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기아 노동조합(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이 올해 임금협상(임협) 교섭결렬에 따른 파업을 결의했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졌고,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동의까지 얻으며 합법적인 파업권을 손에 쥔 기아 노조 집행부다. 이에 앞서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무쟁의로 타결한 현대자동차 노조보다 더 높은 조건을 요구하며 회사측을 압박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아 노조는 지난 10일 전체 조합원 2만8527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전체 조합원의 73.9%에 해당하는 2만1090명이 찬성했다고 밝혔다.
기아 노조는 지난달 20일 8차 본교섭에서 사측에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노위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는 같은 달 30일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날 조합원 찬반투표까지 가결됨에 따라 기아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됐다.
기아 노조는 기본급 월 9만90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영업이익 30%를 성과급으로 지급, 정년 연장(최대 만 65세), 노동시간 주 35시간으로 단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아직 제시안을 내놓지 않았지만 현대차 타결 내용과 동일한 수준(기본급 월 7만5000원 인상, 성과급 200%+350만원, 격려금 230만원, 주식 5주, 주간연속2교대 포인트 20만 포인트, 재래시장상품권 10만원 등)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당장 파업에 돌입하기보다는 교섭을 진행하면서 파업권을 지렛대로 사측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동안 통상임금 합의금과 같은 단발성 이슈를 제외한 기본급 인상액과 성과급, 격려금 규모는 현대차와 동일한 수준에 교섭을 타결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기아 노조가 임금성 부문에서 현대차보다 좋은 조건을 얻어내긴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올해 임단협을 무분규로 조기 타결한 현대차보다 기아가 더 좋은 조건에 합의할 경우 현대자동차그룹으로서는 두 회사 노조 모두에게 안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된다.
대신 노조가 별도요구안으로 내놓은 △신입사원 충원 △미래 고용안정을 위한 투자방안 제시 △해외투자 철회 및 국내공장 투자 △전기차 전용라인 전개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노조는 이 같은 내용을 논의할 고용안정위 마무리 없이는 올해 임협 타결도 없다며 서울 양재동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별도요구안 중 미래고용안정을 위한 투자방안은 현대차 노사가 체결한 '산업전환 대응 관련 미래 특별협약'과 같은 방식으로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신입사원 충원과 관련해서는 노사간 공방이 예상된다. 사측은 전기차 전환에 따른 생산직 수요 감소를 이유로 신규인원 충원에 난색을 표해왔다.
자동차 산업이 급격한 패러다임 전환기에 놓인 만큼 강제적인 구조조정을 대신해 자연감축분을 통해 인력조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팩토리화가 진행되고 있고, 모빌리티솔루션 제공기업으로의 전환을 도모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일원인 기아인 만큼 신규인력 충원은 쉽게 결정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델타 변의 등으로 여전히 글로벌 시장은 불안한 모습이고 이를 대비해 동종업계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글로벌 움직임과 별도로 양질의 일자리 확보만을 추구하기에는 여론도 좋지 않다.
정년을 연장하고 좀 더 많은 임금과 함께 회사 실적에 비례하는 상여금을 달라는 터무니 없는 요구하기에는 현재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청년실업이 사상 최고라며 예산을 풀어가며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액연봉자들인 자동차 노조인 기아 역시 몽니를 부리는 것은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인식한 현대차 노조역시 서둘러 여름휴가 전 임단협 타결하고 미래산업에 발맞춰 나아가고 있는 만큼 기아 노조에도 현명한 선택이 요구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했다고 해서 바로 파업을 진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쉬운 상황은 아니다"며 "자동차 산업이 패러다임 전환기에 있는 만큼 원만한 임협 타결을 위해 현명한 결단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