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우 기자] 신세계 이마트의 기업형 슈퍼마켓(SSM·준대규모 점포)인 ‘SSG푸드마켓’이 해외명품 잡화 판매까지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이 신선식품 마저도 온라인을 통해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나름의 활로를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29일 이마트 등에 따르면 SSG마켓 도곡점은 오는 30일까지 ‘명품 팝업매장’을 열고, 루이비통과 구찌, 프라다를 포함한 해외명품 최대 50% 할인 행사를 한다.
올해 나온 구찌 남성 정장은 690만원에서 무려 70% 가까이 할인한 210만원에 판매 중이다. 보테가베네타 등 일부 잔여물량에 대해서는 5% 추가 할인혜택까지 제공한다.
29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SSG푸드마켓 도곡점(왼쪽 창가)에서 프라다 등 해외 명품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다./사진=이서우 기자
SSG푸드마켓 도곡점 내 이벤트홀에서 명품을 판매하는 것은 올해 기준 이달이 처음이다. 기존에는 와인이나 소고기 등의 기획전을 했고, 먹거리가 아닌 경우 주방용품이나 액세서리, 홈웨어 등에 그쳤다. 슈퍼마켓이란 카테고리 안에서 연상할 수 있는 품목을 취급해왔다.
고급 식재료 판매로 소비자에게 인식된 SSG푸드마켓에서 해외 명품 잡화를 판매한다는 것은 납득이 가면서도 이질적이다. 코로나19와 온라인쇼핑 성장 등 소비행태 변화에 따라 슈퍼마켓 매출이 부진하면서 나온 일종의 자구책으로 분석된다.
지난 2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올해 5월 주요 유통업체 동향을 보면,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 매출이 모두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한 가운데 SSM 홀로 2.2% 감소했다. 특히 SSM은 식품과 비식품 판매가 모두 줄면서 매출이 뒷걸음친 것으로 나타났다.
SSG푸드마켓 자체 성장세가 부진한 것도 식재료 외에 다른 품목을 확장한 요인으로 꼽힌다. SSG푸드마켓의 객단가(소비자 1명 당 매출)는 일반 슈퍼와 비교했을 때, 최대 3배까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SSG푸드마켓 목동점은 실적 악화로 폐점했다. 현재 서울에서는 청담과 도곡 두 곳 뿐이다.
이마트의 다른 고급형 슈퍼마켓 ‘PK마켓’도 2016년 스타필드 하남에 첫 선을 보이면서 매장을 확장하다가, 수익성 제고를 이유로 지난 3월 스타필드시티 위례점 문을 닫았다.
이마트가 운영하는 저렴한 가격대의 SSM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지난해 매출액 1조2953억원, 영업이익 277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보다 5.3%, 79.9% 증가했다.
SSG푸드마켓은 신세계 첫 프리미엄 슈퍼마켓으로서 명맥을 잇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도곡점 명품 팝업 매장 뿐만 아니라 신세계 계열 온라인 유통채널과도 협업한다.
최근 쓱닷컴(SSG닷컴)을 통해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SSG푸드마켓 청담과 도곡 두 곳에서만 팔던 ‘SSG 1++ 한우’ 등 신선식품 220종과 가공식품 200종, 반찬류 30종 등 프리미엄 상품 온라인 판매를 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SSG푸드마켓 도곡점 내 이벤트홀은 팝업매장을 운영하면서 주기적으로 품목을 바꾼다. 가구나 골프용품도 판매한 적이 있다”며 “명품 매장도 이달 한달 간 운영할 뿐, 상시 판매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SSG푸드마켓이 위치한 강남 상권 특성을 고려하면 명품 팝업행사도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굳이 슈퍼마켓에서 명품을 구매할 수요가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신세계 자체 채널을 통해 매입한 제품들이 아니라면, 해당 매장에 입점한 중간 유통업체(밴더사)에서 내는 자릿세 정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는 2012년 프리미엄 상품 마니아들을 겨냥해 서울 청담 등 고가의 주상복합 상권에서 SSG푸드마켓을 시작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작명 등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른바 ‘정용진 마트’로 불리기도 했다.
특히 SSG푸드마켓 도곡점은 신세계의 첫 프리미엄 슈퍼인 서울 강남 타워팰리스 지하 ‘스타수퍼’를 재개장한 곳이다. 국내 고급형 슈퍼마켓의 원조로 꼽힌다. 매장에서 식재료를 고르면 눈앞에서 전문 셰프가 직접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조리해주는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도 SSG푸드마켓 도곡점에서 처음 시작했다.
[미디어펜=이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