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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의 선택은-中] “통합이냐 수술이냐” 기로에 선 롯데홈쇼핑·H&B

2021-08-12 06:20 | 이미미 기자 | buzacat59@mediapen.com
[미디어펜=이서우 기자] 실적 개선을 위한 롯데그룹의 구조조정 작업이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백화점과 마트 일부 점포를 정리한데 이어 홈쇼핑과 헬스 앤드 뷰티(H&B)에도 칼을 댈지 주목된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H&B 롭스 매장을 순차적으로 폐점해 올해 말까지 총 48곳의 문을 닫는다.

압도적 시장 1위인 CJ올리브영을 넘어서진 못했지만, 롯데 롭스는 꽤 선방하는 후발주자였다. 2013년 1호점을 내고, 2018년 서울 이태원에 100호점을 열면서 출점을 가속화했다. 2017년 왓슨스와 결별한 GS리테일이 ‘랄라블라’로 브랜드명을 변경했음에도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면서, 롭스가 명실공히 H&B 2위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2018년 4월 개장한 롭스 100호점 서울 이태원점 외부 전경/사진=롭스 제공



최근 롯데는 롭스에 더 이상 힘을 실어주지 않는 분위기다. 롭스는 2013년 롯데슈퍼 TFT로 시작해 2015년 롯데쇼핑 내 별도 사업부로 정식 출범 했다가, 올해 1월 롯데마트로 흡수됐다. 

롯데쇼핑은 “본사 기능 통합으로 비용을 절감하면서 마트 H&B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지만, 유통업계는 대형마트와 편의점에 가까운 업태인 H&B의 시너지는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단독 브랜드로서 롭스를 키울 의지가 없다는 얘기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은 결국 실적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사장단회의에서 “새로운 사업이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가 해왔던 사업의 경쟁력이 어떠한지 재확인 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듬해 1월 롭스는 마트 사업부와 합병했다. 

신동빈 회장은 기존 백화점과 마트도 어려운 상황에서, 아직 규모가 작은 롭스의 미래 가능성만 보고 투자를 계속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올 2분기 영업이익이 3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나 감소한 롯데홈쇼핑도 운명의 갈림길에 선 것이나 다름없다. 방송 수수료 증가로 인한 적자라고 설명했지만, TV홈쇼핑은 이미 온라인 쇼핑과 모바일에 밀려 미래 사양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7월 VR기술을 활용한 ‘가상 캠핑장’을 선보였다. 코로나19로 안전한 레저활동을 원하는 소비자 수요를 반영한 이색 쇼핑 서비스다./사진=롯데홈쇼핑 제공


과거 어깨를 나란히 했던 경쟁사들은 변화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CJ오쇼핑이 2018년 CJ E&M과 합병법인 CJ ENM을 출범했다. 상품기획 역량이 있는 CJ오쇼핑에 콘텐츠를 갖춘 CJ E&M을 결합시켜, 기존 홈쇼핑이 아닌 융복합 콘텐츠미디어커머스를 실현한다는 의지다. 

GS리테일은 지난 7월1일 GS리테일과 GS홈쇼핑을 합병한 ‘통합 GS리테일’을 공식 출범했다. 합병 시너지를 위해 단행한 인사개편에서 디지털커머스 BU를 신설하고, 해당 조직의 수장은 박영훈 GS홈쇼핑 미래사업본부장(부사장)에게 맡겼다. 

CJ와 GS리테일 모두 통합 이후 가시적인 성과가 나기까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변화를 꾀했다는 측면에서 롯데홈쇼핑을 한 발 앞섰다. 

롯데홈쇼핑은 합병보다는 자체 역량을 키울 계획이다. 

2018년부터 시작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작업이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7월 개시한 가상피팅 서비스 ‘리얼피팅’은 소비자 유입률이 월평균 30% 신장해, 올 6월 누적 이용자 수 80만 명을 달성했다. 

올해 안에 모바일TV와 연계해 소비자가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쇼호스트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메타버스 쇼핑 플랫폼’을 구축한다. VR 장비를 통해 집에서 오프라인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웨어러블 가상 스토어‘도 열 계획이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T커머스(데이터홈쇼핑)가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고, 메타버스(확장가상세계) 추진팀을 신설하는 등 홈쇼핑 자체적으로 신규 사업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며 “그룹 계열사 가운데 비대면 사업을 가장 잘 하고 있다고 본다. 계열사 시너지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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