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최근 국산 배터리 관련 잇단 악재가 터지면서 K-배터리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련 업계에서는 철저한 원인 분석과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은 2017~2019년식 쉐보레 볼트 전기차 모델에 대한 리콜을 단행하기로 했다. 이 기간 동안 생산된 차량 6만9000여대 중 배터리 결함이 있는 일부 차량이 대상으로, 배터리는 무상 교환한다는 방침이다.
국내에서는 2016년 11월 9일~2019년 6월 10일 제조된 차량 9477대 중 일부가 리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 연구원이 전기차배터리 제품을 점검하고 있다./사진=LG에너지솔루션
이들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 오창공장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GM·LG는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쉐보레 볼트 EV 화재 원인을 조사한 결과, 동일한 배터리 셀에서 2개의 제조 결함이 동시에 존재하는 등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했다.
배터리 충전율을 100%에서 90%로 낮추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하고, 배터리에 문제가 생기기 전에 운전자가 이를 알 수 있도록 하는 진단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등 '백신 접종'과 같은 조치를 취했음에도 사고가 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 측은 "해당 차량은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한 배터리 셀을 LG전자가 모듈화해 GM에 납품한 것"이라며 "해당 결함이 드물게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비용부담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계는 과거 문제의 배터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게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 소프트웨어를 개선하는 것을 넘어 배터리 모듈을 통째로 교환했다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CATL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서도 화재가 발생하고, 현대자동차 코나 EV에서도 10차례가 넘는 화재가 발생하면서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1조4000억원을 들여 리콜을 단행하기로 했으나 리콜 대상이 아니었던 차량에서도 불이 나는 등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해외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대한 자발적 리콜로 4000억원의 비용도 지출해야 하는 상황으로, 초기 생산된 ESS 셀을 교체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리튬이온배터리는 열에 매우 취약하고, 충·방전 과정에서 과전류가 흐르게 되면 화재나 폭발로 이어진다"면서 "배터리를 잘 만들어도 회로의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ESS 화재와 관련해서도 LG는 고객들에게 충전잔량(SOC) 운영 조건을 95%에서 70%로 낮추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이 교수는 "휴대폰 배터리도 뜨거워지는데 이를 수십만개 넣어둔 컨테이너 박스에서 충·방전이 이뤄지면 찜질방이 따로 없고, 사용 과정에서 먼지와 실내 온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라며 "지금의 기술로 만든 전기차도 어느 정도 화재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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