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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손들어준 서울고법 판결이 황당한 판결일까

2015-02-19 09:44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컨슈머워치는 지난 10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유통규제법의 한계와 소비자 권익보호>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최영홍 한국유통법학회 회장(고려대 법학과 교수)의 주제발표 후 신승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연구위원과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이헌 변호사의 토론이 이어졌다. 아울렛, 이케아 규제 등 최근 잇달아 국회에서 발의된 유통규제법안의 문제점을 짚어 보고 소비자 권익보호를 위한 입법의 필요성을 논하기 위한 자리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우원식 국회의원은 토론자로 참석하기로 했다가 돌연 참석을 취소했다고 한다. 아래 글은 토론자로 참석한 이헌 변호사의 토론문 전문이다.

 

   
▲ 이헌 변호사

대형마트에 대해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한 지방자치단체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선고한 2014년 12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 대해 아직까지도 상당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 판결은 “대형마트의 영업 자유는 헌법상 원칙에 따라 지역경제의 균형 발전이나 중소상인의 보호를 위해 제한될 수 있다”는 취지의 원심과 다르게 판단한 것이기에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이 판결에 대해 ‘황당한 판결’이라는 등의 극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으나, 이 판결은 그동안 학계나 언론을 통하여 대표적 ‘규제악법’으로 손꼽히던 대형마트의 규제 문제를 과감히 받아들였다는 데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번 판결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등 규제로 달성되는 전통시장 보호의 효과는 뚜렷하지 않고 아직까지도 논란 중에 있는 상황이다. 대형마트의 임대매장 운영자, 중소 납품업자 등의 영세상인 보호와 여성의 사회진출 등에 관한 충분한 검토와 이익형량을 누락한 채 획일적으로 대형마트를 규제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유통산업발전법 별표에서 대형마트는 ‘점원의 도움 없이 소비자에게 소매하는 점포의 집단’이라고 규정하고 있어 이 사건의 대형마트들은 법령상 대형마트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사실도 분명하다.

헌법상 경제민주화 조항을 내세워 주로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대형마트의 영업규제를 정당화하는 주장도 있으나, 경제민주화 조항의 내용인 경제질서에 대한 국가적 규제와 조정은 어디까지나 보충의 원칙에 입각하여 자본주의 내지 시장경제질서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사유재산제도와 아울러 경제행위에 대한 사적 자치의 원칙이 존중되는 범위 내에서 허용될 뿐이다. 대형마트의 영업규제는 다른 경제민주화 정책과 마찬가지로 헌법상 경제질서의 일반원칙에서 벗어나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제민주화 조항에 의한 국가의 규제를 일반화하여 강행하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법원이 대형마트 영업규제 위법이라고 판결한 가운데 12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소비자단체 컨슈머워치 회원들이 소비자 선택권 회복을 위한 유통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판결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맞벌이 부부의 경우 실제로 야간이나 주말이 아니면 장을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특히 아이가 있는 가정의 경우 주차공간ㆍ편의시설 등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것은 누구라도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대형마트의 영업규제를 명문화하고 있는 근거법률인 유통산업발전법의 입법목적이나 유통산업시책의 기본방향에서 ‘소비자 보호, 소비자 편익의 증진’을 위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대형마트의 영업규제에 있어 결코 소비자의 권리와 이익를 도외시하여서는 아니된다.

‘소비자기본권’은 헌법에 열거되지 않지만,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헌법상 권리이다. 이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는 “소비자는 물품 및 용역의 구입ㆍ사용에 있어서 거래의 상대방, 구입장소, 가격, 거래조건 등을 자유로이 선택할 권리를 가진다. 소비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상품을 선택하는 것을 제약되는 경우 소비자의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자기결정권도 제한된다”고 판단하였다(96헌가18).

현행 대형마트의 규제는 실효성도 없고 소비자의 피해만을 초래하며 일본, 프랑스 등 선진외국의 실패사례를 답습하는 내용으로 말미암아 대한민국의 소비자들은 원하는 시간에 편리한 장소에서 필요한 상품을 구매하는 기본적 자유권을 침해당하였다. 소비자들은 그저 정부가 하라는 대로 특정시간, 특정요일에는 대형마트에 가지 말고 전통시장이나 골목가게에 가라고 강요당하는 미약한 존재로 놓이게 되었고, 그리하여 이제는 소비자들도 국가의 주권자로서 소비자선택권을 행사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판결에서도 언급하였듯이 과거에 점원의 도움이 없는 월마트, 까르푸 등 외국 대형마트가 물러나고 지금의 대형마트가 자리잡게 된 것도 대한민국 소비자들이 현명하게 소비자선택권을 행사한 결과임이 분명하다.

이번 판결에서 대한민국의 소비자들이 가장 의미있게 새기고 따라야 할 부분은 바로 ‘대형마트의 규제는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판단이 아닐 수 없다. /이헌 변호사,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컨슈머워치 자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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