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당밖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두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당 중진 의원들의 내홍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지난 21일 중진연석회의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 데 이어 23일에는 당내에서 윤 전 총장과 가장 가깝다는 정진석·권성동 의원이 이 대표와 정면 충돌했다.
이 대표가 최근 윤 전 총장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하자 정 의원이 “정치는 예능이 아니다”라며 공개 비판했다. 이에 이 대표가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언급하며 ‘자강론’을 강조하자 이번에는 권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와 대선은 다르다”고 날을 세웠다.
포문은 당내 최다선인 정 의원이 열었다. 그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정치는 예능이 아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4·7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 요인은 무엇인가. 단 하나를 뽑으라면, 그건 윤석열”이라면서 “윤석열이 있어서, 국민의힘이 그나마 미래를 꿈꾸는 정당의 몰골을 갖추게 됐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월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 앞에서 인사하고 있다. 그의 좌측에는 권성동, 우측에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서 있다./사진=공동취재사진
정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소식에, 당 반응이 썰렁하다”면서 “(이 대표는) 지지율 30%의 윤석열 총장을 그저 비빔밥의 당근으로 폄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내 대선주자들의) 11% 지지율 총합으로 무슨 흥행이 되겠다고 8월 경선버스를 반복해 말하는가”라며 “윤 총장 지지율이 답보 또는 하락한다고 정치미숙에, 정치적 위기네 하면서 마치 평론가들처럼 말하기 바쁘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대표도 즉각 반박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정 의원의 글을 링크하며 “저 이준석, 당외주자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아야 한다느니 모셔와야 한다느니 꽃가마를 태워야 된다느니 하는 주장에 선명하게 반대하고 공정한 경선만을 이야기하면서 전당대회에서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모두가 배웠어야 하는 교훈은 당이 중심을 잃고 흔들리지 않으면 어떤 선거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이라며 “‘4번으로 나가면 이기고 2번으로 나가면 진다’와 같은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당내 의원 다수는 부화뇌동했지만, 중심을 잡고 낚이지 않았던 국민들이 주역이었던 승리”였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특히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 밖의 인사를 밀기 위해 오세훈 시장과의 개인적인 인연도 다 버리고 압박하다가 나중에는 단일 후보가 확정된 뒤에는 유세차에 올라오려고 하셨던 분들, 이긴 선거였기 때문에 당원들과 국민들이 웃고 지나간 것이지 결코 잊지 않았다”고 날을 세웠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난 7월 1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입당환영식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당원 가입이 완료됐음을 보여주고 있다./사진=국민의힘 제공
두 사람 사이 설전에 역시 윤 전 총장과 가까운 권 의원도 참전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요즘 당 대표의 발언을 보면 극히 우려스럽다”며 “윤석열의 지지율을 위험하다고 평하는 것은 정치평론가나 여당의 인사가 할 말이지, 정권교체의 운명을 짊어질 제1야당의 당대표가 공개적으로 할 말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이 대표의 ‘부화뇌동’ 발언에 대해서도 “당내 의원 다수가 결코 부화뇌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뒤 “의원 대다수가 오로지 서울시장 선거 승리가 정권교체를 위해 절실했기 때문에, 단일화에 대한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했던 것임에도, 이를 들어 지금 정국에서 반박하는 것은 지나치게 감정적인 대응”이라고 꼬집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