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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 정부 지원 턱없이 부족…"통 큰 정책 절실"

2021-06-29 14:11 | 박규빈 기자 | pkb2162@mediapen.com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코로나19 백신 접종자가 늘어나며 항공 업황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다가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로 인해 다시 시계가 어두워지고 있다. 특히 항공업계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이뤄지긴 했으나 미미한데다 이것마저도 끊길 예정이어서 향후 항공 산업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정부의 통 큰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에 서있는 항공기들./사진=연합뉴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는 전날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됨에 따라 항공사·지상조업사들에 대한 공항시설 사용료 감면 조치를 연말까지 6개월 추가 연장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항공사 매출의 62.4%를 차지하는 국제선이 코로나19 탓에 사실상 운항 중단 상태인 점을 고려해 추가 지원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관계 당국은 당초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공항시설 사용료 감면을 12월까지 연장한다고도 했다. 이 기간 착륙료의 경우 10∼20%, 정류료·계류장 사용료는 전액 감면된다는 설명이다.

감면 기간이 6개월 늘어 항공사들과 지상조업사들은 580억원을 아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항공업계 피해 최소화 차원에서 관계 부처 합동으로 총 9차례에 걸쳐 공항시설 사용료 감면·유예 등 지원방안을 발표해왔다. 정부가 지난해 3월부터 이달까지 항공업계에 지원한 금액은 총 1조8500억원 수준이다.

구체적으로는 공항시설 사용료 등 항공 분야 감면액 1223억원, 면세점 임대료 등 상업 분야 감면액 1조2555억원, 기타시설 임대료 감면액 604억원, 납부유예 4194억원 등이다.

이 중 항공사들과 지상조업사들에 깎아준 비용은 내년까지 1803억원 정도일 것이라는 게 국토부 관계자 전언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3일 고용정책심의회를 개최해 특별고용지원 업종에 대한 올해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을 90일 늘리기로 했다. 이로써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은 올해 9월까지는 직원 순환 휴직을 유지하며 인건비 지출에 따른 부담을 덜게 됐다.

정부의 이와 같은 지원책 발표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항공업계는 이번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이 딱 3개월 연장된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10월부터는 또 다시 급여 등 고정비 걱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각 항공사들은 생존을 위해 사업부·유휴자산 매각 등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FSC)들은 화물기단을 적극 활용하며 기존 여객기를 화물기로 전용하는 등 마른 수건도 다시 짜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두 항공사는 기내 좌석까지 탈거해 코로나 위기에 항공 화물운송으로 맞섰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4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내는데 성공했고, 아시아나항공도 일부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제주항공·에어부산 등 저비용 항공사(LCC)들이 처한 상황은 매우 다르다. 이들이 보유한 여객기는 기재 규모가 작아 화물 운송에 따른 수익을 창출해낼 수 없어 근근이 버티는 수준이었다. 최근에는 자본잠식까지 현실화 됐다. 이미 진에어는 완전 자본잠식에,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도 연말이 다가오기 전에 진에어와 같은 상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 주무부처 국토부는 항공사 대표이사들과 간담회를 가지며 각종 지원책을 약속했지만 문제는 예산·금융 당국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항공업은 네트워크가 생명인 산업인데, 파산으로 인한 회생비용이 금용 지원에 드는 비용보다 많이 든다"며 "해외에서는 정부가 항공사들을 전폭적으로 도와주는 만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기재부와 금융위가 요지부동으로 일관하고 있어 국토부가 백방으로 뛰어도 근시안적 지원책을 내놓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과 일맥상통한다.

국토부는 "국제 관광 비행·트래블 버블(여행안전권역) 등 코로나19 상황에서 가능한 대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좀 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항공업계는 백신 접종자 확대에 따른 수요 회복을 기대해왔다. 그러나 델타 변이 확산으로 업황이 되살아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업계는 각종 시설 사용료 감면으로는 역부족이라며 정부가 해외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말한다. 루프트한자는 2023년까지 지분 20%를 일시적으로 독일 정부에 넘기는 대신 90억유로(한화 약 12조1179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프랑스 정부도 에어프랑스 역시 9조4250억원을 쏟아부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항공유에 대한 세금을 물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한국산업은행을 통해 FSC들과 LCC들에 5조원 가까운 자금을 빌려주는 게 고작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0월 아시아나항공에 대출해줄 자금의 금리를 연 7%+α 수준으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을 대여해주며 산은이 고리대금업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당시 산은 측은 "7%로 설정한 금리에 붙는 '알파'에는 시장 내 자금 조달 노력을 다했음에도 실패한 점에 따른 벌칙 성격을 지닌다"고 했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신용도 문제에 따른 지원책을 짤 게 아니라 국내 항공산업 경쟁력 제고 차원이라는 큰 틀에서 당국이 정책을 내놔야 한다"며 "하향식이 아닌 상향식 의사결정을 통한 지원 방안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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