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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 화물로 버틴 상반기…하반기엔 안도 못하는 이유

2021-08-18 15:13 | 박규빈 기자 | pkb2162@mediapen.com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국내 항공사들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실적을 발표해 다소 반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화물 운송 가능 여부에 따라 계속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가 항공사들에게 지급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이 오는 10월부터 끊겨 당국의 지원이 없을 경우 손실폭 확대와 대규모 실직 사태가 우려된다.

대한항공 카고기 노즈 도어 아래에서 지상 조업사 관계자가 하역 작업을 하는 모습./사진=한진그룹 홈페이지



대한항공은 올해 2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2조126억원, 영업이익 193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6.94%, 69.47% 상승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이 9850억원, 559억원으로 각각 13.36%, 108.89%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다.

특히 대한항공은 지난해 2분기부터 5개 분기 영업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직전 분기 886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던 아시아나항공은 턴 어라운드(흑자 전환)에 성공해 견조한 실적을 자랑했다. 코로나19 초장기화 시대에도 양대 항공사가 호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역시나 화물 운송이 뒷받침 해줬기 때문이다.

실제 별도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 매출은 지난해보다 11% 늘어난 7082억원을 달성했고, 이는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이라는 설명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지역별로 미주·동남아·일본 노선이 작년과 비교하면 각각 13%, 33%, 23% 증가해 견조한 화물 매출 실적을 견인했다"고 언급했다.

항공 화물 운임 강세도 코로나 위기에서 두 항공사의 실적을 이끈 요인으로 꼽힌다. 항공 화물 운임지수인 TAC 지수의 홍콩-북미 노선 운임은 7월 1㎏당 7.9달러로 지난해 최고치인 7.73달러보다 높다.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에 대한 조업이 이뤄지는 모습./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백신 접종률이 전세계적으로 오름세를 보이지만 델타 변이형 바이러스도 이에 못지 않게 확산세를 나타내 올해 하반기 항공 화물 시장 전망은 예측하기가 조금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업계 전언이다.

동시에 기업의 재고 확충 수요와 경기 회복에 따른 IT·전자 기기·전자상거래 등 꾸준히 수요가 있던 산업계발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외에도 코로나 검사·진단 기기와 마스크 등 의료용품과 체리·계란 등 신선 식품 운송량도 늘어 비수기 매출 확대가 이뤄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해운 공급 적체로 인한 긴급 물자의 항공 수요 전환 확대가 호실적의 이유"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여객 사업 회복 지연에 따른 벨리(하부 화물칸) 공급 확대 부진 현상이 나타나 수요 대비 공급 부족에 따른 운임 강세도 한 몫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짐은 넘쳐나는데 실어 나를 항공편이 없다는 것이다.

여객 사업은 여전히 수요가 평시 대비 많이 부족하나 대한항공은 국제선 전세기·국내선 제주 노선을 중심으로 수요 확보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 와중에 여객 부문에서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여행객 수요 증가에 따라 2분기 국내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1% 상승한 645억원을 달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시아나항공은 백신 접종률이 늘어나며 이어질 국제 관광시장 회복에 대비해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국제선 노선 현황을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김포국제공항 주기장 세워진 저비용항공사(LCC) 여객기들./사진=연합뉴스



반면 만신창이가 된 저비용 항공사(LCC)들은 웃음기를 잃은지 오래다. 운용 중인 항공기의 물리적인 규모가 작아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처럼 화물 사업을 하기에는 부적합해 울상인 이들은 다행히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자 규모가 줄어들기는 했다. 그러나 경영난을 버티다 못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해 지주사의 도움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항공은 2분기 연결 기준 영업 손실이 712억원이라고 공시하며 "국제선 운항이 재개되지 않으면 당분간 이 같은 어려움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했다. 진에어 관계자는 영업 손실이 488억원이라며 "국제선 침체가 지속됐으나, 국내선 여객 수요가 늘어  전년 동기 대비 적자가 줄었다"고 전했다. 티웨이항공은 영업손실이 34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화물 사업 가능 여부가 FSC와 LCC 간 격차가 점점 커지며 한 쪽은 웃고 다른 한 쪽은 울상을 짓고 있지만 이 역시 시한부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장 재정·금융 당국이 항공사들에게 지급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이 9월 30일자로 끝나기 때문이다.

현재 순환 휴직 중인 대한항공 임직원들은 정부와 회사가 35%씩 임금을 줘 평소 대비 70% 수준의 월급을 받고 있다. 지원이 끊길 경우 회사가 정부 부담분 전액을 해야 해 고정비 지출이 대폭 늘어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례로 에어부산은 고용유지지원금 종료에 맞춰 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 휴직을 11월 중순부터 2개월간 진행할 계획이다. 이에 따른 LCC발 무급 휴직 전환이 잇따를 것으로 보여 항공사들은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에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기간 연장을 적극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정부와의 협상 결과가 향후 경영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금융위가 LCC에 2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게 3월인데 무얼 하는지 모르겠다"며 "자구책을 더 찾아보라는 국토부 공무원들은 탁상공론에 젖어 급박한 현장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항공업계만 급한 게 아니라며 지원에 난색을 표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산업군에 돈을 풀지 않으면 어떻게 난국을 타개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이스타항공 대규모 해고 사태만 보더라도 여파가 컸는데, 나머지 항공사들이 줄줄이 도산하면 업계 초토화는 현실화 될 것"이라며 "기재부·금융위·한국산업은행 등 재정 당국의 현실 인식 수준이 너무나도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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