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에서 최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공개적으로 맞담배를 폈던 최고위 직급인 리병철 정치국 상무위원이 해임되고, 군 총참모장 강등과 국방상 교체 등 간부 징계가 단행됐다. 또 한때 ‘처형철’까지 돌았던 리영길 사회안전상이 후임 국방상으로 깜짝 부활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달 29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해임된 리병철과 차수로 강등된 박정천 총참모장은 지난해 10월 군 최고계급인 ‘원수’ 칭호를 받았던 군 서열 1·2위 인사였다. 하지만 9개월만에 전격 해임 및 강등되는 징계 조치를 받은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북중 간 국경 봉쇄를 유지하고 있는 김정은 총비서가 확대회의를 열고 간부들의 ‘태업’을 질타하면서 취한 조치이다. 회의에서 김 총비서는 인상을 찌푸리고 역정을 냈고, 당 조직과 공안 책임자인 김재룡 조직지도부장과 정경택 국가보위상을 비롯해 실세인 김여정 부부장과 현송월 부부장이 나서 이번에 해임된 간부들을 집중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요동치는 북한 간부 인사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김정은 정권 들어 유독 군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사실 김 총비서는 집권 첫해인 2012년 7월 ‘김정일 운구차’ 7인방 중 한명인 리영호 군 총참모장을 숙청해 대내외적으로 충격을 준 일이 있다. 2013년 12월엔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했다. 이 밖에도 김정일 운구차를 호위했던 김정각 총정치국장, 김영춘 무력부장, 우동측 보위부 1부부장 등 ‘군부 4인방’이 김정은 정권 초기 숙청되거나 일선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번 리병철·박정천에 대한 징계와 관련해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금 북한은 군부 고난의 시기”라고 진단했다. 전략연은 지난 9일 기자 간담회에서 “군부가 평소 경계 임무에 더해 현재 봉쇄 조치에 따른 봉쇄 업무를 수행하면서 지구 건설 등 경제 업무까지 담당하고 있다. 군부에 책임이 집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확대회의에서 군 간부 외에 최상건 당비서 겸 과학교육부장(정치국위원)은 회의 도중 끌려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조용원 조직비서가 아예 최상건을 일으켜 세워놓고 화를 냈으며, 잠시 후 최상건의 자리가 비어있었다고 한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11일 국가표창을 수여받은 중요예술단체 창작가, 예술인들을 만나 축하해줬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2021.7.12./평양 노동신문=뉴스1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방역을 담당하는 군부와 보건을 담당하는 과학기술 분야의 담당자들은 앞으로도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징계당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략연은 “방역 문제가 중요하게 대두됐고, 봉쇄 조치로 인해 경제까지 안 좋은 상황에서 한반기 북한의 ‘간부 혁명’이 굉장히 거친 형태로 이뤄질 수 있다. 김 총비서의 간부 숙청은 이제 시작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의 ‘간부 숙청’이 한순간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지속될 것이란 전망은 김 총비서의 ‘책임 분산’이란 통치전략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지난 2020년 8월 19일 당 전원회의에서 김 총비서가 경제정책 실패를 공식 인정한 뒤 고위간부들이 자아비판에 나선 일이 있다.
이와 관련해 당시 국정원은 대북제재와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쳐 극심한 경제난에 내몰린 북한에서 김 총비서가 책임을 분산시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그동안 주로 김 총비서가 나섰던 현장시찰을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덕훈 내각총리 등이 도맡아 나선 것도 눈길을 끌었다.
이번에 전략연의 한 관계자는 “확대회의 때 군간부들이 상당히 위축돼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당의 군부 장악력이 김정일 정권 때보다 더 강력해 보인다”며 “코로나와 대북제재 때문에 경제 실적을 내기 힘든 상황에서 군부를 비롯한 간부 숙청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총비서는 올해 현장지도를 줄이는 대신 정책지도를 많이 펼쳤다. 전략연은 “김 총비서의 공개활동이 지난해 50여회였지만 올해 상반기에만 52회를 기록했다”면서 “당 전원회의, 군사회의 등 김 총비서가 직접 회의를 주재 것도 올해 상반기 10여회에 달한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