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은 기자]삼성물산이 8년 연속 시공능력평가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시공능력평가액을 두고 고평가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물산의 공사 실적은 줄어들고 있음에도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등 주식 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합산 시공능력평가액을 상승시켰다는 분석이다.
삼성물산은 올해 시공능력평가에서 1위를 기록하며 2014년 1위를 차지한 이후 8년 연속 왕좌를 지켰다. 시공능력평가액은 지난해 20조8461억원에서 올해 22조5640억원으로 큰 폭으로 늘어났다.
시공능력평가액은 공사실적평가액, 경영평가액, 기술능력평가액, 신인도평가액 등 4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공사실적평가액은 최근 3년간 공사실적을 반영해 계산되며, 경영평가액은 실질자본금과 경영평점(차입금의존도·이자보상비율·자기자본비율·매출순이익율·총자본회전율) 등을 고려해 산출된다.
올해 삼성물산 시평액은 항목별로 △공사실적평가액 5조5852억원 △경영평가액 13조9858억원 △기술능력평가액 1조4418억원 △1조5511억원을 기록했다. 경영평가액이 전체 시평액의 62%, 공사실적평가액이 24.8%를 차지했다. 경영평가액이 높게 산출됐는데 시공능력평가 2위인 현대건설(3조6248억원)과도 10조원이 넘게 차이가 나는 수치다.
그러나 삼성물산의 경영평가액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실적·재무건전성 개선 효과보다는 보유하고 있는 주식 가치가 늘어난 덕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삼성전자 등 주식 관련 평가이익 증가로 자산이 늘어나면서 경영평가액도 높게 계산된 것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말 기준 삼성전자 지분 4.40%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식이 오르면서 장부가액은 2019년말 16조6740억원에서 지난해말 24조2042억원으로 8조원 가까이 늘었다. 삼성생명보험 장부가액도 2019년말 2조8822억원에서 지난해말 3조602억원으로 오르는 등 삼성물산의 기타포괄손익 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은 2019년말 22조5963억원에서 지난해말 30조139억원으로 상승했다. 그러면서 삼성물산의 자산은 2019년 36조5618억원에서 지난해말 44조4416억원으로 증가했다. 경영평가액을 산출하는데 사용되는 실질자본금이 삼성전자 주식 덕에 크게 올랐다.
결국 삼성물산 시공능력평가액이 상당 부분 삼성전자의 주가에 따라 오른 것으로 시평액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건설사에 있어 중요한 공사실적보다는 다른 요소들이 더 많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물산의 공사실적과 그에 따른 공사실적평가액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공사실적평가액은 2017년 6조8144억원에서 2019년 6조1084억원, 올해 5조5852억원으로 떨어졌다. 이는 삼성물산의 공사실적이 줄어들면서다. 공사실적은 2018년 8조1895억원에서 2019년 9조4561억원으로 증가한 이후 2020년 8조3323억원, 올해 6조6924억원으로 감소했다. 토목부문 공사실적은 2017년 2조5544억원에서 2019년 2조109억원, 올해 1조3107억원으로 줄었다. 건축부문 공사실적은 2017년 5조7278억원에서 2019년 7조4452억원으로 올랐지만, 올해 5조3817억원까지 떨어졌다.
삼성물산의 실적도 뒷걸음치고 있다. 건설부문 순매출액은 2018년 10조68억원, 2019년 9조7712억원, 2020년 10조284억원으로 정체돼 있으며, 영업이익은 2018년 6907억원, 2019년 5411억원, 2020년 4283억원으로 줄어들고 있다. 미래 일감인 수주잔고도 2017년 25조8619억원에서 2019년 22조6029억원, 지난해말 21조1239억원으로 감소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합병 이후 전체 자산·매출 규모가 커졌지만, 시공능력평가액 산출시에는 전부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건설 매출 비중에 따라서만 반영된다”며 “과거에서부터 공사실적과 경영평가액 비중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왔으며 그에 따라 실제로 조정도 이뤄졌다. 시평액 평가 기준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조정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동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