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 자유 지수를 상당히 하락시킬 것이다. 이 법은 자칫 잘못하면 정치적 표현에 대한 규제의 도구로 전환될 것이다. 이 법이 통과되었으면 예전 '최순실 보도'는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최순실씨 관점에서 보면 전부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이다. 온라인 상에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가져오는 2차적 파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 오히려 이번 개정안은 언론을 가짜뉴스 온상으로 만드는 법이다."
지난 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열린 '언론중재법 개정안 관련 긴급 토론회'에서 나온 각계 전문가들의 발언 중 필자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황용석 건국대 교수의 위와 같은 말이었다.
현 문재인 정권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집권 4년차인 2016년 10월 당시 JTBC의 태블릿 보도로 '비선실세' 최순실 사태가 일어나면서 비롯됐다.
이후 여러 언론사의 '최순실 후속 보도'가 계속해서 나왔고 이를 근거로 국회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탄핵 소추를 통과시켰다. 결국 이듬해 3월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파면' 탄핵이 결정됐다. 그로부터 두달 뒤 문 대통령은 손쉽게 당선됐다.
최순실 사태가 더불어민주당의 정권탈환, 문재인 대통령을 만들었다는 가장 큰 계기가 되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황 교수는 집권여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를 강행하려는 것에 대해 이를 역으로 지적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7월 28일 "법안소위를 통과한 언론중재법의 상임위 전체회의도 속도를 내겠다"면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고 밝히는 모습이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8월 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도 법안 처리 의지를 재확인했다. /사진=민주당 제공
민주당이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예고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요지는 3가지다.
법 적용 대상이 ①포괄적이면서 ②그 판단기준은 모호하고 ③처벌은 최대 5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 배상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구조로 귀착된다. 소송전을 우려하는 언론사일수록 정치권력에 대한 고발 기사를 아예 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피해자를 자칭한 누군가가 고소하거나 열람 차단을 청구할 경우, 이는 그대로 시행된다. 일종의 사전 검열이나 다름 없다. 언론사와 기자들이 위축되면 보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감히 내놓지 못했던 시도라는 점이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이러한 '언론중재법'이 과거 1980년대에 있었다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촉발된 87년 시민혁명은 존재할 수 없었다. 고문치사 사건이 있었는지 보도되지 않았을 것이고, 설사 1차 보도가 나왔더라도 즉각 열람차단이 청구되어 해당 신문의 기사 내용은 전면 삭제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후 보도한 신문사에 대해 대대적인 소송전이 일어났을 것이고, 해당 신문사는 생존의 문턱을 오갔을 것이다. 당시 정권이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당시 87 혁명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즐비한 현 민주당이 강행하려는 언론중재법의 실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모순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헌법상 보장된 권리를 법률로 제약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물론이고 국민의 알 권리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친다. 중대 입법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민주적 의견 수렴을 제대로 밟지 않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만 문제가 아니다. 입증 책임을 피고에게 전가할 뿐더러 '명예훼손 위법성 조각 사유 무력화' 같은 독소 조항이 버젓이 나온다. 이번 법 개정안이 의도하는 사안 모두 기존 법률로 충분히 다뤄오기도 했다.
이러한 수많은 모순은, 여야 정치 성향이나 지지하는 정당을 떠나서 모든 언론인이 입을 모아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지난 5일 토론회에서 "무엇이 급해서 이 법안을 이렇게 서두르느냐? 민주당이 이 법안을 통해 보호하고자 하는 대상이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필자 또한 묻고 싶다. 민주당이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언론에 재갈을 물려 보호하려는 대상이 누구냐고. 그것이 살아있는 권력이든 혹은 차기 대선 주자든 민주당의 악의적인 법 개정 의도는 숨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