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차기 대선을 앞두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투쟁의 전면에 섰다. 다만 그 상대가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당내 대권주자라는 게 문제점이다. 당내에서는 “치킨 게임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6·11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이 대표의 행보는 한마디로 ‘좌충우돌’로 표현된다.
그는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예비후보의 입당과정에서 ‘비빔밥 당근’ 등의 표현으로 여론전을 펼쳤다. 이후 윤 예비후보가 ‘기습 입당’을 한 이후 ‘탄핵 발언’, ‘녹취록 유출’ 끝나지 않는 신경전을 진행 중이다.
다소 소강상태에 빠졌던 이 대표와 윤 예비후보의 갈등은 엉뚱한 방향으로 불똥이 튀었다. 이 대표가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통화 과정에서 “윤 예비후보가 금방 정리될 것”이라고 발언했다는 폭로가 나온 것이다.
침묵하던 이 대표는 결국 페이스북을 통해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지만, 원 전 지사는 “녹취록 전체를 공개하라”고 맞섰다. 여기에 하태경 의원이 원 전 지사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좀처럼 진화가 되지 않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30대 당 대표’라는 신화를 만든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시켜 존재감을 높이려는 의도된 행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향후 보다 큰 무대를 위한 포석 깔기라는 것이다.
당내 한 당직자는 “대선에서 승리하면 이어지는 지방선거 역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 대표 입장에서는 본인이 주도권을 갖고 정권교체를 이뤄낼 경우 보다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감독으로서 대선이라는 큰 무대를 준비해야 하는 이 대표가 오히려 선수가 되어 ‘필드’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이 대표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17일 CBS라디오에서 "당 대표는 사소한 일에 크게 관심을 가지면 안 된다"면서 "지나가 버릴 건 모르고서 지나가 버려야 되는데 그걸 참지 못하니까 문제가 발생하지 않느냐"고 일침을 가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와 김재원 최고위원이 7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국민의힘 제공
이 대표가 지난 8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행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나오지 않는 이상 현재 국민의힘이 5%이상 차이로 패할 것'이란 취지의 발언에 대해서도 "내년 대선을 준비하는 야당 대표로서 큰 실수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와 대권주자 간 갈등이 ‘치킨 게임’ 양상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한 중진 의원은 “서로 간의 헤게모니 싸움이 심화되면 결론이 어떻게 나더라도 당이 입게 되는 타격은 상당할 것”이라면서 “이럴 때일수록 물밑에서 정치력을 발휘할 때”라고 지적했다.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18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어린 당대표가 들어오니 기존에 있는 사람 중 상당수가 저항하고 얕보고 있다”면서 “당대표가 (선출된지) 지금 두 달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흔들어서 되겠냐. 그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