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이 해냈다. 김연경이 해냈다. 강호 터키를 풀세트 접전 끝에 제압하고 기적같은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4일 도쿄의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에서 터키를 맞아 3-2(17-25 25=17 28-26 18-25 15-13)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 여자배구는 2012 런던올림픽 4위 이후 9년 만에 올림픽 4강 무대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동메달 이후 45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노릴 수도 있게 됐다. 한국은 브라질-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전 승자와 준결승에서 만난다.
사실 세계랭킹 13위 한국이 세계랭킹 4위 터키를 잡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힘들었다. 역대 전적에서도 2승 7패로 한국이 밀렸고, 지난 6월 네이션스리그에서 만났을 때도 한국은 기량 차를 드러내며 터키에 1-3으로 졌다.
그러나 한국대표팀에는 에이스 김연경이 있었고, 선수들은 '원 팀'으로 똘똘 뭉쳐 대이변을 연출했다. 김연경은 혼자 28점을 올렸을 뿐 아니라 마지막 5세트 막판 승부처에서는 내리 5점을 혼자 해결하며 한국의 4강 진출을 이끌어냈다. 또한 박정아가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3세트 듀스에서 마무리 득점을 올리는 등 16점 활약을 했고, 양효진은 상대 흐름을 가로막는 블로킹을 6차례나 성공시키는 등 11점을 보탰다.
터키는 세계적인 공격수 메리엄 보즈(24점)와 제흐라 귀네슈(14점)가 위력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한국의 투지까지 누르지는 못했다.
한국은 1세트에서 조직적인 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다소 싱겁게 내줬다. 기량 차로 인한 한계가 드러난 듯해 터키의 낙승도 예상됐다.
그러나 2세트부터 한국 선수들이 달라졌다. 악착같은 수비로 기회를 만들면 김희진, 김연경이 날카로운 공격을 꽂아넣었다. 염혜선의 서브가 터키를 흔들었고 김희진의 블로킹, 박정아의 공격이 연이어 포인트를 쌓았다. 2세트를 한국이 따내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승부처는 3세트였다. 한국이 세트 중반까지 터키를 몰아붙이며 리드해갔으나 터키도 집중력을 발휘하며 끈질긴 수비와 장신을 이용한 블로킹, 공격으로 추격해왔다. 세트 후반은 시소게임이 이어졌다. 23-21로 앞섰던 한국이 듀스를 허용하면서 분위기가 무거워졌으나 터키의 네트터치 범실에 이은 박정아의 마무리 공격으로 기어이 한국이 세트를 가져왔다.
세트스코어 2-1로 역전한 한국은 4세트에서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전열을 정비한 터키가 맹공을 퍼부으며 초반부터 앞서나갔고, 한국은 범실까지 겹쳐 쉽게 세트를 내줬다.
결국 두 팀은 파이널 세트로 4강행 운명을 결정짓게 됐다. 5세트 초반 한국은 3-6으로 끌려갔다. 라바리니 감독은 작전타임으로 분위기를 바꿔놓기 위해 애썼고, 김연경은 쉼없이 동료들을 격려하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한국 선수들은 마지막 힘을 다해 집중력을 끌어올려 맹추격에 나섰고 6-7에서 박정아의 공격으로 동점으로 따라붙었다. 당황한 터키는 범실이 나오며 흔들리는 모습이 완연했다.
10-10으로 맞선 채 마지막 승부가 펼쳐진 가운데 김연경이 날아올랐다. 토스와 상관없이 어떻게든 공격을 성공시켜 연속 득점을 올렸고 터키의 범실이 보태져 13-10으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김연경은 블로킹으로 매치포인트를 만들더니 14-13으로 쫓긴 상황에서 빈곳을 노린 강스파이크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한국 선수들은 부둥켜안고 환희의 눈물을 쏟았고, 터키 선수들은 믿기지 않는 결과에 아쉬움의 눈물로 코트를 적셨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