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국내 가구업계 1위 한샘의 매각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창업주 조창걸 명예회장이 승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결단이라는 분석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시총 전성기 시점을 적기로 판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샘 서울 상암 본사 사옥 전경./사진=한샘 제공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샘은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조창걸 명예회장 지분 15.45%와 특수관계인 등이 보유한 최대주주 지분 약 30%를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인수 후보군들과 논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인수전에는 국내 대표적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IMM 프라이빗에쿼티(PE)와 한앤컴퍼니 등이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IMM PE가 인수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이들은 이르면 이번 주말 약 1조3000억원 안팎(주당 20만원)에 양해각서(MOU)를 맺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샘은 이날 오후 조회 공시를 통해 매각 관련 사항을 밝힐 예정이다. 한샘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언급할 수 없는 점 양해해 달라"면서 "공식 입장은 이날 오후 예정된 공시를 통해 알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선 인테리어와 리모델링 수요가 높아지는 데 따라 한샘의 몸값을 주당 20만~25만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주가 대비 2배 규모다. 인테리어와 리모델링 수요가 높아지는 만큼 성장성이 높다는 평가에서다.
승계 및 기업 안팎 문제 해결하기 위한 매각
업계에선 이번 매각을 두고 조 명예회장이 고령에 따른 후계자 선정과 승계 문제, 기업 안팎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결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명예회장은 1939년생으로 올해 82세다. 외아들은 2012년 사망했다. 손자가 있지만 아직 나이가 어린 데다가 적임자가 아니면 누구에게도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게 조 명예회장의 지론이다. 한샘은 지난 1997년부터 25년간 전문 경영인 체제로 이어져왔다.
한샘은 경영전문인 체제를 이어오는 동안 잡음도 많았다. 지난 2017년 여자 신입 사원을 성폭행한 사건을 회사 차원에서 덮으려 한 의혹이 제기된 것이 시작이었다. 2019년 2심에서 피의자가 모든 혐의를 인정하면서 종결됐지만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이었다.
2018년에는 대리점을 상대로 갑질을 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았다. 올해는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 가치 대비 주가가 약세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조 명예회장이 코로나19 시국을 매각 적기로 판단했을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집꾸미기가 성행하면서 매출과 시총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시점이다"며 "지금이라면 몸값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샘 시총은 2017년 약 4조 1300억원에서 2018년 약 2조 9300억원, 2019년 약 2조 600억원으로 하향세를 탔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집꾸미기 열풍이 불면서 약 2조 4700억원, 올해 약 2조 7600억원(13일 종가 기준)으로 반등세다.
실적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한샘은 2017년 가구 업계 최초로 매출 2조원을 넘긴 이후 줄곧 하향세였다. 2018년에는 매출 1조 9300억원으로 선방했지만 영업이익이 560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2019년에는 매출 1조 6900억원대로 하향했다가 지난해 코로나19로 홈인테리어 열풍이 불면서 매출 2조675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같은해 영업이익 역시 930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은 2018년 2.91%, 2019년 3.28%, 2020년 4.50%이다.
IMM PE 인수 시 오하임아이엔티와 시너지 효과 기대
만약 IMM PE가 한샘 인수전에 성공한다면 한샘은 온·오프라인 가구 시장 지배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IMM PE가 지분 36.24%를 보유한 대주주로 있는 오하임아이엔티는 가구 온라인 판매 채널에서 신흥 강자로 통한다. 이 회사는 집꾸미기 대표 모바일 어플 오늘의집과 온라인 판매 채널 네이버쇼핑 등에서 20~30대 구매 수요 증가세에 따른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다. 오하임아이엔티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비 44% 증가한 278억원을 기록했다.
오하임아이엔티는 2015년 설립된 이커머스 가구 기업으로 가구를 개발해 국내·외 협력 제조사의 외주를 통해 제품을 생산해왔다. 2016년에는 레이디가구를 인수하면서 본격 가구 브랜드 회사로 전환했다. 이어 디자인가구 '아이데뉴', 미니멀리즘 콘셉트 '포더홈' 브랜드를 선보이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오하임아이엔티는 내년까지 2만㎡ 규모의 자가 물류센터를 건립하고 이듬해 오프라인 전시장을 수도권 및 주요 거점 지역에 증설할 계획이다.
최근 일룸, 삼익가구, 에넥스 등 국내 가구 업체들이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는 분위기 속에서 소비자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은 한샘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게 된다면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