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재욱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그리스가 1981년부터 포퓰리즘 복지제도를 시행한지 30년 만에 국가부채 위기를 맞은 것에 비추어 우리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권혁철 박사는 우리의 복지 포퓰리즘이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므로 앞으로 25년 뒤 2040년경이 되면 그리스처럼 국가부도를 맞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실 우리가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국가부도가 오는 해가 2040년경이 될지, 아니면 10년 후인 2025년이 될지 정확한 년도를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금과 같은 복지제도는 지속 불가능하고 결국에는 경제가 파탄이 난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리스뿐만 아니라 과거 복지국가로 갔던 나라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복지국가로 갔던 국가들은 모두 다 어려움을 겪고 복지제도를 수정했다. 수정하지 못한 국가는 위기를 겪었다. 그 대표적인 국가가 바로 그리스이고 아르헨티나다.
최근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에서 그 문제와 폐해가 드러남에 따라 사람들이 보편적 복지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변한 듯하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보편적 복지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는 것 같다. 복지지출을 늘리기 위한 증세를 고려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서 소득세를 올려야 한다느니 법인세를 올려야 하느니 하는 이야기가 흘러나 나오고 있다.
▲ 복지제도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장기침체가 지속되고 성장 동력이 떨어지면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비관적일 수 밖에 없다. /뉴시스 |
생산성이 하락함에 따라 세금을 올려도 정부의 조세수입은 줄게 된다. 복지지출은 늘고 조세수입은 줄게 되면 결국 정부는 채권을 발행하여 돈을 빌려야 한다.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생산기반이 취약해지고 재정적자가 누적되어 국가부채가 일정수준을 넘어 가면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복지제도가 필요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느 사회에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있고, 그래서 그들을 지속적으로 도울 수 있는 복지 정책은 필요하다.
문제는 어떻게 설계하느냐는 것이다. 복지제도가 지속적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복지정책 역시 인간의 행동 유인을 충분히 고려한 경제적 논리에 입각하여 설계해야 한다. 결국, 복지정책은 효율과 평등 간의 타협을 불가피하게 요구하지만, 생산성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실시해야만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점만은 명백하다.
바람직한 복지제도는 가난한 사람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일단 보편적 복지에서 벗어나 가난한 사람을 위한 복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 다음 복잡하게 얽혀 있는 복지프로그램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복지제도는 건강보험, 국민연금, 국민기초생활제도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산재되어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에 산재해 있는 소득재분배적 요소를 제거하여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본래 목적이 충실하게 달성되도록, 복지적 요소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흡수·재편하는 것이다. 건강보험과 연금은 소득 비례적으로 보험료를 내고 있어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들 간에 소득재분배 기능도 함께 하고 있다. 건강보험은 보험 항목은 계속 늘어나지만 보험료는 크게 올릴 수 없어 항상 재정파탄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연금도 적게 내고 많이 가져가는 구조로 되어 있어 기금의 고갈 시점이 문제이지 언젠가 고갈되는 것은 기정 사실이다. 건강보험이나 연금 제도를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국민기초생활보장 정책을 따로 시행하는 것은 이중삼중의 복지수혜가 된다. 따라서 건강보험과 연금 등에 들어 있는 복지요소를 제거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편입·재편해야 보험은 보험대로 기능할 수 있으며, 복지는 복지대로 경제를 망가뜨리지 않고 굴러갈 수 있다. 이러한 방향으로 복지제도를 조정하여 무분별한 복지를 지양하고, 꼭 필요한 복지는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복지제도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장기침체가 지속되고 성장 동력이 떨어지면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비관적일 수 밖에 없다. 경제가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증세와 규제강화 등으로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어 왔기 때문이다. 감세와 규제완화를 통해 침체된 기업 활동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증세는 정말로 우리가 가야할 방향과는 정반대방향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권혁철 박사의 발제에 대해서 끝으로 한 가지 언급하고 싶은 것은 국가채무에 관한 것이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GDP 대비 국가 채무가 2013년 34.3%, 2014년 35.1%였다. 그리고 2015년에 35.7%, 2016년 36.4%, 2017년 36.7%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통계는 현금주의에 입각하여 중앙 및 지방정부의 회계·기금만 감안하는 가장 보수적인 지표이다.
발생주의 원칙에 따라 국가채부에 비영리 공공기관 채무를 포함한 일반정부부채는 IMF 등 국제기구의 공공부문 부채 작성지침을 토대로 집계한 공공부문 부채 통계는 2013년 898.7조원으로 GDP 대비 62.9%이다. 그리고 공공부분부채와 금융공기업 부채를 합한 채무는 GDP는 167%다. 물론 공공부문부채와 거기에 금융공기업 부채를 합한 채무를 포함한 국가채무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안재욱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 글은 자유경제원에서 주최한 '나라 망치는 포퓰리즘, 그리스 따라가는 한국' 정책토론회에서 안재욱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발표한 토론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