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부동산 시장을 반드시 잡겠다'는 정부 및 여당의 공언이 현실이 될지 주목된다. 26차례 대책을 쏟아낸 끝에 열게 된 지난주 부동산 대국민 담화에서 정부는 "추격 매수를 자제하라"고 말했지만 이렇다 할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향후 관건은 당장 내년 3월에 선출될 대선 후보의 부동산 공약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들이 쏟아낸 공약이 토지공개념 등 사유재산을 부정하고 전부 규제 일변도라 유권자들로부터 어떤 선택을 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당초 시장에서는 최근 정부 발표와 관련해 세제 완화 등 정책 변화를 기대했다.
하지만 정부가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고 민주당 또한 시장 불안을 진정시킬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경선 공명선거 실천서약식 및 프레스데이에서 후보들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주자들의 부동산 공약을 살펴보면, 이익 몰수 및 규제 강화라는 키워드로 요약된다. 특히 각 주자가 경선 경쟁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면서 별다른 법 개정 움직임이 전무해 '시장이 질릴 정도로 압도적인 공급 대책을 내놓겠다'던 민주당 선언이 무색할 지경이다.
여당 주자 6명의 부동산 공약은 토지공개념, 불로소득 환수, 징벌적 과세, 지대개혁, 사회배당, 공공임대주택, 주택공급의 공공성 강화, 국토보유세, 보유세 강화 등 반시장·징벌적 키워드로 나타난다.
다들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는 명제에 동의한다. 그러나 그 해법은 징벌적 과세를 더 올리고 매매 거래 자체에 제한을 가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이다.
문재인정부가 부동산 담보 대출을 막아놓아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서민 중산층의 앞길을 가로막은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우선 이낙연 전 당대표는 헌법재판소가 이미 위헌 결정을 내렸던 개인의 택지 소유 제한 등 토지공개념 3법을 들고 나섰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정부가 주택을 사고 팔아 시장에 적극 개입하면서 부동산 수익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과세를 통해 이를 모두 환수할 뜻을 밝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이재명 지사와 유사한 취지에서) 보유세를 강화해 '지대 개혁'을 꾀하고, 세수 증가분을 국민에게 '사회적 배당금'으로 균등하게 분배하겠다고 약속했다.
헌법제23조 3항 및 제122조는 공공의 필요에 의해 재산권을 수용할 경우 그에 대한 제한과 보상 규정을 담고 있다. 최소한도로 필요한 토지공개념이 우리 헌법에 이미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헌법상 기본권인 사유재산의 침해는 있을 수 없다는게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다.
실제로 헌법제23조 3항에 따르면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대학 부동산학과의 K 모 교수는 3일 본보 취재에 "정부가 정상적인 주택 공급을 완전히 막아놓은 상황에서 민주당 주자들은 한술 더 떠서 토지 수익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갈라치기 공약들 일색"이라며 "기존 임대차 3법, 다주택자에 대한 강력한 징벌적 세제, 재건축을 가로막은 온갖 규제가 이미 자리잡고 있는데 이를 더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시장의 숨통을 터주는 공약을 제시한 여당 후보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지금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주택 공급 대책은 아무리 빨라도 3~4년뒤 공급하겠다는 복안이라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은 정부나 유력 정치인의 특정 코멘트를 그대로 해석하지 않는다"며 "주택을 사지 말라 또는 고점이 가까워졌다는 정부측 경고가 한번이라도 제대로 맞은적이 있느냐, 시장 불안, 국민들의 불만은 쉽사리 해소하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과세 등을 통해 가격을 규제하고 거래를 제한해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바로잡겠다는 정부 여당의 발상이 놀랍다. 여기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민주당 주자들의 공약 또한 시장에 아무런 신호를 주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5~6주간 진행되는 민주당 본경선에서 과연 누가 부동산 공약과 관련해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용기를 내야 유권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상당수의 국민들이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