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코로나19 장기화로 국내 항공업계의 위기 경보가 울리는 가운데 에어프레미아와 이스타항공이 날개를 펴고 있다. 반면 LCC의 강자로 군림했던 진에어와 제주항공은 영업 적자가 이어져 지주사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는 상태다.
11일 오전 6시 30분 김포국제공항에서 에어프레미아 YP541편이 제주행 첫 비행편을 띄웠다./사진=에어프레미아 제공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에어프레미아는 이날 새벽 김포국제공항에서 취항식을 개최함과 동시에 김포-제주 간 비행편으로 첫 상업 운항을 시작했다.
취항식에는 △심주엽 에어프레미아 대표 △이종철 JC파트너스 대표 △백순석 샤프에비에이션K 대표 △운항·객실승무원 △운항정비사 등 운영 조직 △1호 예약 승객 등이 참석했고, 테이프 커팅식과 꽃다발 증정식 순으로 기념 행사가 진행했다.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심주엽 대표는 "새벽 6시 30분 첫 하늘길에 오른 에어프레미아 YP541편은 100% 탑승률을 보이며 만석으로 이륙했다"며 "신생 항공사의 첫 운항임에도 불구하고 당사가 추구하는 하이브리드 항공사에 대한 시장의 뜨거운 관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자평했다. 위중한 코로나 시국에도 첫 비행부터 전석 매진으로 시작함으로써 사업 시작도 하기 전에 도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해소된 셈이다.
10월 30일까지 운영되는 해당 노선에는 총 309석 규모의 보잉 787-9가 투입돼 하루 2회 왕복 스케줄로 운항한다. 좌석 간 간격은 35인치인 '이코노미35'와 좀 더 넓은 42인치인 '프레미아42' 두 가지로 구성돼 있다.
심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김포-제주 노선으로 우선 취항을 하게 됐지만 향후 인천발 국제선 중장거리 노선을 계획하고 있어 더욱 폭넓은 항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FSC 대비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편안함'을 목표로 고객 만족도를 제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에어프레미아가 운용하는 787-9을 제작한 보잉 한국 법인 에릭 존 사장은 "첫 취항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한국 항공업계의 역사적인 날을 함께하게 돼 대단히 기쁘다"고 전했다. 아울러 "연료 효율성이 높고 친환경적인 최신예 787-9 기재를 통해 에어프레미아 탑승객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안락함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주기장에 서있는 이스타항공 여객기./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기사회생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스타항공은 아직 운항을 재개한 것은 아니나, 영업 준비를 착실히 진행 중이다. 최근 인수자로 나선 부동산 기업 성정으로부터는 운영 자금 100억원을 대여받기로 약정하고 5호선 발산역 인근 쿠쿠 사옥 9층 전층을 임차해 지난 6일부터 입주했다. 8층 절반 역시 임대차 계약을 마쳤다. 이는 이스타항공 회생을 기대한 성정 측 요구라는 게 이스타항공 측 전언이다.
정재섭 이스타항공 공동 관리인은 "사무실 임차, 국토교통부 운항 증명(AOC) 재발급, 조종사 시뮬레이터 교육 등 제반 행정 업무에 성정이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며 "100억원을 다 쓰면 추가로 빌려주기로 했다"며 DIP(Debtor In Posession) 금융을 통한 회사 정상화가 이뤄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재운항을 위해 이스타항공이 거쳐야 할 길은 아직 멀다. 현재까지 이용료 미납으로 이스타항공 AWS 전산망이 차단된 상태이고, 항공기 리스사 채무액도 확정되지 않아 서울회생법원의 승인 계획도 9월 17일로 미뤄졌다.
경영난에 허덕이는 제주항공은 오는 13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해 1년 남짓만에 또 유상증자를 하되, 기존 주주들에게 우선 신주를 배정하고 실권주가 발생하면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일반 공모를 진행하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1분기 기준 부분자본잠식 상태(28.7%)에 빠진 만큼 유상증자만을 바라고 있는 제주항공은 속이 타들어간다.
이번에는 2000억원대로 계획돼 있지만 시장은 제주항공의 계획에 대해 비관적이다. 애경그룹 지주사 AK홀딩스는 지난달 23일 NH투자증권으로부터 제주항공 보통주 자사 보유분 중 일부인 429만1845주(11.15%)를 담보로 연 이자율 3.35%에 400억원을 대출 받았다.
AK홀딩스의 제주항공 지분율은 53.39%인데 이 중 상당분을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AK홀딩스가 적극 제주항공 구명활동을 벌임에도 투자자들이나 소액주주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델타 변이종발 코로나19 4차 대유행기에 따른 항공업계 불황이 언제 사그라들지 기미 조차 안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한 달 넘게 네자리 수를 유지하고 있고,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모양새다.
AK홀딩스는 제주항공·애경산업·애경유화 등 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줄줄이 적자를 내는 통에 2020년 연결 기준 매출 2조6199억원, 영업손실 2215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30.3% 줄었고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이처럼 AK홀딩스 역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제주항공을 단독 지원하기 어려운 처지다.
2대 주주인 제주특별자치도(6.1%)와 국민연금공단(5.06%), 우리사주조합(3.42%) 등 나머지 대주주들은 재차 유상증자를 하겠다는 제주항공 측 입장에 부담을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연유로 제주항공은 자금 확보에 다소 어려움을 겪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자본잠식률이 42.5%로 가장 심각한 진에어는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조차 의문이다. 한진칼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는 다각도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