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서울 여의도 지역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결국 영등포구청이 여의도 소재 금융투자협회와 금융사 35곳에 공문을 발송해 코로나19 검사를 요청하고 나섰다. 그간의 예방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확산의 중심지역에 위치하게 된 증권사들은 당혹해 하는 모습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영등포구청이 여의도에 있는 금융사 35곳에 코로나 검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등포구는 지난 12~14일 금융투자협회와 금융사 35곳에 공문을 발송했다. 내용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에 따른 예방조치로 전 직원 선제 검사를 시행해달라”는 것이었다.
이미 영등포구는 지난 9일에도 금융투자협회에 금융기관 ‘필수 인원’의 선제검사를 요청한바 있다. 그러나 이후 코로나19 확산세가 더욱 뚜렷해지자 권고 대상을 넓혀 공문을 다시 발송한 것이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지난 12일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을 직접 만나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사 35곳은 내달 20일까지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지난 15일부터 오는 20일까지 NH투자증권을 시작으로 21~26일에는 한국투자증권‧신영증권, 27일~30일에는 KB증권‧IBK투자증권 직원들이 검사를 받는 식이다.
8월에도 신한금융투자‧SK증권‧현대차증권‧하나금융투자‧유진투자증권‧KB자산운용‧메리츠증권‧키움증권‧DB금융투자‧한화투자증권‧교보증권 등이 검사를 받게 된다. 이번에 검사 대상이 된 인원은 무려 2만 7973명에 달한다.
지역 중에서 여의도, 업종 중에서 금융투자업계가 지목된 것에 대해 증권가는 적잖이 당혹해 하는 모습이다. 여의도 지역에서 최근 코로나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것은 사실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감염자가 나온 이후 이 식당과 관련된 감염자만 70명이나 된다.
음식점으로 시작된 감염 상황은 인근 대형 쇼핑센터, 기업체, 운동시설 등으로 확산됐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키움증권, 현대차증권 등 10여개사 소속 직원들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현재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증권사 직원들의 업무 패턴을 고려했을 때 코로나19 확산이 용이한 것은 사실이다. 대부분의 업무가 여의도 내에서 이뤄지면서 대면 업무가 많고, 생활‧업무 반경이 일치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단, 증권가가 최근 재확산의 주된 경로로 지목되는 분위기에 대해서는 반발하는 반응도 없지 않다. 최근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한 증권사 직원은 “여의도 식당에서 확진자가 나온 이달 초는 종로 일대에서 대규모 시위(민주노총 집회)가 진행된 시점이기도 하다”면서 “8000명 규모의 시위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 없이, 지금까지 잘 협조해온 증권가가 확산의 주범처럼 인식되는 점은 당혹스럽다”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