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최태원 SK 회장의 ‘팔색조’ 경영 행보가 재계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웃집 아저씨 같은 소탈함’ ‘시장을 꿰뚫는 예리함’ ‘위기에서의 책임감’ 등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며 새로운 총수 경영인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재벌 총수의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중·사회와 소통하고 있다.
미국 출장 중인 최 회장은 전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디씨(D.C)의 만찬은 끝남과 동시에 배고프다’고 적고 사진을 올렸다. 최 회장은 지난달 인스타그램 계정을 오픈했다.
게시물에는 팔로워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한 사용자는 “회장님 무례한 질문이지만 혹시 회장님도 요플레 뚜껑 핥아 드시나요?”라고 물었다. 이에 최 회장은 호쾌하게 “네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앞서도 최 회장은 네티즌들의 질문에 답글을 다는 등 친근하게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밖에 최 회장은 유튜브 채널에서 캐리커처를 그리는 개그맨과 출연했고, 쿡방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9일에는 한 오디오플랫폼에 출연해 총수 경영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최 회장은 SK구성원들과의 소통도 열심이다. 코로나19이 사태 전에 최 회장은 100회의 행복토크를 완주했고, 종종 번개 모임도 즐겼다.
이 같은 소통 행보는 최 회장 본인과 SK는 물론, 재벌에 대한 사회의 인식 개선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계 한 관계자는 “권위적이고 딱딱할 것으로만 여겨지던 재벌에 대한 인식 개선에 최 회장이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최근 사회, 사내 소통이 강조되고 있다. 최 회장 같은 총수들이 더 많아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부드러운 소통을 이어는 최 회장이지만 경영에서만큼은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가치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에서 선제적 대응을 주문하면서 회사의 지속성장 토대를 강화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22일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확대경영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SK제공
특히 최 회장은 글로벌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자(CEO), 경제계 인사들이 모이는 다보스포럼과 보아오포럼 등에 적극 참여하면서 새로운 경영 모델을 끊임없이 구상하고 있다.
올해부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맡고 있는 최 회장은 지난 5월 대통령 미국 순방에 동행하는 등 경제외교에도 힘을 더하고 있다.
최 회장의 책임 경영도 재계에서 회자되는 부분이다. 대표적이 케이스가 올해 초 불거진 SK하이닉스의 성과급 논란이다. 당시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은 성과급 산정 시스템이 불투명하다면서 강한 불만을 나타냈고, 조직 전체가 동요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최 회장은 지난해 SK하이닉스에서 받은 급여를 반납하기로 했고, 소통과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SK하이닉스 노사는 원만한 합의를 거쳐 합의점을 찾았다. 당시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빠르게 나서지 않았다면 노사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 대기업 구조에서는 총수의 경영 방향과 행동, 메시지 등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 크다”며 “SK주요 계열사들이 과감하게 미래 준비를 이어 가는 것도 최 회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