이처럼 똑같은 이야기는 지독하게 돌고 돈다.

임 작가의 드라마는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간다. 상상을 초월한다. 자신이 버린 딸을 며느리로 맡거나(하늘이시여), 등장인물이 귀신이 씌여 눈에서 광채가 나온다(신기생뎐).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최강은 ‘오로라공주’다. 무려 11명이 하차했고, 심지어 개도 갑자기 죽는다. “암세포도 생명인데 어떻게 죽일 수 있느냐”는 대사도 있다. 아무리 막장이 심하더라도 우리나라에 드라마를 이렇게 쓸 수 있는 작가는 없다.

‘오로라공주’에서 한 차례 홍역을 겪고도 ‘압구정백야’를 편성하고, 황당한 하차를 비호하는 MBC의 의도도 궁금하다. 아마도 시청률 50%를 넘긴 ‘보고 또 보고’나 ‘인어아가씨’를 기대하는건 아닐까. 그래도 왕년에는 ‘여명의 눈동자’나 ‘허준’, ‘대장금’ 등 드라마사에 남을 ‘드라마 왕국’이었는데 하는 추억도 잠시, 이제는 편법으로 시험 점수만 잘 받으려는 얍삽한 친구처럼만 느껴진다. [미디어펜=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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