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지난달 가입자 5만명의 보험금 4000억원이 걸린 즉시연금 소송 1심에서 패소한 삼성생명이 항소를 진행한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미지급연금액 청구소송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을 다시 한 번 받아보기 위해 항소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는 즉시연금 가입자 57명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지난달 21일 원고 전부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생명은 2019년 4월부터 약 2년여 기간 동안 보험가입자들과 즉시연금 미지급금 반환 청구 소송을 이어오고 있다.
문제가 된 상속만기형 즉시연금 상품은 보험가입자가 일시불로 목돈을 맡기면 보험사가 이를 운용해 그 수익금(이자)으로 연금을 지급하고 만기 때 당초 원금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예를 들어 보험료 1억원을 일시불로 내면 다달이 이자를 연금처럼 받다가 만기 때 1억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보험사들은 1억원을 돌려줄 재원을 마련한다는 목적으로 매달 지급하는 이자에서 일정 적립액을 떼며 2017년부터 논란이 불거졌다.
상속만기형 즉시연금 가입자의 '적립액을 뗀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가입했다는 주장과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기초서류인 '약관과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 달마다 연금지급 시점에 만기환급금 지급 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약관에 매달 이자 지급 시 사업비 등 만기에 돌려줄 재원을 미리 뗀다는 내용을 제대로 명시하지 않았다며 생보사들에게 보험금을 더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KB생명 등이 이를 거부하면서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즉시연금 미지급금 분쟁 규모는 8000억~1조원이며 가입자는 16만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삼성생명 4300억원(5만5000건)으로 가장 많다.
이번 항소에 따라 즉시연금 소송은 최고법원에까지 가서야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1심에만도 3년을 기다린 소비자들은 앞으로도 2년을 넘게 소송전을 이어가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등은 최종 패소한다면 공동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가입자에게도 소멸시효를 따지지 않고 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앞서 밝힌 바 있다.
[미디어펜=김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