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은영 기자] 한국거래소가 공공기관 지정 해제 됐음에도 금융당국의 경영평가를 지속적으로 받는 협약이 이뤄지면서 한국거래소 노동조합은 이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투쟁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흥렬 한국거래소 노조위원장을 만나 노조의 입장을 들어봤다.
▲ 유흥렬 한국거래소 노조위원장. |
그는 "김봉수 전 이사장은 정권에서 내려 보낸 사람이다. 이로인해 거래소가 계속해서 망하는 길을 가고 있었다"며 "조직에 도움이 안되는 관피아"라고 꼬집었다.
유 위원장은 그간 거래소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그 동안 낙하산이 많았다. 한 때는 7대 0으로 이사장을 포함한 감사 2명, 본부장 5명이 밖에서 낙하산을 타고 왔다"며 "지금은 내부 승진이 3명으로 4대 3 비율로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거래소 공공해제의 조건으로 금융당국의 간섭을 받아야하는 현실을 부정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2015년 공공기관 지정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한국거래소와 함께 자회사인 코스콤, 산은금융지주, 한국정책금융공사 등 6개 기관을 공공기관에서 해제했다.
다만 정부는 추후 방만경영이 재발되지 않도록 금융위원회의 관리·감독을 전제로 지정을 해제키로 하는 등의 보안대책을 마련했다.
이에 거래소는 공공기관 해제 직후 금융위와 협약을 체결키로 정관을 변경했다. 이번 협약에는 금융위로부터 경영평가를 받고 한국거래소 홈페이지를 통해 경영공시를 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유 위원장은 "이번 공공기관 해제로 거래소는 민간기업이나 다름없다"면서 "하지만 예산편성, 경영평가 등을 금융위가 맡는다는 것은 금융위의 월권행위"라고 지적했다.
유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시절 민영기업에 낙하산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실패했다"며 "정치보복으로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묶었고 이를 풀어주기 싫기도 하고 지속적인 낙하산 인사 관리를 위한 금융위의 갑질"이라고 강한 어조로 질타했다.
또 그는 "민간기관에 이렇게까지 간섭을 할 것이면 삼성그룹도, 현대 그룹도 해야 할 것이 아니냐"며 분노했다.
그는 금융위가 단순히 예산편성과 경영평가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닌 인사권을 갖기 위한 모략이라고 치부했다.
유 위원장은 "처음에는 업무 협의 정도로만 알고 있었고 말 그대로 경영협약인 줄 알았다"며 "이것이 완벽하게 꼼짝 하지 못하도록 금융위가 경영권을 가져간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해 경영진이 금융위로 방문을 했으나 금융당국은 전화도 받지 않았으며 만남 자체를 거부했다"고 분노했다.
▲ 한국거래소 노동조합은 공공기관에서 지정해제된 거래소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경영평가 등으로 지속적인 간섭을 한다며 이에 대한 성명서를 내고 입장을 밝혔다./뉴시스 |
그는 "금융위가 정당성 없이 거래소를 아래로 두려 하고있다"며 "규제기관 하수인으로 무능력하고 소신없고, 무책임함으로 일관했던 최경수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유 위원장은 언론에 대한 섭섭함도 토로했다. 관치금융의 폐해를 지적했던 언론이 거래소에 대해서는 등을 돌리는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꼬집었다.
하지만 그는 언론 보도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이미 거래소 노조는 청와대에도 노조 활동과 그 사유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노조위원장으로써 궁극적으로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직원'이라고 방점을 찍었다. 노조의 본질적인 활동은 거래소가 잘 운영돼 직원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함이다.
거래소 노조는 내달 31일 공직자윤리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낙하산 인사를 모두 배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