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여행 수요 회복을 기대했던 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끝 모를 경영난을 겪으며, 지주회사들이 구명 활동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와 동시에 정부 지원도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이날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유상증자를 결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유상증자를 단행한 뒤 1년도 채 안된 시점이다.
LCC 업계 돈줄이 말라 대주주인 지주사나 모기업이 자본 투입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사진=연합뉴스
제주항공은 1분기 기준 부분자본잠식 상태(28.7%)에 빠져있어 유상증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애경그룹 지주사 AK홀딩스는 지난달 23일 자사 보유 제주항공 보통주 중 429만1845주(11.15%)를 담보로 연 이자율 3.35%에 400억원을 NH투자증권으로부터 대출 받은 바 있다.
2020년 연결 기준 AK홀딩스는 애경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줄적자를 내는 바람에 매출 2조6199억원, 영업손실 221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30.3% 감소했고 영업적자가 생겨난 것이다.
이처럼 AK홀딩스는 자금 흐름이 순탄하지 않아 제주항공을 단독 지원하기 어려워 2대 주주인 제주특별자치도(6.1%)와 국민연금공단(5.06%), 우리사주조합(3.42%) 등 나머지 대주주들의 동조를 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에어는 전날 이사회를 개최해 총 1834억원을 조달키로 했다. 세부적으로는 유상증자 1084억원, 영구채 발행 750억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진에어의 전체 발행 주식은 기존 4500만주에서 5220만주로 대폭 늘어나게 된다.
아울러 사모 방식으로 신종자본증권(영구채) 750억원을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만기는 30년, 발행 시기는 오는 20일이다. 영구채는 만기가 있지만 발행사의 선택에 따라 만기를 계속 연기할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회사채라는 게 진에어 측 설명이다.
1분기 기준 자본잠식률이 42.5%로 진에어는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들 중 재무 상황이 가장 심각한 단계에 이르러 '돈맥경화'를 겪고 있다. 이에 진에어 관계자는 "적극적인 재무 건전성 관리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유동성 사전 확보를 기반으로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은 "현 시점에서는 (진에어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한진칼이 이와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은 계열사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은 공시 사항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주주로서 지분율이 떨어져 지배력이 약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진칼은 진에어에 자본을 투입하지 않을 수 없을 전망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경영대학 교수는 "한진칼이 보수적인 입장을 표명했지만 LCC 3사 통합을 앞두고 진에어가 쓰러지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라며 적극 지원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 외에도 올해 초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800억원을 받은 에어부산은 오는 10월 2500억원 수준의 유상증자에 나선다. 에어서울 역시 모회사 아시아나항공이 300억원을 수혈받은 바 있다.
한편 정부 당국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에만 집중하느라 LCC 살리기에는 소홀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 3월 정부는 LCC 업계에 2000억원을 대여해주겠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아직까지도 구체화 되지 않아 자금 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원이 자꾸 늦어지는 와중에 LCC는 숨 넘어갈 판이지만 금융위원회 등 당국은 "자구 노력을 더 하라"며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허희영 교수는 "고용유지지원금이 끊겨 10월부터는 무급 휴직에 들어가는 LCC들은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할만큼 했다"며 "금융위가 항공사들에게 허리를 더 졸라매라고 하는 건 한계 기업 수준에 다다른 업계에 대한 희망고문일 뿐"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