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코로나19와 무더위 속에서도 보름간 열전이 이어졌던,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올림픽'이 오늘로 막을 내린다.
대한민국 선수단이 거둬들인 메달은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다. 금메달 순위 기준 16위에 해당한다. 당초 목표로 했던 금메달 7개 이상, 종합순위 10위 달성에 실패했다.
양궁 혼성전에서 금메달을 딴 안산과 김제덕. /사진=대한양궁협회 SNS
메달 편중 현상도 심했다. 양궁에서만 금메달 4개를 수확해 전체 금메달 6개 가운데 3분의 2가 한 종목에서 나왔다. 금메달 1개를 딴 펜싱이 은메달 1개와 동메달 3개로 총 메달수는 5개로 최다 메달이 나온 종목이었다.
그 밖에는 체조(금1 동1), 태권도(은1 동2), 유도(은1 동2), 사격(은1), 배드민턴(동1), 근대5종(동1)에서 메달을 땄다.
양궁은 전통적 효자종목답게 5개가 걸린 금메달 가운데 4개를 한국대표팀이 휩쓸었다. 남자 개인전에서 메달을 놓쳐 싹쓸이를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20세 안산의 사상 첫 3관왕, 10대 고교생 김제덕의 2관왕으로 한국 양궁은 차세대 세계 최강도 예약했다.
펜싱 역시 감동적인 스토리를 써가며 많은 메달을 수확해 '올림픽 인기종목'으로 자리잡았다.
기계체조 남녀 도마에서 나온 금메달과 동메달도 뜻깊었다. 신재환은 여홍철-양학선으로 이어져온 도마 최강 자부심을 금메달로 지켰고, 여서정은 아버지 여홍철의 대를 이어 부녀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근대5종에서 폐막식 전날 전웅태가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의 마지막 메달을 장식한 것도 극적이었다.
비록 메달은 못땄지만 18세 '뉴 마린보이' 황선우는 한국신기록과 아시아신기록을 연이어 작성하며 한국 수영의 미래를 밝혔다.
여자탁구 신예 스타 신유빈. /사진=국제탁구연맹
양궁의 안산과 김제덕, 수영의 황선우는 물론이고 남자 높이뛰기 우상혁, 여자탁구 신유빈 등이 이번 올림픽을 통해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다만, 여전한 과제도 확인했다. 한국 스포츠가 육상과 수영같은 기본 종목에서 저변을 키우지 못하고 특정 종목에 치우친 점은 앞으로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인기가 높은 구기 종목에서의 부진은 많은 실망감을 안겼다. 김연경을 중심으로 '원 팀'의 힘을 보여주며 난관을 뚫고 4위까지 오른 여자배구를 제외하면 대부분 성적이 기대에 못미쳤다.
야구는 참가 6개팀 가운데 4위에 그쳐 메달을 따내지 못함으로써 2008 베이징 올림픽 전승 우승 신화에 스스로 먹칠을 했다. 축구는 8강에서 멕시코에 참패를 당해 4강 진출에 실패했다. 4명의 세계 상위 랭커가 총출동한 여자골프에서도 2016 리우올림픽 금메달(박인비) 영광을 재연하지 못하고 노메달에 그쳐 아쉬웠다. 여자핸드볼의 '우생순' 신화도 옛 이야기가 됐고, 탁구도 메달을 하나도 손에 넣지 못했다.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역전을 당한 후 포수 양의지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SNS
투기 종목은 전반적으로 부진했는데, 특히 태권도는 몰락 수준이어서 종주국의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2000년 시드니 대회 이래 처음으로 금메달을 하나도 수확하지 못한 것이 대한민국 선수단의 목표 달성 실패로 연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도 역시 두 대회 연속 금빛 메치기 소식을 못 전했고, 대한민국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1976년 몬트리올대회 양정모)의 영예를 간직한 레슬링에서는 1972년 뮌헨 대회 이래 49년 만에 처음으로 메달을 하나도 손에 넣지 못했다.
비록 대한민국 선수단이 대외적인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으나 '메달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올림픽 참가에 의의를 두고, 자신의 종목 자체를 즐기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메달을 못딴 선수들, 기대에 못미친 성적이나 기록을 낸 선수들이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면 따뜻한 격려의 박수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한편,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미국이 금메달 39개, 은메달 41개, 동메달 33개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일본이 개최국의 이점을 살려 금 27, 은 14, 동 17개를 획득하며 중국(금 38, 은 32, 동 18)에 이은 3위에 올랐다.
도쿄올림픽은 끝났고, 다음 올림픽은 4년 후가 아닌 3년 후인 2024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