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스타트업과 금융권 '소통'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해야
[미디어펜=김재현기자] "사자를 피하려고 했다가 호랑이를 만나게 됐다"
▲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은행, 핀테크 업체, 벤처캐피탈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핀테크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현장간담회를 진행했다./메세지 |
핀테크 기업들은 금융권에 대해 날선 시선을 보낸다. "금융권의 기득권을 가지고 있어 또 다른 규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금융권에서는 "입증이 안된 기술을 도입했다가 큰 탈이 일어나면 책임을 누가 지나"며 맞대응하고 있다.
우리 현실을 돌아보면 핀테크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다. 그러다보니 비즈니스 모델이 제한돼 있다. 국내의 경우 전자지급결제에만 치중해 있기 때문에 핀테크 산업의 큰 그림을 그리기가 어렵다.
일례로 어느 한 핀테크 스타트업에서 핀테크 관련 포럼에 참여하면서 PT 자료를 만드려고 했다가 난관에 부딪쳤다. 핀테크 산업 지도를 만드려고 했지만 Payment(결제) 분야에 핀테크 기업이 몰려있을 뿐 다른 사업영역의 기업들은 전무후무했다. 결국 오랜 시간 고민을 한 끝에 포기해야만 했다.
외국의 사정은 다르다. 글로벌 벤처기업 소개사이트인 벤처 스캐너(Venture Scanner)에 따르면, 핀테크 기업들은 모두 1027곳으로서 미국은 374개사, 영국 57개사, 싱가포르 15개, 중국 10개 등인 반면 한국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또한 한국의 지급결제 분야의 '쏠림'현상과 달리 대출(Lending), 개인금융(Personal Finance), 소매투자(Retail Investments), 자본금융(Equity Financing), 금융리서치(Financial Research) 등 다양한 사업영역과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유동욱 신한은행 부행장보는 "외국의 경우 다양한 금융사업영역에 수많은 핀테크 회사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차별화된 형태의 금융비즈니스 모델을 표방하며 성장 중"이라며 "한국의 핀테크산업은 상대적으로 대형 ICT기업, 통신사 주도로 진행돼 왔으며 사업분야도 간편결제와 송금영역 중심으로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금융권에서는 지급결제, 송금 등 자신들의 기존 사업영역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전자지급결제 관련 핀테크 기업들의 건의와 하소연을 수긍할 만한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조재현 우리은행 핀테크사업부 상무는 "핀테크 기업들이 너도나도 지급결제와 송금에 집중되고 중복되다 보니 기술 표준화와 다를바 없다"며 "은행들이 생각하는 것은 꼭 지급결제와 송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은행이 새로운 걸 찾아보면 또 다른 영역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볼멘소리도 일리가 있다. 보통 전자지급결제 분야의 스타트업들은 은행보다 카드사 협력이 우선이다 보니 카드업계의 큰 벽에 가로막힌 상태다. 카드업계의 경우 카드를 긇지 않고 단말기에 갖다대는 것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페이온(Payon)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페이온 라벨이 붙어있는 카드는 후불교통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서비스를 위해 카드사 10곳은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전자지불결제 기업들은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있지만 이곳에 진입하기에는 하늘의 별따기다.
카드사들이 검증이 안된 기술로 인해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사고 가능성 때문에 기업들에게 개방을 하지 않는 까닭에서다.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가 걸림돌인 셈이다.
이러다보니 전자지급결제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금융권을 바라보는 시각이 좋지 못한 것은 당연지사다. 어쩌면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들 모두가 금융권의 기득권과 무사안일주의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
기술 기업과 금융권의 보이지 않는 벽때문에 핀테크는 말만 있을 뿐 출발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핀테크 기업은 정부와의 규제 싸움은 끝났다고 말한다. 정부는 IT·금융 융합 지원방안을 통해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자율과 창의,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핵심적인 지원방향을 만들었다. 그간 핀테크 기업들의 장벽이던 사전 보안성심의를 폐지하고 '기술중립성 원칙'으로 공인인증서 등 특정 기술 사용의무를 폐지하는 등 전자금융 규제를 전면 폐지키로 했다.
이승선 한국NFC 팀장은 "핀테크 기업들은 금융권에게 지분투자 등의 지원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업체의 기술이 좋더라, 우리와 함께 하자 등 서로 상생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라며 상생 연결고리를 정부가 나서주길 바랐다.
금융권도 핀테크 기업에게 바라는 바가 있다. "사자를 피하니 호랑이"라는 생각을 가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핀테크 활성화'가 구호 뿐인 아닌 현실화 될 수 있도록 서로 '소통'을 하다보면 새로운 비즈니스가 나올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은행들은 구호뿐인 핀테크가 아닌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시도를 경주하고 있다.
실제 우리은행의 경우 KT와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핀테크 사업을 공동 추진키로 했다. 은행권 최초 위치기반시스템을 활용한 핀테크 대출관리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더불어 비콘(Giga Beacon) 타겟 마케팅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개발키로 했다. 사물인터넷은 사람과 사물, 공간 등을 인터넷으로 연결해 정보를 공유하고 기기를 작동시키는 기술과 서비스를 말한다.
은행 대출 중 담보대출이 있다. 기계나 공장설비, 자동차 등 동산이라는 담보를 통해 자금을 지원한다. 하지만 이동성이 자유롭기 때문에 관리 상 문제가 있다. 은행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3채권자의 경매집행으로 처분돼 은행 담보권에도 경매에 따른 배당금을 수령하지 못하는 등 담보소실 사고가 발생될 수도 있다.
이를 핀테크의 GPS와 유사한 자이로스콥 기술을 접목시키면 동산의 이동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조 상무는 "새로운 핀테크 기술을 이용해 업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새로운 동산을 가진 고객들에게 대출을 할 수 있게 된다"면서 "새로운 기술을 가지고 기존 업무에 융복합이 일어나면서 자산관리 담보물 관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핀테크 기술은 은행의 마케팅의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바로 비콘(Beacon) 기술이다. 비콘은 BLE(Bluetooth Low Energy)를 활용한 근거리 데이터 통신이다. 일례로 고객이 공항지점을 찾을때 환율우대쿠폰을 전송하거나 환율 우대 예금을 소개할 수도 있다. 또한 VIP 고객이 전국 지점 어느 곳을 방문할때 미리 인지해 지점을 방문한 순간부터 고객서비스를 할 수 있어 안성마춤이다.
미국의 경우 뉴욕 메츠의 홈구장인 시티필드에서 비콘 시범 서비스를 실시해 많은 화제를 보이기도 했다. 고객이 야구장을 방문하면 경기에 대한 정보와 구장에 대한 소개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이번 방문이 몇 번째인지 자신이 결제한 좌석의 위치와 출구까지 알수 있다. 대점이나 기념뿐 샵을 지날 때 할인 쿠폰을 받기도 한다.
조 상무는 "우리은행의 경우 기업 고객을 주로 하는 베이스이기 때문에 새로운 핀테크 기술을 주변에 알고 있는 고객이 있으며 언제라도 연결해달라고 매번 이야기 한다"며 "이들과 연결을 하다보면 금융과 핀테크의 접점이 생기고 새로운 사업영역도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