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9곳의 투자자가 참여한 쌍용자동차 인수전이 사실상 3파전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오랜기간동안 인수후보로 거론됐던 미국의 HAAH오토모티브와 함께 국내 재계순위 38위인 SM그룹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며 새로운 구도를 형성했다. 여기에 에디슨모터스도 KCGI의 합류로 자금 확보에 성공하면서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 들었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사진=쌍용차 제공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사모펀드 운용사 KCGI가 쌍용차 인수를 위해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에 합류했다.
이날 에디슨모터스를 비롯해 재무적 투자자(FI)로 나선 △키스톤 프라이빗에쿼티(키스톤 PE) △TG투자 △쎄미시스코 △KCGI는 쌍용차 인수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컨소시엄 구성을 공식화했다.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는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다. 앞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반도건설 등 3자 연합을 구성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며 세간에 이름을 알렸다.
강성부 대표는 화상으로 중계된 MOU에서 "쌍용차는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 전기버스 업계 1위인 에디슨모터스가 이를 수행할 적임자로 판단했다"며 컨소시엄 합류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쌍용차 인수를 위한 의향서(LOI) 마감 결과 재계 서열 38위인 SM그룹이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SM그룹은 자체 보유자금으로 쌍용차 인수 이후 자동차 부품 계열사 △남선알미늄 △건전지 제조업체 벡셀 △화학섬유업체 티케이케미칼 등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SM그룹은 법정관리 중인 자동차 부품사 '화진'도 인수했다.
업계에서는 SM그룹이 쌍용차 인수에 성공한다면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11년전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인수할 당시에도 관심을 보였던 SM그룹인 만큼 다시 한 번 생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우오현 회장이 이끄는 SM그룹은 지난 1988년 설립된 삼라건설을 모태로 시작해 외환위기 이후 △건설(경남기업·삼환기업·우방) △제조(남선알미늄·벡셀) △해운(대한해운·대한상선 미주노선) 등을 인수하며 급속히 성장했다.
현재 6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고, 올해 기준 자산 규모도 10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자금 마련 방법이 전해지지 않았다. 향후 SM상선의 기업공개(IPO)로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SM그룹이 쌍용차 인수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른 후보군보단 가장 자금력이 좋은 곳으로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번 인수전에 오랜기간동안 의지를 밝혀온 미국의 HAAH오토모티브도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면서까지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미국 자동차 유통사 HAAH오토모티브는 새 법인 '카디널 원 모터스'를 설립해 인수의향서를 냈다.
듀크 헤일 카디널 원 모터스 회장은 쌍용차 인수를 위해 4000억원 수준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 밝혔다. 하지만, 지금까지 확보한 금액이나 핵심 투자자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은 상태다.
이같이 3곳에서 쌍용차에 대한 강한 인수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어 미래를 속단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초반 큰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점쳐졌던 에디슨모터스는 키스톤PE와 KCGI 등 재무적 투자자를 규합하면서 또 하나의 유력 인수 후보로 떠올랐다.
에디슨모터스는 전기버스를 만들고 있던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빨라지고 있는 자동차 산업에 유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 때문이다.
특히 에디슨모터스는 이미 인수자금 2700억원을 확보했고, 자회사 쎄미시스코의 유상증자와 CB(전환사채) 발행으로 약 2500억원을 추가 마련할 예정이다. 여기에 이날 MOU를 계기로 키스톤PE와 KCGI가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추가로 약 4000억 원을 마련하게 됐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쌍용차를 정상화하기 위해 몇 개월 전부터 키스톤PE, KCGI를 설득해 힘을 모았다"라며 "작은 회사(에디슨모터스)가 어떻게 쌍용차를 인수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 일각에서는 이날 업무 협약식을 두고 쌍용차에 대한 구조조정 우려도 밝혔다.
에디슨모터스는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키스톤PE는 기업 구조조정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키스톤PE의 최근 성과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오해를 낳을 수 있는 표현이 사용됐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마영민 키스톤PE 대표 역시 이와 관련해 "이번 인수전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인수 및 실질적인 경영 주체는 에디슨모터스다"라며 '구조조정' 언급에 선을 그었다.
컨소시엄 구성을 마친 에디슨모터스는 SM그룹에 맞서 본격적인 여론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간담회에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쌍용차 공장 부지를 개발해 차익이 발생하면 시민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라고 밝혔다.
특정 인수 후보가 쌍용차 공장 부지를 매각해 차익만 얻으려 한다는 일각의 의혹을 꺼내 든 셈이다. "특정 후보"는 건설업을 영위 중인 SM그룹을 겨냥한 발언이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컨소시엄 참여와 관련해 "전기차 만들 때 보틀넥(병목현상 일어나는 부분)이 배터리, 차량용 반도체, 영구자석 등이다. 이런 부분에서 (쌍용차 공장이 있는) 평택은 기술 인력과 공급망 등 인프라가 잘 돼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부터 '쌍용차 인수'를 공언해온 미국 HAAH의 '카디널 원 모터스'도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쌍용차의 미래를 위해서 시장확보 차원으로 봤을 경우 카디널 원 모터스의 참여는 환영할 일이다.
'듀크 헤일' 회장은 최근 국내 매체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미국에서 쌍용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을 판매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해경 해야 될 문제들이 남아있지만 실현 가능해졌을 경우 쌍용차의 고질적인 문제인 판매시장 확보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려했던 것과 달리 쌍용차를 인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이후의 새로운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투자자들의 각자 입장과 견해가 다른 만큼 쌍용차의 미래를 속단하기는 힘든상황이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