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13일 가석방 형태로 출소한다. 이에 따라 표류하고 있던 삼성전자 경영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10일 관가에 따르면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전날 오후 정부 과천 청사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고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을 허가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가석방심사위원회의 결정에 서명함에 따라 이 부회장은 오는 13일 재수감 207일만에 자유의 몸이 된다.
관련 업계는 이 부회장의 출소가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로 이어질지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수감 생활을 하던 중 삼성전자는 사령탑을 상실해 투자 기회를 놓쳐 글로벌 경쟁사들의 끊임없는 도전을 받아왔고, 시장 내 입지가 좁아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실제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절반을 재패한 대만 TSMC는 향후 3년간 1000억달러(한화 약 114조원)를 투자한다는 방침을 밝혔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편승해 애리조나주에 360억달러를 투입해 생산라인 6개를 늘리기로 했다.
펫 겔싱어 CEO 체제가 들어선 인텔 또한 지난 3월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천명하며 200억달러(한화 약 22조8000억원)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 2개를 새로 짓겠다고 발표했고, 최근 파운드리 세계 시장 점유율 3위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인텔 낸드 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한 SK하이닉스는 미국 현지 별도 법인을 설립하며 로버트 크룩 인텔 수석 부사장 겸 낸드 사업 총괄을 해당 법인의 CEO로 영입했다.
이처럼 글로벌 경쟁사들의 과감한 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 역시 지난 5월 13일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정부의 'K-반도체 벨트 전략 보고대회'에서 2030년까지 총 171조원을 투자하고 첨단 파운드리 공정 연구개발과 생산라인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연평균 17조1000억원이나 전액 파운드리에 투입한다고 가정해도 TSMC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54%의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고, 2위인 삼성전자는 17%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부문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경쟁사들의 도전이 거세다. 미국 마이크론은 삼성전자보다 먼저 세계 최초 176단 모바일용 낸드플래시 양산에 돌입했다.
갤럭시 시리즈를 앞세운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조금씩 밀리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2분기 판매량에서는 세계 1위를 수성했으나 6월 1개월 출하량만 따지고 보면 샤오미가 1위에 올랐다. 수익성 측면에선 애플 아이폰에 눌리고 있는 등 전반적으로 이 부회장의 수감 기간 중 기존 지위를 위협받아왔다는 있다는 평가다.
현재 삼성전자는 현금 104조원을 수중에 쥐고 있고, 올해 1·2분기에 각각 9조3000억원, 12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달 29일 서병훈 삼성전자 IR 담당 부사장은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사업이 급변하고 패러다임이 바뀌어 핵심 역량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전략적 M&A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3년 내 의미 있는 M&A를 이뤄내겠다"고 공언한 만큼 이 부회장 출소에 따른 삼성전자의 귀추가 주목된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